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익수, 최인철, 최덕주...이 세 사람의 공통점은 바로 한국 여자 축구를 맡아 최근 1년 사이에 국제 대회에서 엄청난 성적을 거두는 데 큰 역할을 한 감독들이라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공부하는 지도자'로서 경쟁력 있는 리더십을 보여주며 여자 축구는 물론 한국 축구 지도자의 질을 높이는 데 큰 역할을 했습니다. 비록 최인철, 최덕주 감독은 선수 시절 크게 주목받지 못했지만(안익수 감독은 1994년 미국월드컵, 히로시마 아시안게임 대표 선수 출신으로 나름대로 경력이 있는 선수 출신 감독이었습니다) 일찌감치 지도자의 길에 들어서 선수 시절 못 다한 꿈을 펼치면서 '여자 축구 명장' 반열에 올랐습니다.

이렇게 최근 국내 감독들의 가능성 있는 행보들이 축구계를 뒤흔들고 있습니다. 이미 장외룡, 김학범 감독 등을 통해 '공부하는 지도자'가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K-리그를 통해서 확인한 바 있었는데요. 어려운 여건에서도 묵묵히 연구하고 고민하며 성과를 낸 국내파 감독이 여자 축구계에 잇달아 나오고 있어 국내 감독들도 외국인 명장 못지않게 우수한 감독들을 배출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사실 여자 축구는 그동안 스타 플레이어 출신들이 눈독을 들일만한 영역이 아니었습니다. 역사도 짧은데다 관심도 적어 어느 누구도 이를 일으켜 세우는 선구자 역할을 하겠다고 나선 사람이 없었습니다. 무엇보다 남자와는 다른 여자들의 특성에 걸맞는 리더십을 발휘하기도 쉽지 않았던 것이 남자 감독들 입장에서는 다소 어려울 법도 했을 것입니다.

▲ U-17 여자대표팀 최덕주 감독 ⓒ연합뉴스
하지만 지금까지 여자 축구를 맡은 대표팀 감독들의 면면을 보면 대부분 '공부하는 지도자'이자 보이지 않은 곳에서 리더십을 갈고 닦으며 여자 축구가 빠르게 발전하는 데 큰 역할을 톡톡히 해낸 특징을 갖고 있습니다. 최덕주 감독은 부상으로 일찍이 선수 생활을 접고 일본으로 유학해 청소년 선수들을 길러내면서 어떻게 해야 잠재력 있는 선수들이 자신의 장점, 기량을 마음껏 뽐낼 수 있는지에 대해 알게 됐습니다. 그 덕에 '축구를 즐겨라'는 철학을 만들어 어린 여자 선수들에게 이식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그리고 매 경기마다 강팀을 만나서도 주눅들지 않고 우리만의 플레이를 자신있게 보여주면서 승승장구를 거듭해 우승이라는 쾌거를 이룰 수 있었습니다.

또 최인철 감독도 끊임없이 연구하고 준비하는 '공부벌레 감독'으로 성실한 모습을 보이며 U-20 여자월드컵 3위라는 위업을 달성, 여자대표팀 감독까지 오르는 개인적인 쾌거를 이뤘습니다. 결핵으로 프로 선수 생활을 하지도 못하고 곧바로 지도자 생활에 뛰어든 최 감독은 2001년 동명초등학교 여자축구부 창단 이후 잠재력 있는 선수들을 헌신적으로 길러내고, 어떻게 하면 여자 축구에서 우수한 선수를 키울 수 있을지에 대해 끊임없이 연구하고 고민해 왔습니다. 그 노력은 맡는 팀마다 우승을 시키는 성과를 내는 것으로 결실이 맺어졌고, U-20 대표팀 선수들에도 잘 이식돼서 세계 3위라는 성과를 낼 수 있었습니다.

▲ 최인철 여자대표팀 감독 ⓒ연합뉴스
지난해 유니버시아드에서 우승을 차지해 주목받은 안익수 감독은 여자 축구의 스타일을 존중하면서도 개성 넘치는 젊은 선수들의 특성을 살려 여자 축구의 질을 높인 감독으로 이름을 날렸습니다. 선수 피라미드의 최상층인 대표팀의 가시적인 성과가 여자 축구 발전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본 안 감독은 평소 선수들에게 "트레이닝복 입고 다니지 말라" "스스로 최고라고 생각하라"면서 자부심을 가질 만한 말을 지속적으로 하며 독려했습니다. 여자대표팀을 맡으면서 끊임없이 연구하고 공부하면서 어떻게 하면 조금이라도 더 좋은 팀을 만들 수 있을까 고민한 안 감독의 노력은 결국 유니버시아드 대회 우승이라는 성과로 이어지면서 한국 여자 축구의 전성기에 첫 번째 주춧돌을 놓았습니다.

이러한 감독들의 노력하는 모습은 동료 감독들에게도 자극제가 되고 있는 듯합니다. 한국 여자 축구가 이만큼 성장하는 데 그야말로 선구자 역할을 한 안종관 감독은 1994년에 인천제철을 맡아 16년간 여자 축구계에 몸을 담았던 지도자입니다. 하지만 안 감독이 스스로 정체돼 있는 것보다 더 나아지는 자신을 위해 스스로 잠시 호주로 유학을 떠나 축구 공부를 하고 오겠다고 선언한 바 있었습니다. 그밖에도 여자 축구계에 몸담고 있는 감독들 대부분 끊임없이 연구하고 공부하고 우수한 인재들을 발굴, 체계적으로 육성하면서 척박한 환경에서도 세계 최고를 향해 묵묵히 선수들과 호흡하고 앞으로 나아가려 하고 있습니다.

여자 축구계의 이런 현상은 미래에 여자 선수 출신 감독이 배출되는 데도 분명히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아울러 남자 축구계에도 더욱 자극이 돼서 경쟁력 있는 지도자 배출에도 좋은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됩니다. 새로운 개척지라 할 수 있는 여자 축구에서 이렇게 좋은 감독들이 나오는 것은 어찌 됐든 개인에게는 기회이고, 나아가 한국 축구의 질적인 발전에도 큰 도움이 된다는 점에서 상당히 긍정적인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앞으로도 여자 축구에서 배출되는 우수한 감독들의 등장을 계속 해서 주목해야 할 것입니다.

대학생 스포츠 블로거입니다. 블로그 http://blog.daum.net/hallo-jihan 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세상의 모든 스포츠를 너무 좋아하고, 글을 통해 보다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고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