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범한 지 두 달 가량 지난 조광래호 축구대표팀의 가장 큰 고민거리는 바로 스트라이커 부재였습니다. 지난 달 열린 이란과의 평가전에서는 공격수로 박주영(AS 모나코)과 석현준(아약스) 단 두 명만 발탁됐을 만큼 조광래 축구대표팀 감독이 추구하는 결정력과 창의적인 움직임을 동시에 충족시킬 만한 공격수가 없었던 게 사실입니다. 아무래도 공격수가 갖춰야 할 결정력을 지니는 것 뿐 아니라 많은 움직임을 통해 다른 포지션의 선수들과 보다 유기적이고 조직적인 플레이로 많은 공격 기회를 만들어야 하는 능력도 갖춰야 하다보니 이런 선수를 찾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오는 12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한일전에서는 기존의 박주영 뿐 아니라 K-리그, 일본 J리그에서 활약하는 다양한 공격수들이 '일본 타파'와 '주전 경쟁 우위'에 도전장을 던지게 될 것으로 보여 관심이 모아집니다. 그야말로 모처럼 제대로 된 '킬러 경쟁'이 벌어질 것으로 기대되기까지 합니다.

▲ 조광래호의 최종실험 '최성국-유병수-김신욱'ⓒ연합뉴스
이번에 선발된 공격수들을 보면 최근 컨디션이 좋은 선수들 위주라는 것이 눈에 띕니다. K-리그 득점 선두에 오르면서 허정무 감독이 인천 감독으로 부임한 이후 더욱 독기를 품고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유병수(인천 유나이티드)를 비롯해 지난 2일 대전과의 K-리그 경기에서 2골을 뽑는 등 올 시즌 9골-2도움으로 지난해보다 진보한 성적을 내고 있는 타깃형 공격수 김신욱(울산 현대) 등이 이번에 선발됐습니다. 또 일본 J리그에서 11골로 득점 3위에 올라 있으면서 이번 경기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이는 조영철(알비렉스 니가타)과 이란전에서 잠시 조광래 감독의 지적을 받고 대표팀에 오르지 못했지만 이후 달라진 모습으로 '제2의 박주영'다운 면모를 갖춰가고 있는 이승렬(FC 서울)도 일본전 맹활약을 꿈꾸고 있습니다.

여기에 미드필더로 뽑혔지만 공격수로도 활용 가능한 최성국(광주 상무)도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하면서 빼어난 개인 기량으로 좋은 활약을 펼쳐 2년 만에 대표팀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그밖에 염기훈(수원 삼성)은 후반기에만 9개 도움(리그 7개, 컵대회 2개)을 기록하며 도움 3위에 올라 있을 만큼 이타적인 플레이 변신에 승승장구를 거듭하고 있습니다. 모두 개인적인 장점들이 있고, 특징들이 있어 조광래 감독이 다양한 공격 전술을 구사하는데도 유용한 자원들이 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이들의 궁극적인 목표는 골을 넣어서 일본도 꺾고 주전 자리를 확보하는 것일 겁니다. 조광래호 출범 후 터진 골 뿐 아니라 남아공 월드컵 본선 당시에도 공격수의 필드골이 단 한 골(박주영의 골은 프리킥 세트피스 골)에 그쳤을 만큼 공격수의 득점 부재는 더 창의적이고 완벽한 경기를 추구하는 팀 입장에서 커다란 장애 요소가 될 수 있습니다. 이를 깨려면 공격수들의 분발이 더욱 요구되고, 그만큼 결정적인 기회가 생겼을 때 해결할 만한 능력을 보여줘야 합니다. 만약 이것을 해결하는 선수가 나타난다면 조광래 감독은 흔쾌히 그 선수를 주목하고 키울 것이고, 그런 만큼 발탁된 공격수들 입장에서는 더욱 이를 악물고 경기에 나서게 될 것으로 생각됩니다.

이들은 최근의 상승세를 바탕으로 '붙박이 주전급'인 박주영의 아성에도 도전장을 던집니다. 최전방 스트라이커 경쟁에서 박주영의 입지는 여전히 강하지만 최근 대표팀 A매치 필드골이 없는 것을 비롯해 소속팀에서도 측면 공격수로 보직 변경 뒤 부진한 몸놀림을 보이며 주춤한 상황입니다. 한일전에서 이들 가운데 인상적인 활약을 펼치는 선수가 나온다면 박주영의 입지도 마냥 굳건할 수는 없습니다. 그런 만큼 박주영도 이번만큼은 자신의 진가를 모두 보여주면서 승리를 부르는 골도 넣고, 확실한 입지를 다시 한 번 다질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어느 때보다 공격수들은 '킬러 본능'을 살리는 것이 절실한 시점입니다. 개인적으로 주전 자리를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쨌든 상대가 일본이기에 '한 방' 능력을 보여주는 것이 꼭 필요한 경기가 아닐 수 없습니다. 경쟁은 치열하고 부담스러울 수 있겠지만 그런 경쟁을 통해서 모든 공격수들이 시너지 효과를 일으켜 전력 향상에 보탬이 될 수 있다는 측면에서는 분명히 긍정적인 게 사실입니다. 과연 어느 공격수가 두각을 나타내며 그동안 쌓였던 문제들을 말끔하게 씻어내고 새로운 희망으로 떠오를 지 관심 있게 지켜봐야 하겠습니다. 분명한 것은 현재의 컨디션이나 각 공격수들의 능력만 놓고 보면 어느 때보다 경쟁이 뜨거워질 수 있다는 겁니다. 그 때문에 더욱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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