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희망연대노조 방송스태프지부(지부장 김두영)가 MBC 규탄 기자회견을 연다. MBC드라마 '배드파파' 제작현장에서 장시간 노동과 턴키계약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방송스태프지부는 최승호 MBC 사장에 대한 면담을 요구할 예정이다.

방송스태프지부를 비롯한 언론시민사회는 이 같은 턴키계약 관행이 시정되지 않는 이유로 고용노동부의 드라마제작환경 근로실태 조사 결과 당시의 유권해석을 들고 있다. 지난 9월 고용노동부는 '턴키계약'을 맺고 있는 도급감독들을 노동자가 아닌 '사용자'로 특정했다. 당시 시민사회는 노동부의 유권해석이 시장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한 바 있다. 이 우려가 MBC에서 현실화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방송스태프지부는 27일 상암 MBC 사옥 앞에서 '장시간 촬영 및 턴키 계약 강요하는 MBC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MBC '배드파파'를 중심으로 MBC 드라마 제작현장의 장시간 촬영 및 턴키계약 관행을 폭로한다. 방송스태프지부는 이날 기자회견이 종료되면 MBC 사장 면담 방문 투쟁을 진행할 계획이며, 이후 노동부에 MBC를 고발하겠다는 방침이다.

MBC 드라마 '배드파파' (MBC)

이들이 MBC 방문 투쟁에 나서게 된 배경에는 드라마 제작현장의 장시간 노동과 턴키계약 관행이 자리하고 있다. 방송스태프지부 관계자는 26일 미디어스와의 통화에서 "'배드파파'가 종영을 앞두고 있는데 아직까지 턴키계약과 장시간 노동을 진행하고 있다. 현재로서는 노동부 발표 때문에 더 어정쩡한 상태가 되었다"고 기자회견 개최 이유를 밝혔다.

'턴키계약'은 조명팀, 동시녹음팀, 그립(특수장비)팀, 미술팀의 경우 용역료 산정기준 없이 총액만을 명시하는 '턴키(Turn-key)' 계약 방식을 말한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3월부터 언론시민사회단체가 요청으로 드라마 제작환경 근로실태 조사를 9월 중 마무리 해 프리랜서에 대한 노동자성을 인정하는 결과를 도출했으나 팀원을 거느리고 있는 도급감독들에 대한 노동자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방송스태프지부 관계자는 "MBC의 경우 '배드파파' 뿐만아니라 모든 드라마들이 현재 턴키 계약을 진행하고 있다. 방송사와 제작사가 등떠밀며 책임을 회피하고 있을 때 턴키계약은 계속되고 있다"며 "MBC 문제를 폭로한 후 사장 면담을 통해 입장을 확인할 것이다. 이후 노동부 고발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방송스태프지부는 두 차례에 걸쳐 최 사장에게 면담을 요청했지만 아직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방송스태프지부는 "'배드파파'에서는 11월 초부터 하루 16시간 이상씩 주당 5~6일(주당 100시간 내외)의 장시간 촬영을 진행하고 있으며, 제작현장 노동자들의 개별근로계약 요구를 무시한 채 계약서조차 작성 없이 촬영을 진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MBC '배드파파'는 촬영 초기부터 스탭 장시간 노동이 문제가 된 바 있다. 지난 9월 방송스태프지부는 7월 중순부터 9월까지의 '배드파파' 촬영일지를 공개했는데, 이에 따르면 스탭들의 하루 최대 노동시간은 22시간이었고, 한 주동안 100시간이 넘는 촬영이 이뤄진 적도 있었다. 당시 MBC 측은 이 같은 실태를 확인한 후 현장을 방문해 사과하고 재발방지를 약속한 바 있다.

11월 2일~21일까지 MBC '배드파파' 촬영일지 (희망연대노조 방송스태프지부 제공)

한편, 방송스태프지부는 30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영화산업노조와 함께 턴키계약 근절을 위한 기자회견을 가질 예정이다. 최근 영화 스탭의 드라마 유입이 잦아지는 가운데 영화제작 시 개별계약을 맺던 스탭들이 드라마 제작 이후 턴키계약을 진행하게 되는 사례가 발견되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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