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2019년도 정부 예산을 심사하는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가 진행 중이다. 법정시한인 30일까지 예산 심사가 끝날 가능성은 적다는 분석을 담은 언론보도가 적잖이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JTBC는 관련 보도 과정에서 예결위 소위 녹취 일부를 공개했다. 이에 대해 예결위가 법적대응 검토와 예결위 풀단 제외 등을 논의하겠다고 반발했고, JTBC는 실제 풀단에서 제외됐다. 그러나 과도한 제재라는 지적과 함께 언론자유 침해의 소지가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결국 근본적인 문제는 국회 회의의 폐쇄적 운영에 있다는 지적이다.

▲30일 오전 열린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예산안조정소위원회의에서 자유한국당 안상수 위원장(가운데)이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29일 JTBC는 <예산심사 회의록엔 "보류" "보류"…올해도 시한 넘기나> 리포트를 보도했다. JTBC가 예결위 소위에서 '보류'되는 예산이 많으며, 자칫 비공개 회의로 넘어가 밀실협상이 이뤄질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JTBC는 "국회 회의록과 회의실에서 국회 관계자가 녹음한 내용을 풀어봤다"며 "고성과 항의가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었는데, 이런 가운데 지난 일주일동안 '보류'라는 단어가 273번이나 등장했다"고 지적했다. JTBC는 "소위에서 보류시킨 내용은 회의 내용이 아예 공개가 안 되는 '깜깜이 회의'로 넘어가기 때문에 민감한 것은 밀실에서 정하겠다는 게 아닌지 당연히 의구심이 드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JTBC는 26일 진행된 예결소위 녹취 일부를 공개했다. 주로 여야 예결위원들이 대치하는 내용이었다. JTBC는 녹취를 소개하며 "여러 위원의 목소리가 뒤엉켜 회의장이 떠들썩하다"며 "강한 대치는 심사 결과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JTBC의 해당 보도가 나간 후 안상수 예결위원장(자유한국당)은 유감을 표명했다. 안 위원장은 "우선 JTBC에 강력한 유감을 표시하지 않을 수 없다"며 "예결위 행정실에서 국회 공보실과 공조해 진상조사와 앞으로 사후 대책, 고발을 할지 등에 대한 검토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안상수 위원장은 "JTBC에 대해서는 우리 풀단에서 배제하는 것을 비롯해 어떤 제재를 할 것인지 공보에서 검토할 것"이라며 "우리 위원회에서도 다시 한 번 JTBC 방송에 대해 강력히 항의를 표시하면서 앞으로 국회와 함께 대처해 나갈 것을 약속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JTBC는 예결위 풀단에서 배제됐다. 국회사무처가 기자들에게 공지한 내용을 살펴보면 ▲풀로 들어가 있던 기자가 녹음한 것은 아니었고 ▲출입기자가 아닌 자가 위원회 회의에 대한 녹음·녹화 등 촬영을 하기 위해서는 위원장 허가를 받도록 돼있음에도 사전에 허가를 득한 자가 없으며 ▲JTBC가 방송한 파일은 규칙에 위반해 녹음된 것이란 내용이다. 앞으로 JTBC는 예결위 풀단에서 제외될 것이며, 향후 결산, 추경, 예산소위 취재에서도 배제할 것이란 점도 밝혔다. 이 같은 결정은 국회 예결위 차원에서 내려졌다. 취재 결과 예결위가 JTBC의 제재를 결정해 행정실에 지시했고, 미디어담당관실에 협조를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JTBC 보도를 두고 벌어진 일련의 상황이 언론자유 침해의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문제로 지적된 26일 예결소위는 기자들에게는 비공개가 아니었다. 실제로 당시 회의에 풀단에서 기자를 보냈다는 것도 기자들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확인된다. 공개된 회의 내용을 음성으로 보도했다는 이유만으로 JTBC를 취재에서 배제하는 것은 지나친 처사로 판단된다.

