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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달 푸른 해’- 서정주의 시적 상상력으로부터 비롯된 미스터리 스릴러(feat. 김선아)[미디어비평] 톺아보기
meditator | 승인 2018.11.24 11:04

해와 하늘빛이 
문둥이는 서러워

보리밭에 달 뜨면
애기 하나 먹고 

꽃처럼 붉은 울음을 밤새 울었다
                                         - <문둥이> 서정주

<붉은 달 푸른 해>란 역설적 제목을 가진 MBC 수목드라마는, 그 제목보다 더 미스터리한 설정으로 시작된다. 운동장, 달리기가 시작되고 아이는 전력질주를 한다. 1등으로 골인. 하지만 소란스러움도 잠시, 자신의 아이를 얼싸안고 돌아서는 학부모들 사이 아이는 홀로 서있다. 그도 잠시, 어느덧 아이는 계단 위에 서 있고 그곳에서 자신의 몸을 날린다. 

보호받지 못한 아이

MBC 새 수목 드라마 <붉은 달 푸른 해>

결국 아이는 상담센터에서 우경(김선아 분)를 만난다. 햇살이란 태명의, 어린 딸이 기다리는 남동생을 가진 만삭의 우경은 자상한 IT업체 대표 남편에 남부러울 것이 없다. 그런데 그런 그녀에게 상담하러 온 아이 시완이 말한다. '좋은 게 아닌데, 죽었으니까'. 교통사고로 죽은 자신의 동생을 일러 하는 그 말이 씨가 되었을까? 그로부터 11월 22일 2회의 엔딩까지 우경은 아이도 잃고 남편도 잃고, 무엇보다 자신을 잃었다. 

아이를 학대해 죽이고 그 시체를 불에 태웠다는 패륜 잔혹범죄. 아이를 상담하는, 아니 그 이전에 아이에 대한 책임감이 남달랐던 우경은 주변의 아는 엄마들과 함께 분노하며 강력한 처벌을 촉구하는 1인 시위까지 나섰었다. 그랬던 그녀가 자동차 전용도로로 뛰어든 아이를 그만 보지 못한 채 치어 죽이고 만다. 뿐만 아니라 그녀의 눈에 보인 아이는 초록색 원피스를 입은 대여섯 살 또래의 여자아이였는데, 막상 사고를 당해 죽은 아이는 남자아이라니! 그 일로 인해 같은 또래인 자신의 딸과 차마 눈을 마주치지 못한 채 사고의 진실, 아이의 정체에 집착하는 우경.

그런 가운데 우경이 1인 시위에 나섰던 그 사건의 엄마가 자동차에 탄 채 불에 타 죽는 사건이 발생한다. 얼마 전 형기를 마치고 출소한 것. 출소 당일 교도소 앞을 메웠던 그녀를 지탄하는 시위대 행렬이 있었지만, 그렇다고 누가 그녀를 죽음으로 몰고 갔을까? 그렇게 드라마는 '의문의 죽음, 그것도 아이의 죽음'을 둘러싼 미스터리의 그물을 펼친다. 

MBC 새 수목 드라마 <붉은 달 푸른 해>

그리고 그 그물에 서정주의 시 한 자락을 걸친다. 우경의 차에 죽은 소년의 운동화 깔창 아래서, 그리고 아들을 죽였다던 여자의 가족사진 뒤에서 발견된 문구는 바로 서정주의 시 <문둥이>의 한 구절 '보리밭에 달 뜨면'이다. 그 뒤에 이어진 시구는 '애기 하나 먹고'. 미스터리한 아이의 죽음은 서정주의 시구 '애기 하나 먹고'로 이어지고, <붉은 달 푸른 해>이란 역설적 어구는 첫 연 '해와 하늘빛이 문둥이는 서러워'와 맥락이 닿는다. 그렇게 드라마의 사건은 시를 통해 상징되고, 다시 시는 의문의 사건에 해석의 결을 댄다. 

이렇게 시를 통해 상징의 나래를 편 드라마는 3,4화에 이르러 그 시적 상상력을 증폭시킨다. 결국 자신이 차로 친 소년에 대한 집착, 결국 해프닝이 된 딸의 실종은 우경에게서 뱃속의 아이를 빼앗아 간다. 늘 든든한 보호자인 듯했던 남편도. 그렇게 우경의 가정이 부서지는 동안, 드라마에는 또 하나의 가족이 등장한다. 

