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국제영화제가 한창인 지난 토요일에 <워리어스 웨이>의 제작보고회 현장에 다녀왔습니다.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부산국제영화제가 열리면 이런 점도 참 좋습니다. 으레 제작보고회니 뭐니 중요한 행사는 죄다 서울에서만 열리는데 일 년에 딱 한번, 부산국제영화제가 열리는 기간 동안에는 이렇게 멀리 가지 않아도 얼마든지 참석할 수 있으니까요. 덕분에 작년에는 개봉에 앞서 <아바타>의 스페샬 영상을 미리 봤고 올해는 <워리어스 웨이>의 제작보고회에 초대를 받았습니다. 뭐 어차피 주말은 피하려고 영화 예매도 안 했겠다, 얼른 가겠다고 말씀드리고 홀가분하게 다녀왔습니다. ^^

<워리어스 웨이>의 제작보고회가 열리는 해운대 그랜드 호텔에 도착해 프레스 카드를 받고서도 입장을 기다려야만 했습니다. 워낙 많은 취재진들이 몰려오는 바람에 선착순으로 입장을 한다더군요. (아마 취재신청을 한 순서대로 입장을 하는 것 같았습니다) 저를 포함한 일행들은 걱정했던 것보다 빨리 들어가긴 했는데, 막상 들어가서 보니 저희들에겐 선착순이 아무런 의미가 없었습니다. 앞쪽에는 죄다 언론사 기자들이 자리하고 블로거들 몇 명은 제일 마지막 줄 -_-;;; 그래도 장동건이랑 배리 오스본의 얼굴을 한번 볼 수 있다는 것에 의의를 두고 만족했습니다!

약 4시 10분에 이주익 대표님의 인사말을 필두로 <워리어스 웨이>의 제작보고회가 시작됐습니다. 그 전까지 저는 느려터진 무선 인터넷을 붙잡고 블로그에서의 생중계를 진행하느라 노심초사, 안절부절못하고... 예고까지 해놨는데 생중계 못하면 욕만 바가지로 먹는 거 아닐까 하고 무지 걱정했었죠. 근데 실제로 지켜보신 분들은 거의 없으셨던 듯 ㅎㅎㅎ

이주익 대표님은 자신과 배리 오스본의 오랜 인연을 잠시 소개하는 것으로 간단히 끝내고 곧장 마이크를 넘겼습니다!

이어서 무대에 오른 사람은 <반지의 제왕, 매트릭스> 등을 제작해 아카데미상을 수상한 배리 오스본. 사실 비의 팬들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닌자 어쌔신>에 주목하게 됐던 이유가 제임스 맥티그 감독 그리고 제작자 워쇼스키 형제임을 감안하면 <워리어스 웨이> 또한 배리 오스본의 무게감이 큰 역할을 할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일단 저부터 <워리어스 웨이>가 연출 데뷔작인 이승무 감독님과 장동건 만을 앞세운 것보다는 기본적인 신뢰도가 좀 더 높아졌습니다.

배리 오스본은 한국과의 특별한 인연을 소개하기도 했는데, 1968년에 주한미군으로 근무했었다고 합니다. 그때 덕수궁에서 한 영화의 촬영현장을 보고는 영화에 대한 꿈을 키웠다더군요. 그 이후에도 몇 차례 한국을 방문했었답니다.

배리 오스본이 <워리어스 웨이>를 제작하게 된 데는 이주익 대표님의 역할이 컸습니다. 오래 전부터 두 사람은 친분이 있던 사이였는데 하루는 이주익 대표님께서 몇 편의 시나리오를 건네주더랍니다. 그 중에서 가장 맘에 들었고 제작을 하겠다고 맘을 먹었던 작품이 <워리어스 웨이>였습니다. 동, 서양이 조화를 이루고 있는 면이 맘에 들어서 꼭 한번 영화화해보고 싶었다고 하더군요. 그리고 이건 제작보고회의 막바지에 들은 얘긴데 이주익 대표님께서 일부러 다른 시나리오와 함께 섞어서 전달했었다고 합니다. 과연 배리 오스본이 어떤 작품을 고르나 내심 지켜보고 싶었다고 하네요. 결과적으로 두 사람 다 공통적으로 <워리어스 웨이>를 맘에 들어 했으니 시나리오의 완성도는 꽤 높은 것 같습니다.

