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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 정수 확대가 필요한 이유"비례성 높아지고 국회 기능 활성화 될 것"…"특권 폐지 전제로 의원정수 확대해야"
전혁수 기자 | 승인 2018.11.26 15:41

"중요한 것은 국회의원 숫자가 아니라 국회의 질입니다. 소모적 정치공방에 발목 잡힌 국회보다, 국회의원이 100여명이 늘어나더라도 그 국회가 더 생산적일 수 있다면 그 비용은 기꺼이 지불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故 노무현 전 대통령, 2003년 12월 국회에 보낸 편지 중에서)

▲26일 국회에서 열린 <연동형 비례대표제 적정 의원 수는?> 토론회에서 하승수 비례민주주의연대 공동대표(왼쪽)가 발언하고 있다. 오른쪽은 최태욱 한림국제대학원 교수. (연합뉴스)

[미디어스=전혁수 기자] 26일 오후 2시 국회에서 민주평화연구원과 정치개혁공동행동이 공동 주최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 적정 의원 수는?>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토론회는 최태욱 한림국제대학원 교수가 사회를 맡고 하승수 비례민주주의연대 공동대표가 발제를 맡았다. 토론자로는 박병식 동국대 교수, 허영 민주평화당 최고위원, 한창민 정의당 부대표, 홍용준 바른미래연구원 연구위원이 참석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국회의원 정수 확대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이날 발제에서 하승수 대표는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과 의원정수의 상관관계에 대해 "의원정수 확대가 필수적인 것은 아니지만, 의원정수가 확대돼야 비례성이 더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하 대표는 "지금의 지역구 253 대 비례 47로 연동형을 도입할 경우에, 초과의석이 많이 발생할 수 있지만 그것도 전체 의석 총수를 고정하는 총의석 고정방식(스코틀랜드 방식)으로 해결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스코틀랜드 방식은 총의석을 정당 득표율에 따라 지정하고, 총의석을 초과해 지역구 의석을 얻은 정당에는 비례대표 의석을 배분하지 않되 초과의석을 인정한다. 이후 초과의석이 없는 정당의 득표율을 100으로 환산해 비율에 따라 비례대표 의석을 배분하는 방식이다. 이 경우 현행 병립형 비례대표제보다는 획기적으로 비례성이 높아진다. 다만 초과의석이 발생하지 않은 정당이 손해를 볼 수 있고, 득표와 의석수가 일치하지 않는 현상이 완전히 해소되지는 않는다.

▲20대 총선 결과에 의원정수 300명을 기준으로 현행 '병립형'을 적용한 결과와 '연동형'을 적용해 시뮬레이션한 결과. (자료=민주평화연구원·정치개혁공동행동)
▲20대 총선 결과에 의원정수 360명을 가정해 스코틀랜드식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적용한 시뮬레이션 결과. (자료=민주평화연구원·정치개혁공동행동)

하승수 대표는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실효성, 즉 비례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비례대표 의석이 충분하게 확보될수록 좋다"며 "그런 점에서 의석수 확대는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실효성과 연관된 중요한 문제"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스코틀랜드 방식을 기준으로 봐도, 의원정수 360석을 가정해 20대 총선 득표율에 대입하면 300석일 때보다 정당 득표율과 실제 의석 점유율의 격차가 줄어드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최근 더불어민주당이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을 낸 것에 대한 비판도 제기됐다. 하승수 대표는 "20대 총선의 경우에 '연동형' 개념을 적용하면 손해를 보는 것은 민주당이다. 그리고 민주당의 경우 300석이든 360석이든 지역구 당선자가 할당의석을 초과하므로 비례대표 당선자가 없게 된다"며 "이를 두고 최근에 이해찬 대표가 '받아들일 수 없다'는 발언을 한 바 있다"고 전했다.

하승수 대표는 "그러나 이것이야말로 근시안적인 발상"이라며 "20대 총선은 정당득표율과 의석비율간의 격차가 이례적으로 크게 나타난 선거였다"고 설명했다. 하 대표의 설명대로 지난 2016년 4·13총선은 안철수 전 의원이 호남 중진의원들과 새정치민주연합(현 민주당)을 탈당해 국민의당을 창당하면서 변수가 많았던 것이 사실이다.

당시 민주당 전직 당 대표로 선거유세에 나선 문재인 대통령은 유권자들에게 '교차투표'를 당부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남양주 선거유세에서 "어차피 국민의당은 여기에서 표를 모아 비례대표 당선을 기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그 상황에 맞게 국민의당이나 다른 야당 지지자들은 정당투표는 자기 지지정당에 하되, 지역구 후보자만큼은 새누리당을 이길 수 있는 후보에게 투표하기를 호소드린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발언은 현실이 됐다. 지역구에서는 민주당이 110석으로 가장 많은 의석을 차지했고, 정당득표율에서는 국민의당이 28.75%의 지지로 27.46%의 민주당을 앞서는 결과가 나왔다.

하승수 대표는 "따라서 20대 총선 결과를 갖고 유불리를 따진다는 것 자체가 맞지 않는다"며 "역대 선거에서 승자독식 선거제도의 최대수혜자는 지금의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이었다. 역대 선거결과를 보면 총 의석수만 360석 정도가 되면 초과의석도 발생하지 않고, 민주당도 비례대표 의석을 배분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하 대표는 "한국에서는 360석 정도의 총의석에 비례대표 의석이 100석 정도 확보되면 초과의석이 아주 많이 발생하지는 않는다"고 강조했다.

