5년 만에 국내에서 한일전이 펼쳐집니다. 자존심이 걸린 한판 승부로 매 경기마다 명승부를 보여준 두 팀의 맞대결에 벌써부터 축구팬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거의 매진됐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는데 가을밤 축구의 묘미를 제대로 만끽할 수 있는 기회가 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72전 40승 20무 12패라는 압도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고, 올해 열린 2경기에서 연달아 승리를 거둔 한국입니다. 그러나 알베르토 자케로니 감독이 새로 부임한 일본은 그사이 많이 성장하며 한국전 연패 탈출을 노리고 있습니다. 혼다 케이스케, 카가와 신지 등 해외파 주축 선수들이 대거 출전한 이번 경기에서 일본이 상당히 벼르고 나설 것으로 예상돼 한국 입장에서는 쉽지 않은 승부를 펼칠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래도 여태껏 단 한 번도 쉽게, 호락호락하게 내주지 않은 만큼 홈팬들 앞에서 멋진 경기를 펼치며 또 한 번 기분 좋은 승리를 거두고 3개월 뒤에 있을 아시안컵 전망을 밝히려 하는 한국 축구입니다. 이번 73번째 한일전을 재미있게 볼 수 있는 관전포인트를 6가지 뽑아 정리해 봤습니다.

▲ 5월 24일 일본 사이타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한-일 축구대표팀 평가전에서 박주영이 후반 종료직전 페널티킥을 성공시킨 뒤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10년 만의 3연승, 홈경기 승리 도전

앞서 전해드린 것처럼 한국에서 한일전이 열린 것은 지난 2005년 7월 이후 5년 3개월 만입니다. 하지만 홈경기에서 일본을 이긴 것은 2000년 10월 잠실주경기장에서 1-0 승리를 거둔 것이 마지막이었습니다. 최근 일본을 상대로 우위를 점하고 있다고 하지만 홈에서 오히려 약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은 조금 쑥스럽게 느껴지는 게 사실입니다. 이 아쉬움을 털어내기 위해 이번 경기 승리는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더불어 10년 만의 3연승에도 도전장을 던집니다. 한국이 일본을 상대로 3연승 이상의 성적을 거둔 것은 역시 지난 1998년부터 2000년 10월까지 3연승을 거둔 이후 단 한 번도 없었습니다. 그나마 올해 열린 경기에서 2연승을 거두기 전까지는 일본과 호각세를 이루고 있었습니다. 일본의 콧대가 더 오르기 전에 이번 경기를 이기고 3연승에 성공한다면 한국 축구를 얕잡아 보는 일이 조금은 더 없어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을 가져봅니다.

박지성 없는 중원, 어떻게 상대할까

그러나 10년 만에 찾아온 기회가 조금은 차질을 빚어지게 됐습니다. '캡틴'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 오른쪽 무릎 통증이 재발하면서 조광래 감독이 선수 보호 차원에서 출전시키지 않기로 했기 때문입니다. 이 사실은 경기 전날 오후에야 조광래 감독의 발언을 통해 나온 것이어서 많은 사람을 당황시켰다고 전해지고 있는데요. 어쨌든 이번 경기에서 박지성을 중앙 미드필더로 활용해 변화를 주려고 한 계획은 없던 것이 되고 말았습니다. 당연히 아시안컵을 앞두고 마지막 시험을 펼쳐보려 했던 조광래 감독 입장에서는 아쉽게 됐습니다.

상황이 이렇게 되면서 과연 박지성 없는 중원이 어떻게 운영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조광래 감독은 박지성의 대체자로 윤빛가람을 거론하며 기대감을 나타냈는데요. 중앙에 대체 자원이 많은 만큼 크게 문제될 것은 없다는 얘기인데 과연 윤빛가람이 그 역할을 충분히 소화해낼 수 있을지 주목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사실 박지성을 중앙으로 돌리면서 훈련하는 과정에서도 움직임이나 위치 선정에서 다소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 원래 중앙 미드필더로 활약했던 윤빛가람이 탄탄한 일본 중원을 상대로 어떤 영리한 경기 운영을 펼칠지 지켜봐야 하겠습니다.

