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심보다는 논란이 더 많았던 드라마 <대물>이 첫 방송을 마쳤습니다. 이 드라마를 보지 않겠다는 분들의 대부분은 권상우의 뺑소니와 이후 과정들로 인해 생긴 거부감이 주원인이었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봐야겠다는 이들은 고현정이 보여주었던 매력이 중요하게 작용했습니다.

고현정의 연기는 기대할만 했다

현재와 과거를 오가는 방식으로 주요 등장인물들을 보여주는 방식의 첫 회는 무난했습니다. 최초의 여성 대통령인 서혜림의 위풍당당한 모습은 현실 정치에서는 맛보지 못했던 통쾌함으로 다가오기까지 했습니다. 만화를 원작으로 했기에 가능했을 여성 대통령의 당당함은 고현정이라는 배우와 맞물리며 묘한 매력을 전해주었습니다.

정치 드라마의 틀을 가지고 있는 이 드라마는 영악한 포지션을 잡고 시작했습니다. 많은 국민들이 기억하고 있는 사회적 이슈들을 주인공 서혜림에 묶어 냄으로써 자연스럽게 대중의 관심과 애정을 담게 만들었으니 성공적인 시작이라고 봐야겠지요.

고등학생 때 공부보다는 춤을 좋아하고 그렇게 제비로 살아가던 하도야는 버스 안에서 우연히 서혜림을 보게 되고 운명처럼 그녀와 인연을 맺게 됩니다. 그녀에게 치한 행동을 하던 남자를 잡아 경찰서로 향하지만 의원 아들이라는 이유로 쉽게 풀려납니다.

아나운서 시험을 치러 가던 혜림을 무사히 서울로 보내고 자신을 쫓아 온 의원 아들 무리와 싸움이 일어나고 그들은 다시 경찰서에 붙잡혀 갑니다. 잘잘못을 떠나 상대가 의원 아들이라는 이유로 자신이 불합리한 처벌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이 그를 일깨웁니다.

자신을 대신해 아버지가 의원에게 굴욕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을 보며 그는 의원을 잡을 수 있는 것은 검사라는 이야기를 듣고 고시 공부를 시작합니다. 자신이 아닌 아버지의 명예를 위해 시작한 공부는 결실을 맺고 꿈에 그리던 검사가 된 그는 자신이 품었던 사랑인 혜림을 찾아갑니다.

어렵게 아나운서 시험에 합격해 파격적으로 뉴스 앵커의 자리에 올라서지만 그녀는 과도한 긴장감으로 하루 만에 앵커 자리에서 물러나고 보도국 기자로 헬기 취재를 하는 도중 기절해, 결국 아이들을 위해 율동하는 아나운서로 급락하게 됩니다. 도저히 감당하기 힘든 상황에서 자신에게 힘을 주었던 카메라맨과 사랑하게 되고 그렇게 한 남자의 여자가 된 혜림은 그런 삶 자체가 행복했습니다.

평범함이 가장 행복한 삶임을 느끼며 살아가던 그녀가 변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아프칸으로 취재 갔던 남편이 피랍되는 사건이 벌어지면서 부터였습니다. 최악의 상황에서도 나라가 방송국이 남편을 구해줄 것이라 믿었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했습니다.

애써 태연하게 아이들과 방송을 하던 그녀는 남편이 죽었다는 긴급보도를 보고 기절하고 맙니다. 국민을 지켜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그녀에게 남편의 죽음은 충격 그 자체였습니다. 그런 충격들이 결과적으로 대통령이 된 그녀가 비슷한 처지에서 그 무엇보다 국민들을 위해 모든 것을 버리게 만들었습니다.

<대물> 첫 회는 시작으로서는 빠른 전개와 다양한 사회적 이슈들을 하나로 묶어냄으로써 화제를 만들어내며 성공적으로 출발했습니다. 아프간 피랍, 배 좌초, 대통령 탄핵, 섹검까지 사회적 이슈들을 모두 망라하며 등장인물들의 캐릭터를 구축하는 과정은 영악할 정도입니다.

정치적인 목적이나 사회적으로 커다란 이슈가 되었던 상황들을 어떤 식으로 해결하고 바라보느냐는 시각의 문제가 아니라, 시청자들의 관심과 대중들의 묵힌 감정들을 해소시키는 도구로 사용했습니다. 서혜림이라는 인물이 보여주는 것은 철저하게 대중들이 선호할 수 있는 기회의 집합이자 아이콘입니다.

전형적인 정치 드라마도 아니고 사회적 문제를 감각적으로 다뤄 현재의 정치 풍토를 비판하자는 목적도 보이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현재의 다양한 이슈들 중 대중들이 선호할만한 기호들을 취합해 가장 직접적으로 배출하는 방법을 택했습니다.

이성보다는 감성으로 다가가는 <대물>은 대중적인 관심과 사랑을 받을 수 있을 듯합니다. 현명한 비판보다는 감정에 호소하고 따르는 것이 인기를 얻을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요소임을 알고 있기에 그들은 최소한 실패라는 멍에를 쓰지는 않을 듯합니다.

권상우는 보여줄 게 몸밖에 없음을 다시 드러내며 여전히 발전 없는 연기로 씁쓸하게 만드었습니다. 고현정과 극단적인 대립 관계를 형성하게 될 차인표의 묵직한 연기는 호감으로 다가옵니다. 묘한 매력으로 등장한 이수경 역시 무언가를 기대하게 만들었지만 이 모두를 능가하는 특별한 존재는 역시 고현정이었습니다.

국민을 대변하는 대통령의 모습과 남편의 억울한 죽음에 서럽게 우는 아내의 모습 등 다양한 연기의 폭을 거리낌 없이 소화해내는 그녀의 모습은 <대물>이 기댈 수 있고 바랄 수 있는 모든 것을 담고 있는 모습이었습니다. 첫 회 보여준 그녀의 모습만으로도 ‘역시 고현정’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대물>은 고현정을 위한 드라마였습니다.

대중들의 시선을 잡아끄는 목적으로 첫 회는 잘 만들어졌습니다. 몇몇 말도 안 되는 장면들이 눈에 거슬리기는 하지만 시작하는 드라마에 이런 식의 다양한 화제꺼리를 만들어낸 것은 전략적인 성공이라고 봐야하겠지요.

여전히 실망만 안겨주는 권상우를 포기하고 노련한 고현정의 매력을 선택할 수 있다면 <대물>은 의외로 재미있는 드라마가 될 듯합니다. 만화를 원작으로 한 가상의 드라마임을 알고 본다면 정신건강에도 즐거울 듯합니다. 현실에서 일어날 가능성이 제로에 가까운 의로운 대통령과 국민을 먼저 생각하는 권력자의 모습은 하나의 신드롬을 만들 가능성도 높아 보입니다.

영화를 꿈꾸었던 어린시절의 철없는 흥겨움이 현실에서는 얼마나 힘겨움으로 다가오는지 몸소 체험하며 살아가는 dramastory2.tistory.com를 운영하는 블로거입니다.
늘어진 테이프처럼 재미없게 글을 쓰는 '자이미'라는 이름과는 달리 유쾌한 글쓰기를 통해 다양한 소통이 가능하도록 노력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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