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 ‘미디어스가 발걸음을 뗀 지 3년 됐다. 미디어스는 지난 2007년 10월 10일 창간됐다. 사람으로 치자면 이제 의사표현을 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생각된다. 3주년을 맞아 ‘미디어스에 바란다’라는 주제의 글을 부탁해 싣는다. 지면 사유화라는 비난을 무릅쓰고 미디어스가 가야할 길을 공유했으면 한다. 창간 3년을 맞은 미디어스의 다짐으로 대신하고자 한다. 그 동안 관심과 애정을 보내준 독자여러분께 감사드리며 앞으로도 많은 관심과 비판 부탁드린다.

우리 모두가 미디어’라는 뜻의 <미디어스>는 신보수/신자유주의 시대 강화될 교통차단, 진실은폐, 대화단절의 위기에 맞서는 대안/대항의 저널리즘으로서 탄생했다. 선전강화, 일방홍보, 유사소통의 시대에 대중교통, 민주정치, 사회안보를 지켜내는 반론/언론의 기구로 마련되었다. 국가자본권력의 선전 의지가 노골화되고 매체권력의 탈취를 통한 축적 욕망이 전면화될 때, 그리고 주류언론이 외부 통제와 내부 기회주의로 인해 부실해고 공영방송 체제가 근간에서부터 위협받을 때, 그 공백을 채우기 위한 방화벽으로 시민/사회가 설치한 전략적 장치가 바로 <미디어스>였다.

그렇기 때문에 <미디어스>의 지난 시간은 말 그대로 뜨거운 역사여야 했다. 고난의 시절인 게 당연하다. ‘비평’이라는 무기로 권력선전과 대적할 때, ‘비판’이라는 언어로 선전채널을 해부할 때, 정치/자본 권력과의 한판을 각오해야 했다. 스스로가 이미 지배 권력인 주류매체를 시비하고자 했을 때, 그 결기는 조·중·동으로 상징되는 한국사회 여론 지배블록과의 결정적 충돌을 초래할 수밖에 없었다. 실제로 상당한 수난, 고통이 있었을 것이다. 권력선전의 통행로에 차단기를 내리는 일, 선전권력의 일방적 발화를 견제하면서 민주정치의 교통로를 닦는 일이 어찌 그리 쉬울 수 있었겠는가?

비평이다! 날카로운 비판의 단도로 선전권력/권력선전의 명치를 푹 찌른다. 예리한 사실의 칼질로써 정보조작/언론통제의 몸뚱이를 콱 베버린다. 심층 분석과 각진 해설의 도끼날로 흉측한 수족들을 달카당 자른다. 달궈진 비평의 화살촉은 늘 강습하는 권력과 배후의 세력을 향한다. 풍자와 해학의 동작으로 대화의 공간을 옆으로 펼치며, 아래로 여론 표집의 촉수를 뻗는다. 날카로운 시선으로 사위를 살피고, 기민한 동작은 늘 팔방을 향한다. 그래서 대중교통의 숨통을 틔우고 민주정치의 틈을 캐낸다. 살벌하면서 달콤한, 감성적이면서 또한 지성적인 비평의 생산자로서 저널리즘의 정치를 지속한다.

오만한 권력으로부터 위험한 사회를 보호한다. 악한 선전을 무력화함으로써 선한 대화를 유지한다. 요컨대 선전의 권력을 고발하고, 권력의 선전을 해체한다. 정확히 이런 역사적 기대에 비춰, <미디어스>의 지난 삼년을 반성해 본다. <미디어스>는 과연 앞서 그린 모습에 제대로 부합했나? <미디어스>는 선전통제의 지대를 가로지르는 언론정의의 무사로서 성실히 길을 갔는가? 그 어떤 불의와도 싸움을 마다하지 않는 비평의 전사로서, 세상의 평화에 얼마나 큰 도움을 줬나? 불안한 민심을 어떻게 통정으로 위무하고, 태평한 사회를 만드는 데 얼마나 정치적으로 기여했나?

비판의 전사로서 잘 싸우고 있나? 자유언론/민주정치의 대의를 지키려다 어떤 상처를 받고, 그러면서도 권력선전/교통차단의 불의에 어떤 치명상을 입혔으며, 궁극적으로 언론의 정의/정의의 언론을 지켜내는 데 얼마나 기여했는가? 세상에 나온 지 3년이 되는 오늘, <미디어스>의 전적은 과연 몇 전 몇 패로 그려질까? 어떤 큰 배틀을 펼쳤고, 어떤 지대를 제대로 지켜내지 못했으며, 거꾸로 어떤 의미있는 성과를 얻어냈나?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이런 자기 성찰의 질문을 던지는 정도다. 냉정한 평가, 확실한 조언의 책임은 결코 나 혼자 짊어질 수 없다.