만약 윤빛가람이 제 몫을 다 해내지 못한다면 기성용이나 구자철, 신형민 등이 대체 자원으로 꼽히고 있으며 최성국, 유병수 등이 최전방 섀도우로서 박지성의 자리에 들어갈 수도 있습니다. 다양한 카드가 거론되는 가운데 어쨌든 허리의 중심 역할을 해내야 하는 중앙 미드필더의 활약, 그리고 박지성의 공백을 얼마만큼 메우느냐가 이번 경기의 성패를 좌우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포어 리베로 조용형을 주목하라

▲ 조용형 선수 ⓒ연합뉴스
중앙 미드필더와 더불어 이번 경기의 핵심 관전포인트로 꼽히는 중앙 수비 운영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조광래 감독은 이번 한일전에서 제대로 된 '포어 리베로' 시스템을 가동하겠다는 뜻을 밝혔는데요. 그러면서 과거 홍명보가 맡았던 '리베로(Libero)'가 다시 부활하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오고 있습니다.

정확하게 포어 리베로는 평시 수비 위치에서 일자 수비 형태를 유지하다가 공격 때 미드필드까지 전진해 공격을 돕는 것은 물론 공격의 핵심 선수를 마크하는 등 수비형 미드필더 역할을 맡는 중앙 수비수를 의미합니다. 다시 말해 중앙 수비수와 수비형 미드필더를 동시에 수행하는 것으로서 본래 리베로보다 공격적이고 앞으로 전진한다는 뜻에서 'Fore'를 붙여 '포어 리베로'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이 포어 리베로의 움직임에 따라 스리백 형태를 보일 때도 있고 공격으로 이동할 때는 양쪽 윙백들이 수비로 내려와 포백 형태를 띄기도 하는데요. 잘만 활용하면 공격 축구와 수비 안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습니다. 그런 반면 선수들 간의 약속된 플레이와 호흡이 중요하고, 포어 리베로의 경기력, 경기 지능도 어느 정도 갖춰져야 한다는 부담도 있는 게 사실입니다.

이 역할을 조광래 감독은 조용형(알 라얀)에게 맡기기로 했습니다. 조광래 감독 부임 후 이렇다 할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던 조용형이지만 안정적인 수비 능력과 경험 뿐 아니라 공격 면에서도 최전방으로 찔러주는 롱패스가 일품인 것을 보고 조용형이 이 역할을 잘 맡을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조용형의 대안으로 황재원(수원 삼성)과 홍정호(제주 유나이티드)도 거론되고 있는데요. 어쨌든 이번 경기의 핵심 포지션으로 꼽히는 포어 리베로를 중앙 수비 자원들이 얼마만큼 잘 해낼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할 것입니다. 포어 리베로가 제몫을 다 한다면 조광래 감독이 추구하는 아기자기한 플레이도 상당히 많이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도 가져볼 만합니다.

박주영의 조커를 눈여겨보라

조광래호의 가장 큰 약점으로 거론되는 공격수들의 득점포 가동도 관심 있게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현재 대표팀의 붙박이 스트라이커로 뛰고 있는 박주영(AS 모나코)의 필드골 기록도 흥미롭게 봐야 하겠지만 그보다 아시안컵에서 박주영과 함께 공격의 선봉에 나설 만한 대안 또는 조커가 누가 될지를 봐야 할 것입니다.

