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윤수현 기자] 네이버가 연예·스포츠 섹션의 기사를 배치할 때 전문매체에 가산점을 두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네이버가 연예·스포츠 전문매체 기사를 일반 매체의 관련 기사보다 더 좋은 자리에 배열한다는 뜻이다.

맹성현 네이버 뉴스 알고리즘 검토위원회 위원장(카이스트 교수)은 29일 ‘알고리즘 검토 결과 발표회’에서 네이버가 연예·스포츠 분야의 전문매체에 기사 배열 가산점을 주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맹성현 위원장은 “연예·스포츠 뉴스에서 우선순위를 결정하는 기준은 기사의 분량과 형태, 업데이트 시간이 요소로 작용한다”면서 “각 분야의 전문매체는 가산점을 더 준다”고 밝혔다.

▲맹성현 네이버 뉴스 알고리즘 검토위원회 위원장 (사진=미디어스)

일반 뉴스 기사 배열에선 전문매체에 대한 가산점을 적용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맹성현 위원장은 “매체 전문성은 일반 뉴스검색 서비스와 에어스(인공지능) 편집에서는 반영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다만 일반 매체의 평판에 따라 기사 배열에 가점이 있냐는 플로어의 질문에는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김용찬 위원(숙명여대 교수)은 “구글에서 키워드를 검색하면 가장 먼저 나오는 언론사는 누구든지 알법한 뉴욕타임스나 가디언 등”이라면서 “구글의 알고리즘은 언론사의 평판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것”이라고 설명을 대신했다.

김용찬 위원은 “뉴스 플랫폼 회사(네이버)로 들어오는 언론 기사를 평평한 상태에서 배열할 것인지, 기존 머릿속에 들어있는 평판에 비중을 둬 고유 뉴스를 생산하는 언론사 기사를 먼저 배열할 수 있도록 할 것인지는 예민한 문제”라면서 “그런 부분을 검토했지만 (그 부분 보다) 중점적으로 본 것은 앞으로 시행할 알고리즘이 공정성을 침해할 요소가 있는지에 대한 것”이라고 즉답을 피했다.

맹성현 위원장은 “각 언론사마다 이해관계가 있고, 의견이 갈리는 부분이 있다”면서 “현재 어느 정도로 (매체 평판에 따른)비중을 뒀는지는 구체적으로 말할 수 없지만, 공정성 문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고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네이버 뉴스 알고리즘 시스템에 대해선 긍정적인 평가를 했다. 검토위는 네이버의 뉴스 알고리즘이 ▲어뷰징 기사를 효과적으로 막아주고 ▲필터버블을 제어하며 ▲인간 편집자의 개입을 원천 차단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네이버 뉴스 알고리즘 검토위원회의 이같은 평가가 실제 환경과 얼마나 부합하는지는 따져볼 문제로 판단된다.

맹성현 위원장은 “지난해 네이버에서는 ‘스포츠 뉴스 배열 조작 청탁 사건’이 있었고 올해에는 정치 댓글 조작 사건(드루킹 사건) 등이 있었다”면서 “이에 따라 외부 인원으로 구성된 검토위원회가 발족했다”고 설명했다. 맹성현 위원장은 “검토위 위원들이 더 질문할 게 없을 때까지 검토했다”고 밝혔다.

맹성현 위원장은 네이버 알고리즘 뉴스 배열이 어뷰징 기사를 막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맹성현 위원장은 “이용자가 특정 키워드를 네이버에서 검색하면 알고리즘이 관련 뉴스를 배열해준다”라면서 “관리자의 개입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맹성현 위원장은 “알고리즘은 ‘어뷰징 점수’를 반영하고 있다”면서 “어뷰징 점수는 낚시성 기사를 제공하는 언론사의 기사 품질을 낮춘다”면서 “어뷰징 점수를 언론사와 기사 단위로 부과하여 잠재적인 언론사 역차별을 방지하는 효과도 있다”고 설명했다. 맹성현 위원장은 “어뷰징 행동이 중지되면 점수가 정상화 된다”고 밝혔다.

알고리즘이 필터버블을 방지하는 효과도 있다고 설명했다. 필터버블은 맞춤형 정보로 인해 이용자가 필터링된 정보만 접하게 되는 현상을 뜻한다. 맹성현 위원장은 “알고리즘은 이용자가 원하는 것뿐 아니라 다양성 있는 기사를 제공하고 있다”면서 “(필터버블과 관련한) 문제는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다양성’이 뭘 뜻하는지는 명확하게 설명하지 않았다.

▲네이버 뉴스 알고리즘 검토위원회가 29일 개최한 네이버 알고리즘 검토 결과 발표회 현장(사진=미디어스)

맹성현 위원장은 “특히 에어스의 뉴스 편집과 사람 편집자의 뉴스 편집 데이터를 비교했을 때 에어스를 통해 제공되는 기사의 다양성이 더 크다는 것을 확인했다”면서 “알고리즘은 다양한 기사를 접할 수 있게 설계됐다”고 밝혔다.

맹성현 위원장은 “전체적으로 데이터의 공공성·투명성 부분에서 (네이버 뉴스 알고리즘 시스템은) 부정적 시각으로 볼 게 없었다”면서 “다만 검색의 다양성이나 균형성과 관련한 평가 방법을 만들 것을 권고한다”고 말했다. 맹성현 위원장은 “뉴스 서비스 전반에 걸친 알고리즘을 공개한 것은 세계 최초의 시도이며 매우 고무적인 일”이라면서 “그러나 인간편집과 AI기술의 조합이 선호되는 만큼 좀 더 다각적인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네이버 뉴스 알고리즘 검토위원회는 지난 5월 29일 활동을 발족하고 활동을 시작했다. 검토위원회 위원은 맹성현 카이스트 교수, 고영중 동아대 교수, 박혁로 전남대 교수, 이지형 성균관대 교수, 주재걸 고려대 교수, 차미영 카이스트 교수, 장윤금 숙명여대 교수, 송민 연세대 교수, 김용찬 연세대 교수, 조재희 서강대 교수, 유경한 한국외대 교수 등이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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