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레이오프 2차전, 가을야구의 또 다른 매력은 바쁨과 만남이죠.

바쁨에 대한 이야기는 1차전에서 이미 말씀드렸고 (지난 포스팅, 1차전 숨막혔던 기자실 참고하시면 될 듯), 만남은 많은 야구기자와 방송관계자들과의 만남이죠. 중계를 하기 위해 오는 팀들, 라디오나 신문, 스포츠 채널들까지...잔뜩 모인 만큼 대구구장의 열악함을 한껏 느끼게 되는데요. 어쨌든, 많은 분들이 가을야구의 공간에 함께 하고 있습니다.

그런 "가을야구"의 2번째 대구구장 경기, 플레이오프 2차전은 방송을 하는 이들에게 쉽지 않은 경기였다는 거!

플레이볼 자체가 뒤로 밀려버린 금요일 저녁의 야구, 이날 방송은 공중파 MBC가 맡았는데요. 중계가 시작되고 이날 경기 초반 "시구자들"을 만나기까지도 20분 가까이 걸렸다는 -언제나 그렇지만, 이런 큰 경기의 시작 단계, 그 주인공은 아무래도 시구자가 아닐까요?-

어제 시구자는 걸그룹 시스타. 여러 명이 나와서 여러 번 던지나 했습니다.
하지만...
어제 경기의 주인공은 결코 '시스타'가 아니었습니다. 방송을 하며 보니 어제 경기의 주인공은 심지어 선수들도 아니었습니다. 중계를 맡은 많은 이들, 저 역시 어제 경기 라디오중계 PD를 하며 가장 크게 영향을 받고 조종(?)을 받았다 싶은 부분은 따로 있었죠.

플레이오프 2차전, 그 주인공은 바로 어제 날씨 "비"가 방송을 만드는 이들에겐 가장 큰 문제이자, 대상이었단 겁니다.-아마 대회를 운영하는 이들까지도 비슷하지 않았을까 싶은데요.-

당초 5~10mm정도 예보되긴 했지만, 비로 인해 경기가 그토록 얼룩지리라곤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4시간 반 정도 진행됐던 2차전 가운데 한 시간 혹은 그 이상은 비로 인해 경기가 중단됐던 시간들이 아니었나 싶은데요.

경기 운영만큼이나 난리가 난 쪽은 바로 "방송"들이었습니다. 스포츠 채널들이야 상대적으로 노하우도 있는데다, 이 날은 녹화방송이라 여유가 있었지만, 생방을 맡은 MBC는 최악의 중계가 됐죠. 역시 생방송인 라디오 중계도 난감하고 난처하긴 마찬가지.

시구자가 시구를 못하고 기다리다 지쳐버리는 상황, 20여분을 넘겨서야 경기를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시작부터 하이라이트를 보여주는 MBC의 중계, 심지어 저희를 포함한 대부분의 라디오 중계는 하이라이트를 보여드릴 수도 없는 상황. 뭐 거의 말로 하이라이트를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지경이었고, 이것은 시작에 불과했습니다.

두 번의 경기 중단이 이어지며 TV중계는 정말 가장 힘든 상황으로 흘렀고, 30분 간의 중단이 이어져도 결론이 나오지 않자 TV중계는 결국 종료됩니다. 라디오의 경우도 거의 40분 넘게 이어진 경기 공백을 위해 정말 바쁘게 이것저것을 실시간 준비하고 대처하며 진이 빠지는 중계였습니다.

2차전, 야구보다 더 큰 이날의 주인공은, 최소한 방송에서 더 큰 영향을 준 건 바로 "우천", '비'였단 말입니다. 더구나 경기는 비로 몇 차례 중단된 뒤부터 달아올랐고, 9회말 2아웃까지 숨막히게 진행됐다는 거, 아마도 TV중계로선 최악의 역사가 될 듯합니다. 라디오도 모든 중계진이 힘이 쭉, 빠지는 그런 중계였습니다. 그만큼 재미있고 의미 있긴 했지만 말입니다.

이제 1승 1패. 무대를 잠실로 옮겨야 할 시간, 저도 방송과 취재 그리고 야구를 따라 잠실로 이동해야 할 시간이네요. 3차전으로 내일 다시 즐거운 포스팅을 해보려 합니다. 하지만 앞으로 시리즈가 어디까지 이어지든 "비"는 다시 보고 싶지 않군요.

스포츠PD, 블로그 http://blog.naver.com/acchaa 운영하고 있다.
스포츠PD라고는 하지만, 늘 현장에서 가장 현장감 없는 공간에서 스포츠를 본다는 아쉬움을 말한다. 현장에서 느끼는 다른 생각들, 그리고 방송을 제작하며 느끼는 독특한 스포츠 이야기를 전달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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