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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비한 동물들과 그린델왈드의 범죄’- 돌아온 해리 포터 월드, 그를 위한 치밀한 '입문서'[미디어비평] 톺아보기
meditator | 승인 2018.11.23 13:41

두터운 외국 장편소설을 읽기 위해서는 인내심이 필요하다. 아마도 그 '사건'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위해서는 절반의 페이지가 넘어가야 하거나, 심지어 2/3정도 되어야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초반의 장황한 설명들은 본격적인 사건을 위한 치밀하고도 필수적인 주춧돌이다. 1926년부터 1945년까지의 시간을 2년마다 5편에 걸쳐 만들 <신비한 동물사전> 시리즈에서 <신비한 동물들과 그린델왈드의 범죄>가 바로 그 시리즈를 위한 장황한 ‘입문서’의 역할을 한다.

돌아온 해리 포터 월드

영화 <신비한 동물들과 그린델왈드의 범죄> 스틸 이미지

뉴톤 아르테미스 피도 스캐맨더, 줄여서 뉴트 스캐맨더(에디 레디메인 분)는 마법 동물학자로 무려 52판에 이르는 <신비한 동물사전>의 저자이다. 후에 그의 책이 마법학교 호그와트에서 교과서로 사용되며 일반 가정에서도 널리 읽히는 책을 쓴 사람답게 동물, 그중에서도 '마법'의 동물들에 조애가 깊으며 애호 정신은 더 깊다. 그런 그가 애리조나 산 천둥새를 고향으로 데려다주기 위해 미국으로 오면서 1편 <신비한 동물 사전>의 막이 열린다. 

9와 3/4 승강장을 통해 마법 세계로 들어서고 마법 빗자루를 타고 날아다니며 지팡이로 갖가지 신비한 마술을 부리고, 벽에 걸린 그림이 살아 움직이고, 도비(집요정)와 유니콘과 불사조가 어우러지는 세계. 그렇게 상상 그 이상의 마법적 도구와 배경을 통해 '해리 포터'에 매료되듯이, 금붙이만 보면 정신 못 차리고 수집하려드는 오리너구리 같은 니플러, 피켓이라 불리는 귀여운 푸른 나뭇가지 보우트러클, 코뿔소 저리 가라인 에럼펀트 등의 '진기명기'를 통해 관객들은 대번에 '신비한 동물'의 세계에 매료되어 버린다. 

그러나 어쩌면 그런 마법적 도구와 마법의 세상은 진짜 해리 포터의 세계로 낚는 '미끼'에 불과했을지 모른다. 마치 인간 세상의 복사본처럼, 이모네의 타박과 텃세를 피해 간 '마법 세계'에서 해리가 만난 마법 세상은 마법사와 머글(인간), 그리고 학교를 세운 네 마법사의 성향에 따라 그리핀도르, 후플푸프, 레번클로, 슬리데린으로 나뉘고, 이들은 다시 어둠의 마법과 그에 대항하는 '정의'의 세계로 갈라져 끝없이 대치하는 갈등과 쟁투의 세계이다. 즉, 가장 신기한 마법이라는 관문을 통해 도달하게 되는 곳은 인간, 아니 마법사로서의 자신의 본성에 대한 끝없는 질문과 고민, 선택 그리고 투쟁의 지난한 과정인 것이다. 

영화 <신비한 동물들과 그린델왈드의 범죄> 스틸 이미지

마찬가지다. 그저 신비한 동물을 고향으로 데려다주기 위해 미국으로 온 뉴트는 뜻밖에 '옵스큐러스(억압된 어린 마법사가 만들어 낸 검은 기운)'로 인해 미국의 마법부로 소환되고 사형선고의 위기를 겪게 된다. 그렇게 그저 마법의 동물학자일 뿐인 뉴트는 미국 마법부를 덮친 어둠의 그림자에 대항하며 마법의회 안보국 국장그레이브스(콜린 파렐 분)의 모습으로 암약하던 그린델왈드(조니 뎁 분)를 잡아낸다. 

그렇게 옵스큐러스의 주인공이었던 크레덴스(에즈라 밀러 분)가 마법부의 집중 공격을 받아 산화되고, 주범인 그린델왈드가 체포되며 1편이 마무리되었지만, 그건 그저 '맛보기'에 불과했다. 2편, 완벽무결하게 투옥되었던 그린델왈드는 의기양양하게 영국 마법부 이송 도중 자유로운 몸이 되어 어둠의 세력을 결집한다. 또한 흩어져버린 줄 알았던 크레덴스 역시 영국 서커스단에서 숨어있었다. 그리고, 영국으로 돌아온 뉴트는 오러가 되어 어둠의 세력을 물리치는데 합류할 것을 종용받는다. 

나는 누구인가?

