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1988년 전국언론노동조합연맹(언론노련)으로 출발한 전국언론노동조합이 창립 30주년을 맞이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언론노조 30주년 기념식에 보낸 축전을 통해 "언론노조는 언론의 가치를 지키고 언론의 사명을 다하고자 치열하게 노력했다"며 "앞으로도 민주주의의 파수꾼으로서 언론노동자들의 역할을 응원하고 기대한다"고 밝혔다.

23일 서울 광화문 프레스센터에서는 언론노조 창립 30주년 '걸어온 길, 가야할 길' 기념식이 열렸다. 주요 내빈으로는 권영길 언론노련 초대위원장과 역대 집행부,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을 비롯해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허욱 방송통신위원회 부위원장, 임서정 고용노동부 차관 등 정부 측 관계자들과 김상근 KBS 이사장, 김상균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 강기석 뉴스통신진흥회 이사장, 최승호 MBC 사장, 정필모 KBS 부사장, 조성부 연합뉴스 사장 등 언론사 측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23일 서울 광화문 프레스센터에서는 언론노조 창립 30주년 '걸어온 길, 가야할 길' 기념식이 열렸다. (미디어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기념식에 축전을 보내 언론노조 30주년을 축하했다. 문 대통령은 축전에서 "언론은 민주주의 발전의 기틀이다. 언론이 흔들리면 민주주의도 함께 흔들리고, 언론이 깨어있으면 민주주의도 함께 깨어있다"며 "언론의 자유와 독립, 공정성과 공공성은 우리 사회와 민주주의 발전을 위해 반드시 지켜내야 할 가치"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30년, 언론노조는 언론의 가치를 지키고 언론의 사명을 다하고자 치열하게 노력했다. 때로는 정치권력과 자본의 압력에 맞섰고, 때로는 거리로 나서기도 했다. 그 과정에서 직장을 잃고 고단한 삶을 살아야 했던 분도 많다"며 "민주주의와 언론자유를 위해 분투해온 언론노동자 여러분께 존경과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고 축하의 말을 전했다.

이어 "여러분의 실천과 헌신은 우리 민주주의를 깨우고 앞으로 나아가게 했다. 촛불혁명과 지금의 민주주의를 이루는데 큰 힘이 되었다"며 "앞으로도 민주주의의 파수꾼으로서 언론노동자들의 역할을 응원하고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언론노조는 1988년 11월 26일 '언론자유의 완벽한 실천을 통해 사회의 민주화에 이바지하는 것을 제1의 목표'로 창립된 언론노련을 모태로 한다. 출범당시 언론노련은 41개 언론사 기업별 조합을 가맹단체로 두고 122명의 대의원이 권영길 초대위원장을 선출했다. 2000년 11월 24일에는 기업별 노동조합 연맹체의 한계 극복을 위해 산별노조인 언론노조를 출범시켰다. 현재 전국 단위 131개 언론사 노동조합, 1만 4천여 명의 조합원을 둔 국내 유일의 언론계 산별 노조이다.

첫 축사에 나선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은 "제가 요즘 정부여야가 추진하고 있는 탄력근로제 기간확대 이슈때문에 방송국 갈 일이 많아 화장도 못지우고 왔다"며 뼈 있는 농담을 던졌다. 이어 김 위원장은 "언론노조는 적폐를 뽑아내고 한발 더 전진했다. 이제 언론노조에게 부탁드리고 싶은 건, 아직 우리사회가 멀었다는 것이다. 전국의 잘못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철폐를 위해 투쟁하고 있는 우리사회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카메라와 마이크와 취재수첩이 더욱 찾아가 알려주실 것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권영길 초대위원장도 축사에서 '탄력근로제'를 언급했다. 권 초대위원장은 "언론노조 행사를 할 때 이른바 '사측'이 참석하는 게 오늘이 처음일 것이다. 언론노조 행사는 가면 큰일 나는 금단의 곳이었는데 오늘 정부측에서도 사장님들도 많이 나오셨다"며 "세상이 조금이라도 좋은 방향이 됐다고 하면 언론노조도 역할을 조금하지 않았을까 싶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러나 아직 멀었다고 생각하고 있다"며 "언론인은 오늘의 현실을 빚어 역사를 만드는 사람이다. 후배들에게는 무엇보다도 탄력근로제 얘기를 하고 싶다. 탄력근로제는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언론노동자들에게 필요한 것인지 생각해보기 바란다. 언론을 통해 나쁜지 좋은지, 말해야 한다"고 말했다.