장동건에 대해서는 시종일관 칭찬이 자자하더군요. 이주익 대표님과 함께 호주 멜번에서 처음 봤을 때부터 전사의 기질이 엿보였다, <워리어스 웨이>의 초반부에는 냉혹한 암살자였다가 후반부로 가면서 사랑에 빠지는 캐릭터의 변화를 잘 표현해줬다, 장동건의 이전 출연작들을 보면서 성공을 확신했다, 그의 외모는 할리우드에서 먹히는 스타일이다 등등. 영화가 성공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 두 가지가 시나리오와 캐스팅인데 <워리어스 웨이>는 그 두 가지 모두에서 만족한다는 말까지 덧붙였습니다. 제 말대로 배리 오스본 정도 되는 사람이 저런 말을 하니까 일단 신뢰감이 생기죠? ㅎㅎ

본격적인 촬영을 앞두고는 로케이션 장소를 물색했으나 결국 영화와 부합할 만한 장소를 직접 찾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고 느껴 절반은 세트에서, 나머지 절반은 CG로 구현했다고 합니다. 실제로 제작보고회에서 상영한 영상을 보면 그러한 제작과정이 엿보였습니다. 화질이 깨끗하지 않아 확신은 못하겠지만, 제가 본 바로 CG는 만족할만한 수준이었습니다.

자, 이제 <워리어스 웨이> 제작보고회의 하이라이트인 장동건의 등장입니다. 역시나 장동건이 무대에 오르자 그 어느 때보다도 많은 플래쉬 세례를 받았습니다.. 기자분들도 사실은 장동건을 보러 오신 거였어요. 그도 그럴 것이 득남 이후에 장동건이 모습을 드러내는 최초의 공식행사다 보니 영화뿐만 아니라 연예부 기자들까지 죄다 몰려오실 만했습니다.

그런데... 참 오랜만에 보는 장동건이었지만 전혀 달라진 게 없었습니다. 도대체가 나이를 거꾸로 먹는 건지 예전에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에서 봤을 때랑 똑같았어요... 그러다 보니 제 머리 속에서는 자연스레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 인간은 운동복을 입고 슬리퍼를 질질 끌고 나와도 광채가 나겠구나"

배리 오스본과 함께 포즈를 취한 장동건

왼쪽부터 이주익 대표님, 이승무 감독님, 배리 오스본, 장동건

네 분이 모두 참석한 가운데 기자 간담회가 시작됐습니다. 중간에는 이번 제작보고회를 위해 특별히 제작한 <워리어스 웨이>의 8분짜리 영상이 상영됐었습니다. 미국 본사 쪽에서 11월부터 본격적인 프로모션을 앞두고 있어서 반대가 꽤 심했지만 부산국제영화제의 위상을 설명하고 유출이 될 염려도 없다고 안심시킨 후에야 허락을 얻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 영상이 상영될 때에는 일체 촬영이 불가했습니다. 그 얘긴 뒤로 하고 잠시 장동건의 사진 몇 장 감상하시죠 ^^;

이 자리를 빌어 망원렌즈를 기꺼이 빌려주셔서 장동건의 용안을 찍게 도와주신 레드써니님께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수줍은 미소... 아마 자기 칭찬하는 거 듣고 저랬던 듯...