영화 <신비한 동물들과 그린델왈드의 범죄> 스틸 이미지

뉴트는 어둠의 세력을 물리치기 위해 때론 그들을 죽음에 이르도록 할 수도 있는 마법부의 방식에 동조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가 존경하는 마법학교 덤블도어 교장(주드 로 분)의 부탁으로 순수한 혈통을 중심으로 한 어둠의 마법 조직을 규합하는 그린델왈드를 저지하기 위해 프랑스로 향한다. 물론 거기엔 프랑스에 있다는 티나(캐서린 워터스턴 분)를 향한 그의 마음도 얹혀있다. 

즉, <신비한 동물사전>의 2편 <신비한 동물들과 그린델왈드의 범죄>에는 이렇게 아직 자신의 길을 결정하지 못한 채, 그린델왈드로 인한 마법 세계의 분열 책동에 휩쓸려 들어가는 마법사들의 갈등이 그려진다. 정의의 길을 추구하지만 1편에서 크레덴스를 죽음으로 모는 미국 마법부에 대항했고, 그렇게 거침없이 처단을 선택하는 마법부의 방식과는 다른 길을 택하려는 뉴트처럼.

무엇보다 그런 고민의 중심에는 이미 <해리 포터> 시리즈에서 그 이름이 등장한 마법사의 순수혈통 가문인 '레스트랭' 가문이 있다. 가문의 아들들에게는 가계도에 얼굴과 이름이 올라 있고, 딸은 그저 한 송이 꽃으로만 표현되는 가문. 하지만 그 '순혈'의 집안의 혈통은 부도덕한 아버지로 인해 서로 다른 핏줄의 형제들의 얽힌 인연이 드러난다. 

영화 <신비한 동물들과 그린델왈드의 범죄> 스틸 이미지

'동생을 죽이는 형'이란 예언을 신봉하는 첫째, 그 핏빛어린 혈육애에는 첫 번째 아내 이후 부도덕하게 취한 두 번째 아내가 낳은 두 아이, 딸과 아들에 대한 아버지의 편애와 엇갈린 운명의 가족사가 있다. 1편에서 산화되었던 크레덴스의 자기 핏줄 찾기와 뉴트의 첫사랑 레타(조 크라비츠 분)의 자기 정체성 찾기, 그리고 그들을 추격하는 의문의 남자와 얽혀들며 이 '가문의 비극'이 드러난다.

이런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혼돈과 갈등, 그리고 선택은 <해리 포터> 시리즈 초반 마법학교 입학 이후 각자의 성향에 따라 그리핀도르 등으로 나뉘어졌던 그 시절 이래, 자신의 이마에 새겨진 표식 등으로 어둠과 정의 사이에서 끊임없이 고민했던 해리의 여정에 대한 기시감이 느껴진다. 어디 해리뿐인가. 때론 그의 적으로 때론 그의 보호자로 끊임없이 그의 정체가 의심스러웠던 스네이프 교수의 비극적 생애 역시 다르지 않다. 또한 인간과 머글의 사이에서 태어나 '순혈' 마법사들 사이에서 늘 조롱과 놀림의 대상이었지만 그걸 자신의 노력으로 이겨내려 했던 헤르미온느의 고뇌 등 <해리 포터>의 모든 이들이 각자 자기 앞의 생에 던져진 질문으로 인해 끊임없이 흔들리며 성장해 나간다. 심지어, 그 어둠의 볼드모트조차. 

그렇듯 해리 포터 시리즈는 덤블도어 교장의 호그와트 마법학교, 그리고 마법학교를 넘어서 마법 세계를 장악하려는 볼드모트의 어둠의 야욕을 배경으로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 고민하는 청춘들의 대서사시이다. 그리고 이제 책이 아닌 극본으로 참여한 조앤 K. 롤링의 <신비한 동물 사전> 시리즈는 예의 그 마법세계 청년들의 자기 정체성 찾기를 2편에서 장황하게 펼쳐 보인다. 

영화 <신비한 동물들과 그린델왈드의 범죄> 스틸 이미지

그리하여 죽음을 불사하는 강력한 '오러'의 직책을 거부하던 뉴트는 자신의 눈앞에서, 사랑했던 레타를 비롯한 많은 이들이 그린델왈드를 막아내기 위해 목숨을 잃어가는 걸 보고 결연히 그린델왈드에 대항전선에 앞장설 것을 결심한다. 어두웠던 자신의 정체성으로 인해 늘 갈등을 느꼈던 레타는 그러나 결국 그린델왈드의 손을 잡는 대신, 기꺼이 자신을 희생하여 그의 야욕을 막아선다. 

그리고 이미 옵스큐러스를 통해 자신이 '어둠'이라 확신했던 크레덴스에게는 뜻밖의 형제가 등장한다. 사랑하는 코왈스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그린델왈드에게 매료된 티나의 여동생 퀴니, 반면 아직은 어둠의 속으로 뛰어들지 않은 내기니(수현 분). 그렇게 각자 자신의 길을 선택하게 된 이들, 그리고 이제 결연했던 불가침의 약속을 깨뜨린 덤블도어와 그린델왈드, 이 양 자와 그들의 세력이 마법 세상 그리고 인간 세상을 배경으로 본격적으로 싸움에 나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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