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국내 고농도 미세먼지 현상을 두고 원인과 책임을 중국으로 모는 언론보도들이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이정훈 KBS 기상전문기자는 미세먼지의 원인이 전부 중국 때문이라거나, 미세먼지가 과거에 비해 늘고 있다는 언론보도는 사실과 다르다고 지적했다.

이정훈 기자는 27일 tbs라디오'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상당수 언론들이 '미세먼지 다 중국발', '미세먼지 최악' 등의 단어를 쓰면서 자극적으로 제목으로 많이 뽑는다"며 "그런데 실제 통계나 과학적 사실과는 다르다"고 비판했다. 통계와 과학적 근거에 따르면 미세먼지 원인에는 국내 영향도 적지 않으며 미세먼지는 과거에 비해 줄었다는 것이 이 기자의 설명이다.

이 기자는 대표적 사례로 지난 9일 JTBC뉴스룸 <중국 공장지대 대기질 '비상'…내주 국내도 '대란' 예고>보도를 꼽았다. JTBC는 해당 리포트에서 "북서풍이 불어오는 겨울이 되면 중국으로부터 오는 미세먼지의 영향력은 더욱 커진다. 실제 최근 한반도와 인접한 중국 동북부 지역의 대기질은 곳곳이 비상이다. 주말 이후 이 지역들의 대기가 더 나빠질 것이라는 예보도 나와 국내 미세먼지 대란이 우려되는 상황"이라는 엥커멘트와 함께 관련 내용을 보도했다.

JTBC 뉴스룸 11월 9일 <중국 공장지대 대기질 '비상'…내주 국내도 '대란' 예고> 보도화면

이 기자는 "중국 대기질이 악화될 것이라는 실제 중국 환경 당국 발표가 있었다. 그런데 중국이 나빠지면 국내가 나빠진다는 연결고리로 제목과 엥커멘트를 달았는데 이 내용이 기사에는 없다"고 꼬집었다. 이 기자는 "국내 대란을 예고했는데 근거가 없다. 미세먼지 예보는 부정확하기 때문에 4일치밖에 하고 있지 않다. 미세먼지 예측모델도 일주일 이상 못넘어간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발원지가 중국이라고 해도 미세먼지가 서울까지 그대로 날아오지 않는다. 중간에는 서해 선박에서도 더해지고, 북한에도 상당한 오염물질이 있다. 서해안에 화력발전소도 많다. 이게 다 섞이는 것"이라며 "한국의 화력발전소 밀집도는 중국보다 3.8배나 높다"고 말했다. 국내 미세먼지 원인에는 중국의 영향 외 국내 영향도 복합적으로 작용한다는 지적이다.

미세먼지 원인을 중국탓으로 돌리며 이를 국내 산업계를 옹호하는 논리로 연결시킨 보도도 있었다. 한국경제신문은 9월 28일 <넉 달째 '미세먼지 없는 청정하늘' 왜?>기사에서 차량 운행량과 화력발전소 가동이 그대로인데도 미세먼지 농도가 떨어지는 이유는 북태평양 고기압의 영향으로 중국발 미세먼지 유입이 차단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이어 국내 요인보다 외부 요인이 크지만 정부가 미세먼지 저감정책을 강행해 국내 산업계에 부담을 안기고 있다는 업계 관계자 비판을 전했다.

한국경제 9월 28일자 <넉 달째 '미세먼지 없는 청정하늘' 왜?>

이에 대해 이 기자는 "동풍이 불어서 우리나라가 좋았다면, 거꾸로 동풍이 불면 중국이 높았어야 하는데 중국도 깨끗했다"며 "이유는 폭염 때문이다. 지면이 뜨거워지면 공기가 위아래로 잘 섞인다. 기상조건에 따라 다른데 경제지는 전부 중국발 미세먼지가 막아져서라고 그렇다는 논리로 산업계를 옹호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기자는 "미세먼지는 실제로 과거보다 줄어왔다. 국내적으로 노력을 해왔기 때문"이라며 "미세먼지가 모두 중국발이라고 한다면 국내 비상저감조치는 의미가 없게 된다. 그러면 사람들은 '이민가자'는 결론을 내는데 얼마나 사람들을 힘들게 하는 기사인가"라고 따져 물었다.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는 2013년 미세먼지를 1군 발암물질로 지정했다. 이 때부터 미세먼지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면서 언론보도 역시 급증했는데 통계적으로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 미세먼지 중금속 농도 등이 과거에 비해 많이 줄었고, 미세먼지 원인에는 국내 영향도 있어 비상저감조치 등의 노력은 효과가 있다는 게 이 기자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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