현행 병립형 비례대표제가 유지된다고 해도 비례대표 수를 늘리는 것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하승수 대표는 "비례대표 의석이 100석 정도 확보돼야 한다는 것은 연동형이든 병립형이든 혼합형 선거제도를 택하는 이상, 필요한 부분"이라며 "한국은 혼합형 선거제도를 택하고 있는 국가 중에 비례대표 의석 비율이 가장 낮은 편에 속한다"고 지적했다.

▲혼합형 비례대표제(병립형+연동형)를 채택하고 있는 국가들의 비례대표 비율. (자료=민주평화연구원·정치개혁공동행동)

한국의 비례대표 의석 비율은 15.7%에 불과하다. 같은 병립형 비례대표제를 채택하고 있는 태국(20%), 필리핀(20%), 파키스탄(20.5%). 베네수엘라(31.1%), 타지키스탄(34.9%), 일본(37.8%), 멕시코(40%), 세네갈(45.8%), 헝가리(46.7%), 러시아(50%) 보다 낮은 비율이다. 대표적인 연동형 비례대표제 국가인 독일은 50%, 뉴질랜드는 45.8%의 비례대표 의석 비율을 보유하고 있다.

하승수 대표는 의원정수가 국회 기능의 활성화를 가져올 것으로 내다봤다. 하 대표는 "의원정수 문제는 정답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적정한 숫자의 의원이 있어야 국회가 입법, 행정부 감시, 예산·결산심의기능을 제대로 할 수 있다"며 "지금 300명 의원으로 470조 원이 넘는 국가예산을 제대로 심의하고 행정부를 감시하는 데 한계가 있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하승수 대표는 "지금 대한민국 국회의 상임위원회 구성을 보더라도 환경과 노동을 합쳐서 하나의 상임위원회를 구성하고 있다. 그러나 환경 따로 노동 따로 상임위원회를 구성해도 모자랄 판"이라며 "이런 부분도 국회의원 증원의 필요성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다른 민주주의 국가와 비교했을 때 한국 국회의원 1명이 대표하는 인구수가 많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20대 국회에서 의원 1명이 대표하는 인구수는 17만1487명이다. 1948년 제헌국회 당시에는 10만943명이었던 것이 약 7만 명 가량 증가한 것이다.

▲한국의 국회의원 1인당 인구수 변화 추이. (자료=민주평화연구원·정치개혁공동행동)
▲주요국가의 국회의원 1인당 인구수. (자료=민주평화연구원·정치개혁공동행동)

주요국가의 국회의원 1인당 인구수를 살펴보면 OECD 평균은 12만 명 정도다. 호주 16만 명, 독일 14만 명, 프랑스 11만 명, 영국 10만 명, 벨기에 8만 명, 뉴질랜드 4만 명, 스웨덴 3만 명 수준이다.

우리보다 의원 1인당 인구수가 많은 국가는 미국과 일본 정도다. 미국의 경우 연방제 국가로 연방의회를 기준으로 본 것이기 때문에 한국과 상황이 다르고, 일본은 소선거구제에 내각제가 적용된 정치구조로 한국보다 더 심각한 불비례 상황을 겪고 있다.

하승수 대표는 국회 예산을 동결한 상태로 국회의원 증원을 하는 것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하 대표는 "시민들을 만나면 '특권 폐지가 확실하게 보장될 것 같지 않아서 (의원정수 확대에) 반대'한다는 얘기를 많이 듣는다"며 "그래서 세비-특권 축소 방안을 확실하게 발표하면 국민들을 설득하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19일자 동아일보 보도에 따르면 국회 사무처가 의원 당 9명인 보좌진을 7명으로 축소하고 의원정수를 360명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보도에 따르면 국회 관계자는 "시뮬레이션 결과 현재 보좌진 중 4급 보좌관을 2명에서 1명으로 줄이고 지난해 늘린 8급 비서를 없앨 경우 의원정수를 360명으로 늘리더라도 전체 예산은 약간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19일자 동아일보 10면 기사.

하승수 대표는 "이미 시민단체와 언론이 사용하는 각종 예산에 대한 투명한 정보공개를 주문하고 감시의 폭을 넓히고 있다"며 "그동안 논란이 돼 온 국회 특수활동비만 해도 1년 65억 원을 쓰던 것을 내년부터 10억 원 수준으로 대폭 줄였다"고 설명했다. 하 대표는 "정의당은 반값연봉을 제안하기도 했다. 녹색당은 입법활동비와 특별활동비 폐지를 주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하승수 대표는 "어떤 직역이든 숫자를 늘려야 특권이 줄어든다"며 "국회의원 숫자를 줄이자는 주장은 특권을 더 강화하자는 얘기나 마찬가지다. 국회의원 숫자를 늘리면 선거제도 개혁도 쉬워진다. 노무현 전 대통령, 노회찬 전 의원도 '국회의원 숫자를 늘려서라도 선거제도를 개혁하자'고 주장했다"고 말했다.

하승수 대표는 "궁극적으로 보더라도 특권은 없애고 의석을 늘린다면, 주권자인 국민들 입장에서 이득이 되는 일"이라며 "6300억 원대의 예산(2019년 예산안 기준)을 갖고 300명의 국회의원을 쓰면서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국회를 보며 답답해하는 것보다, 360명으로 구성된 제대로 된 국회를 쓰는 것이 국민들 입장에서는 훨씬 더 나은 일"이라고 강조했다. 하 대표는 "국회에 존재하는 예산낭비나 특권을 없애고, 의원 세비, 의원 보좌진 숫자를 적정수준으로 조정하면 현재의 국회예산으로도 360명의 국회의원을 두는 것은 충분히 가능하다"고 밝혔다.

전혁수 기자  wjsgurt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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