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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통신대란, 공공성 강화가 대안이다외주화 등 비용절감이 원인 아닌지 따져야… 통신망 차원 넘는 투자 필요
김민하 / 저술가 | 승인 2018.11.26 09:16

본의 아니게 ‘초연결사회’의 공포를 체험하는 사람이 되고 말았다. 24일 KT 아현지사 화재가 벌어진 바로 그 시간에 은평구에서 마포구로 이동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지하철 안에서부터 스마트폰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기 때문에 목적지 근처의 역에서 내린 후에도 지도 앱 등을 사용할 수 없었다. 최근에는 지도 앱에 목적지 주소를 입력해 길을 찾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기 때문에 상당히 곤란했다.

와이파이 이용을 기대하며 역 근처 카페로 들어갔지만 이미 카드 결제부터 안 된다는 답이 돌아왔다. 다른 카페를 이용할까 생각했지만 경제의 문제인지 아니면 그저 우연인지 KT망을 사용하는 곳인 경우가 계속 이어졌다.

통신망을 이용할 수 없었기 때문에 KT 아현지사의 화재 사실 자체도 상당한 시간이 흐른 후에야 알게 되었다. 긴급재난문자의 내용은 옆자리에 있던 SK텔레콤 이용자를 통해 접하게 됐다. 돌아오는 길에 가게에 들러 음식을 사려 했는데 역시 카드 결제가 안 된다는 답을 얻었다.

집으로 돌아와서도 인터넷이 되지 않아 해야 할 일을 제대로 마치지 못했고 TV도 볼 수 없었다. 불행 중 다행으로 LTE망은 복구가 돼 휴대폰으로 급한 일을 처리했다. 결합상품의 적극적 홍보에 넘어가 휴대폰, 인터넷, 인터넷전화, IPTV를 모두 KT 상품으로 이용한 대가를 톡톡히 치른 셈이다. KT가 보냈다는 안내 문자는 어찌된 일인지 지금까지도 도착하지 않았다.

서울 마포구, 서대문구, 용산구, 은평구 등에 거주하거나 이 지역에 경제활동의 기반을 갖춘 사람들은 대개 겪은 일일 것이다. KT는 언론의 표현에 의하면 ‘파격적 보상’을 공언하고 있다지만 24일의 혼란을 눈앞에서 본 대다수 사람들이 가지게 된 불안은 보상을 통해 해소하기 어려울 것 같다. 경찰 내부 통신에까지 문제가 생겼다거나 일부 병원의 시스템이 제대로 동작하지 않았다는 등의 언론 보도를 보면 그렇다. 단지 통신사를 이용하는 고객으로서 권리 침해나 손해를 넘어서는 사회적 의미를 가진 사태가 벌어졌다고 봐야 한다.

25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 KT아현국사에서 경찰, 소방 관계자 등이 전날 발생한 화재 원인 등을 조사하기 위한 현장 감식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먼저 화재의 원인을 밝히는 것이 급선무이다. 화재 원인에 대한 언론 보도를 보면 어떤 전기적 문제로부터 시작된 사태일 수 있다는 분석부터 방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주장까지 총망라돼있다. 화재 원인이 무엇이냐에 따라 대책이 달라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정확한 원인을 신속하게 파악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이 과정에서 반드시 짚어야 할 것은 민영화 이후 지속돼 온 KT의 비용절감 관련 정책이 이번 사태로 이어진 원인 중 하나일 수 있다는 것이다. KT는 1998년 기준 5만6천여명에 이르던 정규직 직원을 2017년 말 기준 2만3천여명 수준까지 줄였다. 원래 KT가 직접 관리하던 관리 업무 등은 외주화 됐다. 이런 조치들이 이번 사태의 먼 원인이 된 것은 아닌지 따져봐야 한다.

KT의 비용절감은 정권과 경영진의 무분별한 민영화와 외주화 정책이 원인이지만 ‘공룡’, ‘비효율’, ‘사실상 대기업’ 등의 수사를 동원해 이윤 창출의 효율을 촉구해 온 사회적 압력과도 관련이 있다. 이런 구조는 이제는 더 말하기도 가슴이 아프지만 세월호 참사에서도 똑같이 확인된 바 있다.

화재가 발생했을 때 지금과 같은 사태가 일어날 수밖에 없었던 것인지를 중심에 놓고 대응체계를 재설계하려는 노력도 필요하다. 문제가 된 통신구에는 소화기 1대만 구비돼있고 스프링클러 등은 설치돼 있지 않았다고 한다. KT아현지사가 정부가 집중적으로 관리하는 통신국사에서 제외돼 있었기 때문이다. 통신국사를 A부터 D등급까지로 나눠 C등급까지만 집중 관리하고 D등급에 해당하는 곳은 사실상 방치하도록 한 것이다. KT가 관리하는 주요국사 56개 중 D등급은 27개에 이른다고 한다.

KT는 D등급 통신국사를 대상으로 한 화재 방지시설 설치나 백업망을 구축 등을 하지 않은 대신 IOT기술을 접목한 신고 시스템을 확보해 놓았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 덕에 빠른 신고가 가능했고 피해가 최소화됐다는 것이다. 물론 신고 시스템이 없는 것보다는 있는 게 피해를 줄일 수 있고 또 복구 시간을 단축시켰다는 분석이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사회의 통신망 의존이 계속해서 심화될 것이니만큼, 화재 등 사고가 발생하더라도 최소한의 연결 기능이 유지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유지하는 일에 더 많은 투자가 있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어느 한 통신사 통신망에 문제가 생길 경우 다른 통신사들의 망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런 대안이 오히려 서로 책임을 미루는 악순환으로 이어지지 않으려면 무엇보다도 앞으로 통신망의 공공성 강화를 지속적으로 모색해야 한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어야 한다. 최근 콘텐츠 관련 비용 등을 두고 망 중립성 등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진 바 있지만 이를 넘어서는 사회적 맥락을 형성하기 위한 토론이 진행돼야 할 필요가 있다.

통신망에 대한 공공성 강화와 함께 모색되어야 할 것은 이런 여러 안전장치에도 불구하고 끝내 통신망을 활용할 수 없게 되었을 경우에 우리 사회가 대안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장치들을 늘리고 유지 관리하는 일에 대한 투자이다. 스마트폰의 지도 앱을 이용할 수 없었지만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었던 이유는 지하철 역사에 설치된 인근 지도와 도로명 주소 덕분이었다. 스마트폰의 소유 여부와 관계없이 사회 전반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도시 차원의 유니버설디자인 도입과 같은 것들을 고민해야 할 필요가 있다.

특히 안전과 관련한 부분에서는 통신망 활용 중심의 대응 이상의 수단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예를 들어 중증장애인들의 경우 통신망을 활용할 수 없게 되었을 때 가장 위험한 상황에 처할 수 있다. 장애인이 아닌 경우라도 가장 먼저 피해를 보게 되는 것은 위험에 먼저 노출될 수밖에 없는 빈곤층이다. 즉, 이번 사태는 사회 전반의 공공성 강화와 이를 위한 투자라는 측면에서 대안을 마련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김민하 / 저술가  webmaster@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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