후보로는 현재 K-리그 득점 선두를 달리고 있는 유병수(인천 유나이티드)와 하루가 다르게 기량이 성장하고 있는 이승렬(FC 서울) 등을 꼽을 수 있습니다. 두 선수 모두 활기찬 플레이와 득점력을 갖춰 대표팀에서의 경험만 쌓는다면 4년 뒤 월드컵에서 좋은 활약을 펼칠 공격 자원으로 꼽히고 있는데요. 일단 박주영이 선발로 나선 뒤 경기가 잘 안 풀릴 때 이들이 투입돼서 경기 흐름을 바꾸는 역할을 소화하거나 골을 터트리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그만큼 조광래 감독이 고민했던 부분도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보여 박주영 외의 공격 자원들이 얼마만큼 활약을 보여줄지 유심히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탄탄해진 자케로니 재팬 어떨까

▲ 10일 오후 파주NFC(대표팀트레이닝센터)에서 한국과의 평가전을 앞두고 열린 일본팀 연습에서 가가와 신지가 가볍게 몸을 풀고 있다. ⓒ연합뉴스
우리의 전력을 살펴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상대팀 일본의 전력을 지켜보는 것도 경기를 지켜보는데 흥미롭게 다가올 것입니다. 이탈리아 세리에A에서 나름대로 잔뼈가 굵은 자케로니 감독 부임 이후 일본은 확실하게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면서 지난주 아르헨티나와의 평가전에서 1-0 승리를 거두는 이변을 일으키며 주목받았습니다. 전 선수들이 적극적으로 상대를 압박하고 빠르고 정확한 공격 전개를 펼치면서 남아공월드컵 때보다 확실히 달라진 스타일과 경기력을 보여줬는데요. 특히 중앙 미드필더로서 위협적인 능력을 갖고 있는 혼다 케이스케, 왼쪽 측면에서 상대 측면 공격을 효과적으로 봉쇄한 나카토모 유토와 같은 선상에서 적극적인 공격과 과감한 슈팅이 돋보였던 '신예' 카가와 신지의 기(氣)를 어떻게 꺾느냐가 한국 입장에서는 원활한 경기를 펼치는 데 관건이 될 것으로 생각됩니다. 아울러 탄탄함을 자랑하는 일본 수비진을 어떻게 넘어서느냐도 문제입니다.

개인적으로 중앙에서 공격을 이끌 혼다 케이스케보다는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데뷔부터 위협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카가와 신지를 이번 한일전 요주의 인물로 꼽고 싶습니다. 세레소 오사카에서 지난해 J2리그 득점왕에 오른 뒤 올해도 좋은 모습을 보여주다 독일 분데스리가 보루시아 도르트문트로 이적한 카가와 신지는 거침없는 돌파와 과감한 슈팅을 앞세워 데뷔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주축 멤버로 자리매김했습니다.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면서도 기복이 없는 것이 눈에 띄는 카가와 신지는 분명히 이번 대결에서도 마찬가지고 앞으로도 만날 때마다 경계해야 할 선수임에 틀림없습니다. 몇몇 주축 멤버들의 부상이 있음에도 일본이 자신감을 갖고 이번 한일전에 임하는 이유는 바로 카가와 신지가 있기 때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라고 하는데요. 어쨌든 이전 두 번의 경기와 다른, 그러면서 기량 좋은 신예들이 대거 발탁됐다는 것에 한국 축구는 어느 정도 경계심을 갖고 이번 경기에 나설 필요가 있습니다.

조광래 감독의 진정한 시험 무대, 홈팬들을 열광시켜라

지금까지 다양한 관전포인트를 살펴봤지만 중요한 것은 이번 경기가 홈에서 열린다는 점입니다. '대한민국'의 함성을 등에 업고 여러 가지로 유리한 조건에서 경기를 펼친다는 것을 조광래호 축구대표팀은 유념할 필요가 있습니다. 박지성이 빠지긴 해도 어느 정도 최정예 멤버로 갖춰진 이번 경기가 어떻게 보면 조광래 감독의 진정한 시험무대가 될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여러 가지 부담감이 있겠지만 올 한 해를 총결산한다는 생각으로 하고자 했던 경기를 펼친다면 충분히 2010년 가을 밤 상암벌을 뜨겁게 달굴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남아공월드컵 16강 진출이라는 올 한 해 성과를 총결산하고, 3개월 뒤 열리는 아시안컵을 대비하는 차원에서 열리는 이번 경기에서 기분 좋은 승리, 통쾌한 경기를 펼치는 태극전사들의 활약을 기대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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