사실 <미디어스>에 대한 냉정한 평가는 내게 불가능한 일이다. 탄생에 개입했고, 지면으로 쭉 참여해 왔다. 가까이에서 인간적으로 지켜보고, 또 실제적으로 간섭도 했다. 그런 점에서 근친의 관계이자, 말 그대로 측근이다. 평가의 주체라기보다는, 따지고 보면 평가의 대상인 게 바로 나다. ‘우리 모두가 미디어’이듯이, ‘내가 바로 미디어스’이지 않은가? 그건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미디어스>와 관여되고 이 글을 읽는 다른 독자들도 마찬가지 아닌가? 그래서 <미디어스>의 지난 삼년을 되돌아보는 일은, <미디어스>인 우리가 어떻게 활동을 펼쳤는지 반성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성찰만 할 때도 아니다. 싸움의 성과를 정리하고, 다음 싸움의 준비를 서둘러야 할 중대한 변환의 포인트다. 공영방송이라는 거대 몸체가 권력의 품으로 나가떨어지고 미사여구의 저널리즘이 무력한 주검으로 나자빠진 시절에, <미디어스>는 비평의 기술을 어떻게 키워나갈 것인가? 빠른 속도로 득세하는 소셜미디어와 여전히 기세등등할 주류미디어 사이에서 어떻게 자율적 교통양식을 고안하고 특이한 위상학을 확보할 것인가? 어떻게 위와 옆을 향한 발언의 긴장도를 높이면서, 아래와 함께 하는 표현의 강도를 키울 것인가? 숨죽인 미디어 현장의 노동자들을 어떻게 일깨우고 또 격려할 것인가?

대중문화에 흥미가 많은 세대와 정치담론을 강조하는 세대들 간 접선의 효과는 어떻게 고안하고, 미디어와 그 바깥 영토 간 접합의 물리학은 또 어떻게 실험할 것인가? 비평가와 저널리스트의 구별이 쉽지 않은 시절에, <미디어스>도 제대로 된 탐사·발굴의 저널리즘을 시도해야하지 않나? 소수적 채널이지만 다수성의 독재에 충격을 줄 무게감, 대안매체들의 교제와 연대를 끌어낼 구심점을 어떻게 획득할 것인가? <미디어스>는 어떻게 <미디어오늘>로부터 스스로를 차별화하고, <피디저널>과 같은 전문채널과 자원을 공유하며, <참세상>과 같은 진보적인 소수매체들과 보다 활발히 교제할 것인가?

고민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조심스럽게 제언해 보기도 한다. 미디어 장내 공간 확보의 소극적인 전략에서 나아가, 진보정치의 보다 큰 그림을 그리는 적극적 전술을 구사할 때가 아닌가? 매체비평과 권력비평, 정치비평, 사회비평, 문화비평이 따로일 수 없는 시대에, <미디어스>가 새로운 비평의 전범을 보여야 하지 않나? 권력/체제 부정의 비판과 역능/대안 생산의 비평을 유연하게 구사하는 이중의 실력을 발휘해야 하지 않나? 좌파와 자유주의 사이 대화적 조우를 통한 진보의 확장적 배치에 어떻게 기여할 것인가? 진보/정치 (재)생산의 긴급한 책무를 어떻게 짊어질 것인가?

정파적 비평공간으로서 <미디어스>는 한국사회의 정치여론을 어떻게 생성하고 새로운 진보정치의 사건을 어떻게 주도할 것인가? 파티잔 채널로서 <미디어스>는 권력 비판과 역능 발휘의 새로운 대중주체들과 어떻게 더욱 교통할 것인가? 몇 년 내 다가올 선거를 대비해 <미디어스>는 어떤 진보적 정체(political body)를 키울 것인가? 기자뿐만 아니라, 독자들을 포함해 우리 모두가 함께 찾을 숙제다. 이렇듯 함께 고민할 짐만 잔뜩 펼쳐놓으면서, <미디어스>의 3년을 기념한다. 짧지만 또 긴 시간 동안 분투해 온 서로에게 감사하고, 앞으로 더욱 잘 해볼 것을 다짐하자. 험난한 무사의 여정에 안심의 시간은 절대 없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