고가다리 아래 방치된 차안에서 발견된 '자살'로 추정되는 가장의 시체. 그런데 그 죽은 남편에 대한 아내 동숙(김여진 분)의 태도가 수상하다. 남편의 시체를 확인하는 것보다 지금 직장의 일자리에 연연하던 아내는 죽은 남편이 남긴 돈다발에 눈이 희번덕인다. 그리고 돌아와 온 집안을 뒤집어 찾아낸 건 보험증서, 그 증서를 들고 아내 동숙은 웃음을 토해낸다. 그런 동숙의 웃음 위로 교차되는, 칼을 들고 남편을 향해 달려가다 주저앉아 울음을 터트리고 마는 우경. 그리고 서정주의 시 <입맞춤> 가운데 '짐승스런 웃음은 달더라 달더라 울음같이 달더라'.

가시내두 가시내두 가시내두 가시내두
콩밭 속으로만 자꾸 달아나고
울타리는 마구 자빠트려 놓고
오라고 오라고 오라고만 그러면

사랑 사랑의 석류꽃 낭기 낭기
하누바람이랑 별이 모다 웃습네요
풋풋한 산노루 떼 언덕마닥 한 마리씩
개구리는 개구리와 머구리는 머구리와

굽이 강물은 서천(西天)으로 흘러나려……

땅에 긴긴 입맞춤은 오오 몸서리친,
쑥니풀 질근질근 이발이 허허옇게
짐승스런 웃음은 달더라 달더라 울음같이 달더라.

서정주의 시를 얹어 더욱 모호해진 도현정의 미스터리 스릴러 

MBC 새 수목 드라마 <붉은 달 푸른 해>

<붉은 달 푸른 해>의 도현정 작가. 이 작가의 전작 SBS <마을-아치아라의 비밀>을 안다면 <붉은 달 푸른 해>가 뿜어내는 상징의 향연이 낯설지 않을 것이다. 돌아가신 할머니의 유품 속에 숨겨진 가족의 비밀을 찾아 그 이름부터 묘한 아치아라 마을도 들어온 한소윤(문근영 분). 그곳에서 그녀는 마을의 권력자로 행세하는 서창권과 그의 가족들, 그리고 마을 사람들을 둘러싼 비밀스러운 분위기를 감지한다. 하지만 그녀가 찾던 언니는 정작 백골로 돌아오고, 그 언니의 죽음으로 시작된 사건은 결국 마을이 덮고 있던 부도덕한 음모의 폭로로 이어진다. 

안개에 뒤덮인 마을과 비밀을 품은 사람들 그 자체가 '미스터리'의 퍼즐조각이 되어 지방 토호의 권력으로 짓뭉개진, 그리고 그 속에서 춤추는 인간의 욕망을 차근차근 실밥을 풀듯 풀어나갔던 도현정 작가의 내공은 최정규 피디를 만나 다시 한번 날개를 편다. 

<붉은 달 푸른 해>는 한 아이의 알 수 없는 자해에서 시작되어 보호받지 못한 아이의 죽음으로, 그리고 그 죽음으로부터 파생된 환영에 시달리는 주인공의 히스테릭한 파멸에, 뜻밖에 등장한 가장의 죽음에 환호작약하는 아내로 받아친다. 또한 드라마는 보호자가 되지 못하는 부모와 거기서 보호받지 못한 아이라거나, 혹은 우리 고전설화의 호랑이에 쫓겨 해와 달이 된 오누이의 비극적 상징(?)이라고도 볼 수 있는 '아이러니한 관계와 존재의 문제'를 제기한다. 자신의 아이를 학대하고 죽인 부모의 사건, 거기에 그 어머니를 다시 죽이고 스스로 목숨을 거둔 아버지의 사건과 그 사건을 해결하는 형사들이 엇물리며 박진감을 더한다. 

MBC 새 수목 드라마 <붉은 달 푸른 해>

또한 일찍이 <내 이름은 김삼순>의 김삼순 이래 2017년 <품위있는 그녀>의 박복자, 2018년 <키스 먼저 할까요>의 안순진까지, 이제 김선아라는 이름 자체는 '장르'가 되었다. 때문에 히스테릭하게 집착하는 모성성을 가진 우경 역 김선아의 열연만으로도 <붉은 달 푸른 해>는 보는 재미의 충분조건이 된다. 그에 더해 마지막 엔딩 미친 듯한 웃음의 한 장면만으로 시청자들을 꽉 잡아버린 동숙 역의 김여진 등 발군의 호흡이 더해지며 2018년을 마무리할 ‘명작’의 탄생을 알린다. 특히나 OCN <손 the guest>의 종영이 아쉬웠던 장르 드라마 팬들에게는 '반색'할 소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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