장동건은 확실히 아들을 얻은 게 무지 기쁜 듯이 보였습니다. 장동건 정도의 스타라면 이런 자리에서 사적인 질문은 받지 않는 것이 보통인데, 한 기자가 아들에 대해 묻자 아무런 거부감 없이 흔쾌히 대답해주더군요. 그것도 만면에 웃음꽃이 활짝 피면서 아들 자랑을 늘어놓기 시작하는데... 아들이 엄마와 아빠를 골고루 닮았다, 이목구비가 뚜렷하다, 병원에서도 보기 드문 미남이라고 하더라 등등, 이 몇 마디의 말을 하는 내내 어찌나 좋아하던지 제가 다 부럽더이다 -_-;

다른 기자분께서 배우로서 더 이루고 싶은 게 뭐냐고 물으니까 뜬금없이 "둘째"라고 말하면서 또 입이 찢어지게 웃더군요. 여기서 다들 빵 터졌어야 하는데... 죄다 무슨 말인지 못 알아듣고 분위기가 갑자기 숙연해지고 말았습니다 ㅋㅋㅋ

아, 그리고 아들의 이름은 현재 세 가지를 놓고 고민 중이라고 합니다.

이승무 감독님은 <워리어스 웨이>를 좀 더 무국적에 가까운 영화로 만들고 싶었다고 합니다. 한 기자분이 이런 류의 영화(칼잡이)를 보면 일본이나 중국을 떠올리게 되는데 <워리어스 웨이>의 무술은 어디에 주안점을 두고 촬영했냐고 물으시자 그런 말씀을 하셨어요. 자신은 의상과 액션 등의 모든 것을 통해 특정 국가가 아닌 동양의 판타지를 표현하고 싶었다고 합니다. 또한 무게감이 지나치게 커질 수 있을 것 같아서 역사성은 최대한 배제하려고 했다더군요.

장동건은 아카데미상까지 수상한 제프리 러쉬와의 작업에 큰 의의를 두고 있으며 해외배우들과의 작업이 처음은 아니라 <워리어스 웨이>의 촬영에도 큰 문제는 없었다고 했습니다. 이왕이면 제프리 러쉬나 케이트 보스워스도 같이 오지...

일단 개인적으로는 <워리어스 웨이>의 성공 전망에 대해 아직까지 반반입니다. 오프닝이 되는 씬의 완성도는 기대 이상으로 상당히 높았습니다. 영상 중간에 보면 장동건을 쫓아온 암살자 집단의 멤버들(흑풍회가 연상됩니다)과 서부의 무법자들 사이에서 혈투가 벌어지는데, 그것도 그럭저럭 색깔은 괜찮아 보이긴 하더군요. 다만... <워리어스 웨이>는 소재 자체가 퓨전이다 보니 우리나라는 물론이고 해외의 관객들에게도 자연스레 받아들여질지 의문입니다.

현재로서는 미국에서 최소 1,500개 이상의 극장에서 개봉하고 반응에 따라 2,500~3,000개까지 늘릴 계획이라고 합니다. 솔직히 동양인 감독이 연출하고 동양인 배우가 주연한 영화라 아무래도 쉽지 않은 도전이 될 것 같습니다만, 배리 오스본과 제프리 러쉬, 케이트 보스워스, 대니 휴스턴까지 가세했으니 조금 더 기대를 걸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여담이지만 배리 오스본은 굉장히 털털한 분이신 것 같더군요. 이날 진행을 맡은 김시원 씨가 '리허설에도 빠짐없이 참석하셔서 성실하게 임해주셨다'고 했는데, 나중에 끝나고 보니 행사장에 마련된 간단한 먹거리를 다른 사람들과 함께 뒤섞여서 드시고 계셨습니다. 장동건과 이승무 감독님 등은 안 보이던데 ㅎㅎ 가서 악수라도 청할 걸 아깝네요 -_-;;

영화가 삶의 전부이며 운이 좋아 유럽여행기 두 권을 출판했다. 하지만 작가라는 호칭은 질색이다. 그보다는 좋아하고 관심 있는 모든 분야에 대해 주절거리는 수다쟁이가 더 잘 어울린다.
*블로그 : http://blog.naver.com/nofeetbi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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