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타블로 논란이 종결된 듯합니다. 왓비컴즈에 대해서는 인터폴에 수사를 요청한 상태이고, 왓비컴즈 스스로는 "카페를 판다"느니, "억울하다"느니 잠재설이 돌기도 하고, 회원들에게는 "변호사를 알아보라"느니 이런 허튼 소리를 하고 있습니다.

불과 몇 주 전만해도 "이명박 대통령도 내 앞에 고개 숙일 것"이라고 말하던 당당한 왓비컴즈는 원래도 그렇지만 더 초라하고 더 비겁한 사람이 되어버리고 말았습니다. 왓비컴즈를 제외한 나머지 타진요 운영들은 왓비보다 오히려 더 처참한 상태에 놓여 있습니다. 정작 대장이라고 할 수 있는 왓비는 자신을 감추는데 자신들은 경찰에 정체가 드러났기 때문입니다. 이제 그들은 법적 처분을 받기를 기다리고 있는 상태겠지요.

아무튼 사건은 이렇게 종결되었지만 아직도 뒤끝이 씁쓸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18만명의 "타진요" 회원들 중 사실 적어도 10만명 이상은 유령회원이라고 봐도 무방할 것입니다. 타진요의 주장리 궁금해서 가입한 사람, 도대체 왓비가 어떤 사람인지 알고 싶어 가입한 사람 등등... 사실 80%~90%가 된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지요.

타진요 안에서 솔직히 골수분자 타진요라고 할 수 있는 사람은 아마 1000명 이내일 것이라 생각합니다. 헌데 이 20명만 처분을 받는다면 나머지 사람들은 어떻게 될까요? (유령회원들이 아닌 타블로를 신랄하게 비방해왔던 사람들...) 그냥 이대로 언제 그랬냐는 식으로 또 묻혀버리고 말겠죠?

도대체 왓비컴즈는 왜 그런 짓을 하고 왜 이렇게 당당했던 것일까요? 여러 가지 복합적인 이유가 있겠지만 그가 큰소리 칠 수 있었던 이유는 미국에 거주하고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즉 익명성도 익명성이지만 만약에 IP추적 당한다고 해도, 그가 잡힐 확률은 적다고 생각한 것이지요.

지금 솔직히 사이버 테러와 관련해서 잡힌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요? 사이버테러로 감옥에 가는 경우는 드물고 드문 케이스입니다. 그도 그럴만한 것이 30만명이 욕했다고 30만명을 다 추척하기는 쉽지 않을 뿐만 아니라, 그 중 몇 명만 잡는다고 해도 엄청난 비용과 시간, 노력이 요구되기 때문이지요.

한국에 산다면 그나마 1/1000분, 1/10000의 확률로 잡힐 가능성이 있다지만, 머나먼 미국땅이나 해외에 거주하고 있다면 그럴 가능성은 더욱더 희박하지요. 더욱이 왓비컴즈처럼 미국 시민권자라도 된다면 더더욱 그러합니다. 대체로 미국이란 나라는 (어느 나라나 안 그러겠습니까만...) 자기 시민들을 보호하는 면에서 굉장히 철저하거든요.

지금 인터폴에 신청을 했다지만 사실 그 결과가 어떻게 될지는 궁금합니다. 스탠포드에서 지원사격을 해줄지 모르지만, 미국 땅덩어리가 좀 넓은 게 아니라 더더욱 힘들 겁니다. 제가 살고 있는 Atlanta가 있는 Georgia주만 해도 남한과 북한을 합친 것보다 큰데, 이 주가 미국에서는 가장 큰 주가 아니라는 점이지요. 숨으려면 얼마든지 숨을 수 있는 그런 곳이 미국입니다.

인터넷에 글 쓸 때 누구나 다 쉽게 하는 ‘설마 잡히겠어?’라는 생각이 왓비컴즈를 저렇게 만드는 데 힘을 실어준 것입니다. 특히 해외거주자인 그는 ‘설마 미국까지 날 잡으러 오겠어?’하는 생각에 더 심했던 것 같구요. 실제로 이번 사건도 인터폴이 협력해주고 미국정부가 협력해주지 않으면 왓비는 사실상 놓친 것이라고 봐도 틀린 말은 아니겠지요. 그리고 협조해준다고 해도 IP 추척에는 한계가 있는 것이라 현실적으로 그 가능성이 얼마나 희박한지를 생각해보면 답답할 뿐입니다.

제가 하고 싶은 말은 "현실은 이러니 숨어라"가 아닙니다. 익명성과 추척하기 쉽지 않다는 점을 악용해서 무책임하게 악플을 다는 문화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지요. 꼭 법으로 제재를 받아야 안 하는, 그러한 사고 방식이 정말 큰 문제이지요.

타블로 사건은 "익명성"을 이용해서 멀쩡한 사람을 사기꾼이자 쓸모없는 사람으로 만들 수 있는지 절실히 보여준 사건이었습니다. 또한 사람들이 얼마나 무책임하게 글을 쓰며, 자기가 쓴 글을 얼마나 안이하게 생각하고 있는지도 느끼게도 해주었습니다.

이 문제는 인터넷 실명제를 실시나 법적인 제재로 끝날 문제는 절대로 아닙니다. 네티즌의 마인드가 바뀌어야 바로잡힐 수 있는 문제이지요. 그래서 제목에 누구나 제 2의 왓비컴즈가 될 수 있다고 써놓은 것입니다. 사람들의 정신이 바뀌지 않고 그 정신으로 "나는 안 잡힐꺼야~ 이름도 모르고, 추척하기도 어려운데 어때~?"하는 사고 방식이 변하지 않는다면, 그리고 인터넷에서 악플을 질러놓고 사라져 버릴 수 있다는 마인드가 존재하는 한 누가 또 "제2의 왓비컴즈"가 될지는 모릅니다. 가장 중요한 건 네티즌 자신의 마음가짐입니다. 그것이 바뀌지 않는다면 "제2의 타블로" 제3의 타블로"도 나오게 될 수 있겠지요.

왓비컴즈처럼 비열하고 치사하며 책임지지도 못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 하는 네티즌들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글을 쓰기 전에 생각하고 쓴 후에도 책임을 질 줄 아는 네티즌이 되어야 합니다. 아직도 이 순간에도 악플과 말도 안 되는 비방의 글을 적고 있는 네티즌들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최소한 이 글을 읽는 우리부터 서로 고쳐나가면서 조금더 깨끗하고 질서 있는 인터넷 사회를 만들어나가면 어떨까요?

체리블로거의 나만의 생각, 나만의 리뷰! ( http://kmc10314.tistory.com/ )
해외 거주자의 입장으로서 자신만의 독특한 세상으로 사물을 바라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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