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1박2일> 새 멤버를 뽑는다면 누가 좋을까 하는 갑론을박이 일어나고 있다. MC몽의 병역기피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에 대한 대비다.

물론 지금으로선 MC몽의 하차를 단정할 수 없다. 아직 판결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완전히 사실로 확정되기 전까지, 의혹은 의혹일 뿐이다. 그건 그거고, 그것과 별개로 새로운 멤버에 대한 상상은 해볼 수 있겠다. (부디 MC몽의 결백이 밝혀져 이런 상상이 단지 상상으로만 끝나길 바란다.)

지난주에 <무릎팍도사> 토니안 편이 방송됐다. 요즘 보기 드문 진솔하고 감동적인 내용이었다. 토니안은 지금의 아이돌 전성시대를 연 HOT의 멤버였다. 따라서 과거의 화려한 시절에 대한 회상이나 뒷얘기들이 주로 나올 거라고 예상됐었다. 하지만 방송 내용은 예상을 벗어났다.

놀랍게도 토니안은 자신이 군대에 가기 전에 4년간 우울증 치료를 받았었다는 고백을 했다. 군대에 가서야 우울증 약을 끊을 수 있었다고 한다.

그가 우울증에 걸린 이유는 꼭 성공을 해야 한다는 강박, 우애를 나눌 수 있는 인간관계의 결핍에 있었다. 그는 ‘내려놓음’이라는 책을 보고 강박에서 벗어났고, 군대를 통해 동료애를 느낄 수 있었다고 했다. 그 결과 10개월 만에 약에서 해방될 수 있었던 것이다.

이것은 <1박2일>의 분위기와 맞는다. <1박2일>은 진솔하고 인간적인 느낌, 해방감, 그리고 동료들 간의 우애를 느끼게 하는 프로그램이다. 전혀 연예인 같지 않았던 김C가 프로그램에서 차지했던 큰 비중이 그것을 분명히 말해준다.

‘내려놓음’을 통해 연예계 성공이라는 강박에서 벗어난 토니안은 과거보다 훨씬 인간적이고 진솔해보였다. 한번 바닥까지 갔다 온 사람이기 때문에 인간적인 깊이가 다를 수밖에 없다. 튀려고만 애쓰는 연예인들과 다른 느낌을 줄 수 있다.

화려하기만 했던 고독한 스타에서 형 동생과 우애를 나누는 편안한 사람으로 거듭나는 과정은 하나의 성장기가 되어 시청자에게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제대한 지 얼마 안 되기 때문에 야생에도 충분히 적응할 것이다.

물론 아무리 인간미가 중요하다고 해도 기본적인 예능감을 빼놓을 수 없다. 토니안은 이 점에 있어서도 그리 빠지지 않는다. 군대에 가기 전에 이미 예능에서 활약한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강호동과 호흡을 맞췄었기 때문에 적응도 빠를 것이다. 적응을 너무 못하고 소극적으로 행동하면 김종민처럼 시청자를 울화에 빠뜨리는데, 토니안은 자타가 공인하는 최고의 스타 출신인데다 강호동과의 인연도 있기 때문에 그리 소극적이지 않을 것으로 기대된다.
프로그램 화제성면에서도 좋다. HOT하면 한때 하늘에 떠있던 별 아니었나. 그런 원조 아이돌이 출연하면 어쨌든 프로그램의 주목도가 더 커질 것이고, 방방곡곡에서 과거의 팬들과 접촉하고 소통하면서 만들어지는 스토리텔링도 풍성해질 것이다.

은지원과 엮이면서 재밌는 구도도 만들어진다. 은지원은 과거 HOT의 대항마였던 젝스키스 출신이기 때문이다. 팬클럽끼리 난투극까지 벌였다는 전설의 대립구도다. 그랬던 멤버들이 야생버라이어티에서 만나 우애를 나눈다는 설정은 흥미로울 수밖에 없다.

토니안은 합법적으로 군대에 안 갈 수 있는 외국 시민권자였지만 그것을 포기하고 스스로 군대에 갔다. 유승준, 타블로 등 외국 국적 한국활동자들의 병역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는 지금 토니안의 제대는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토니안이 합류한다면 병역 문제로 비웃음을 사는 <1박2일>에 득이 될 것이다.

이런 저런 이유들이 있겠지만 근본적으로 인간으로서 바닥을 경험한 적이 있고, 우애의 의미를 알고 있는 한 남자의 인간미가 가장 큰 매력 요인이다. 인간미에 덧붙여진 스타성과 화제성. 이 남자가 <1박2일>에 합류해 새로운 형제들과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모습이 보고 싶다.


문화평론가, 블로그 http://ooljiana.tistory.com/를 운영하고 있다. 성룡과 퀸을 좋아했었고 영화감독을 잠시 꿈꿨었던 날라리다. 애국심이 과해서 가끔 불끈하다 욕을 바가지로 먹는 아픔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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