또한 소위원회를 녹음한 주체는 JTBC 기자가 아닌 국회 관계자로 보인다. JTBC는 "국회 관계자가 녹음한 내용"이라고 밝혔다. 분명 취재 과정에서 불법적으로 얻은 자료를 보도하는 것에 대한 논란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국민의 알 권리 차원에서 공공의 이익에 부합하는 내용인가에 대해서는 따져볼 필요가 있다.

국회 회의 내용이 일부 공개된 것에 대해 국회가 민감하게 반응한 것도 문제다. 국회가 소위원회 녹취 일부 공개에 반발한 결국에는 국회의 폐쇄성에 있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국회의 회의는 정보위원회 등 국가 안보와 관련된 사안에 대한 것을 제외하고는 공개하는 것이 원칙이다. 소위원회도 다르지 않다. 국회법 57조 5항은 "소위원회의 회의는 공개한다. 다만, 소위원회의 의결로 공개하지 아니할 수 있다"고 돼 있다. 조문을 뜯어보면 단서조항으로 비공개를 할 수 있지만 원칙은 공개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실제로 국회를 취재해보면 소위원회는 비공개되는 경우가 대다수다. 단서조항이 원칙보다 더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는 셈이다. 이에 대한 국민의 비판은 거세다. 국민의 혈세가 어디에 쓰이는 지 국민이 제대로 알 수 없는 지경에 이르기 때문이다. 2019년도 정부의 세금 사용 계획을 검토하는 예결위의 내용이라면 더욱 보도 가치가 있다. 예결위원장이 따로 공식석상에서 언급할 정도의 일이었는지 의문이란 얘기다.

안상수 위원장이 직접 JTBC의 제재를 언급하고 예결위 차원의 지시가 내려간 것도 문제다. 풀단은 기자들 자율에 따라 운영돼야 하는 것이 원칙이기 때문이다. 물론 풀단이 예결소위 취재를 들어간 상황에서 JTBC가 굳이 음성을 얻어내 보도를 했어야 했는지는 의문이다. 풀단에는 다른 방송사 기자들도 있을 것이고, 이들도 음성을 보도에 첨부하고 싶은 유혹을 느꼈을 수 있다. 풀단이 기자들 간의 협약 성격을 띠는 만큼 다른 기자들에 대한 존중이 부족했다는 지적은 나올 수 있다. 그러나 안 위원장이 직접 "풀에서 배제하는 것을 비롯해 어떤 제재를 할 것인지 공보에서 검토할 것"이라고 말한 것은 언론자유 침해의 소지가 있다.

정연우 세명대 광고홍보학과 교수는 "내용을 불법으로 입수해 공개했다면 논란의 소지가 있을 수 있지만, 행태를 지적한 것은 당연히 할 수 있는 보도라고 생각한다"며 "그 안에서 논의된 내용을 구체적으로 드러낸 것이 아닌 보류 행태를 지적한 것은 언론이 해야 할 일"이라고 밝혔다. 정 교수는 "국회, 정부, 재벌 등에 대한 감시와 견제 역할을 하는 기능 중의 일환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정연우 교수는 "풀단은 언론사 쪽에서 기자들끼리 양해를 구하는 협약 성격의 사항인데 그걸 취재원 쪽에서 빼라 넣어라 언급한 것은 기본적으로 국회나 정부기관에서 언론자유를 자신들 마음대로 통제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며 "언론자유에 대한 중대한 도전"이라고 비판했다.

하승수 세금도둑잡아라 공동대표는 "엄밀하게 따지면 일부에게는 회의를 공개한 것이기 때문에 그걸 안상수 위원장이 지적하는 것은 큰 취지에서 봤을 때 과한 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하 공동대표는 이번 논란의 근본적 원인으로 국회의 폐쇄성을 짚었다. 하 공동대표는 "이런 일이 벌어진 이유도 국회가 회의를 제대로 공개를 안 해서다"면서 "국회가 소위원회 중심으로 바뀌었기 때문에 소위원회를 제대로 공개하지 않는 것은 회의 공개의 원칙과 맞지 않다. 원래는 소수 언론이 아닌 방청까지도 허용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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