언론노조는 이날 기념식에서 '방송사에서 일하는 모든 노동자를 품겠다'는 일종의 미래 비전을 제시했다. (왼쪽부터)오달록 언론노조 비정규직지부 KBS분회장, 이강훈 언론노조 TBS지부장, 김환균 언론노조 위원장, 이미지 언론노조 방송작가지부장. (미디어스)

언론노조는 이날 기념식에서 '방송사에서 일하는 모든 노동자를 품겠다'는 일종의 미래 비전을 제시했다.

김환균 언론노조위원장은 "언론자유는 언론노동자들만의 것은 아니다. 민중을 위한 것이고 온 국민을 위한 것"이라며 "동아투위 선배님들이 언론자유를 위한 투쟁의 깃발을 올리셨기 때문에 후배들의 본보기가 되셨다. 때로는 폭압, 폭력적인 위협, 사실적인 폭력에 의해서 우리의 무릎이 꺾이기도 했다. 그러나 언론노조는 단 한번도 무릎꿇지 않았다. 무릎은 꿇기 위해서 있는 게 아니라 일어나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언론노조는 앞으로도 언론자유를 위해 힘껏 싸워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2000년에 산별노조 전환을 했다. 산별노조에 관한 초기 논의를 했던 자료집을 봤다. '동종산업에 종사하는 직종을 불문하고 모든 노동자를 조직대상자로 한다'고 적혀 있었다"며 "산별노조로서 언론사업장 내 일하고 있는 모든 노동자들을 품어봤는가라는 질문을 하게 됐다. 그러지 못했다. 이제부터 언론노조가 그 일을 해야한다"고 언론노조가 향후 나아갈 방향을 선언했다.

그러면서 "소위 프리랜서, 비정규직 노동자들, 스스로가 노동자라는 것을 힘들고 어렵게 증명해야만 인정되는 사람들을 끌어안아야 하는 것이 언론노조의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김 위원장의 소개로 오달록 언론노조 비정규직지부 KBS분회장, 이미지 언론노조 방송작가지부장, 이강훈 언론노조 TBS지부장이 연단에 올랐다. 이미지 지부장은 "30년 언론노조 지본부 숫자는 많이 늘었지만 정규직 틀 안에 갇혀 조합원 수는 그만큼 늘지 못했다"며 "언론노조의 미래로 꼽아주셔서 감사하다. 방송에는 수많은 비정규직 노동자가 있다. 비정규직 없이 언론노조는 더 이상 성장하지 못한다. 언론노조가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더 많이 연대해 성장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한편 기념식장에서는 제28회 민주언론상 시상식도 함께 열렸다. 본상은 SBS 탐사보도부 '끝까지 판다'팀의 '삼성 관련 연속 특종 보도'에 돌아갔다. '끝까지 판다'팀은 올해 '에버랜드의 수상한 공시지가와 삼성합병', '삼성과 국세청, 흔들린 조세 정의' 등 삼성 관련 뉴스를 연속으로 심층 보도한 바 있다.

보도부문 특별상은 MBC경남 시사기획 '소수의견'의 전우석 PD와 경향신문 '제5공화국 전시' 9권을 전면 공개한 배명재·강현석·유정인·조형국 기자가 수상했다.

사진·영상 부문 특별상은 한겨레 신문 '화상 산업재해 이주노동자 중심의 단독 기획'의 김성광 기자와 경향신문 '2차 송환을 희망하는 비전향 장기수 19인의 초상 사진기획'의 정지윤 기자가 공동 수상했다.

활동부문 특별상은 고(故) 노회찬 정의당 의원과 JIBS '4·3 70주년 릴레이 캠페인 4월엔 동백꽃을 달아주세요'의 이정석 PD와 조창범·김동은·윤인수·김경윤 기자가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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