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위터 계정 일명 ‘혜경궁 김씨’ 사건으로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갈수록 궁지에 몰리는 형국이다. 7개월여를 끌었던 기나긴 경찰수사의 끝은 이재명 지사의 부인 김혜경 씨를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하는 것이었다. 이 지사는 강력 반발하였고, 그런 강경한 태도에 민주당도 갈피를 못 잡고 있다. 수사결과를 지켜보자던 민주당은 다시 법원 판결을 기다려보자는 식으로 시간벌기에 급급한 모습을 노출하고 있다.

그러나 연일 터져 나오는 스모킹건급 증거들은 이재명 지사와 민주당, 특히 이해찬 당대표를 옥죄고 있다. 그런 가운데 이재명 지사와 이해찬 대표가 기자 질문에 짜증을 내거나 동문서답을 하는 모습으로 또한 빈축을 사고 있다.

최승호 MBC 사장은 과거 이명박 대통령을 향해 “기자가 질문을 못하게 하면 나라가 망한다”는 명언을 남겼다. 기자의 질문은 언론의 권리이자 의무이다. 그 대상인 권력자나 정치인은 성실하게 답변할 의무를 갖고 있다. 정치인이 언론의 질문을 거부하는 것은 결국 유권자인 국민의 질문을 거부한다는 것이다.

JTBC 뉴스룸 [비하인드 뉴스] 갈무리

이해찬 대표는 이재명 지사의 거취 등의 질문을 하는 기자들에게 거친 모습을 노출해 논란이 됐다. 심지어 반말로 “그만하라니까”라며 짜증을 내기도 했다. 이 대표로서는 매우 곤혹스럽고 피곤한 상황인 것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지만 여당 대표가 언론을 이런 식으로 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정치인이, 그것도 여당의 대표가 중요한 정치적 이슈에 대해서 연일 질문을 피하는 것이 국민들 눈에 어떻게 비칠지 생각해봐야 한다.

그런가 하면 자신에게 쏠린 의혹과 검·경의 조사에 자신감 넘치는 모습으로 대처하던 이재명 지사가 급기야 동문서답으로 기자들의 질문을 회피하는 모습을 노출했다. 본인으로서는 보이기 싫은 모습이었겠지만 언론과 시민들의 관심이 증폭된 부담을 감당하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 하더라도 이 지사 정도의 정치인이라면 동문서답이라는 실망스러운 모습 대신에 좀 더 유려한 대처가 가능했었다는 아쉬움도 남는다.

이 지사는 연일 동문서답으로 화제가 됐다. 국회를 방문했던 20일에는 기자들이 ‘혜경궁 김씨’에 대한 질문을 하자 이 지사는 “우리 경기도 철도 정책에 각별히 많이 관심을 가져 주세요”라면서 엉뚱한 대답을 해 기자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 세미나 후 기다리던 기자들이 재차 질문을 하자 그때도 이 지사는 “삼성 바이오로직스 사건이나 좀 많이 관심을 가져줬으면 좋겠어요”라고 다시 동문서답으로 질문을 피해갔다.

“‘혜경궁 김씨’ g메일과 동일한 다음ID 접속지는 이재명 자택” (KBS 뉴스9 보도화면 갈무리)

21일 김혜경 씨 지메일 주소와 동일한 다음 아이디(ID)가 ‘혜경궁 김씨’ 수사가 시작된 4월에 해지되었고, 마지막으로 접속한 주소가 이재명 지사 자택이었다는 보도는 모두에게 충격이었다. 거의 스모킹건이라고 해도 좋을 만한 중량감을 가진 증거였다. 이 지사로서도 쉽게 모면하기 어려운 국면을 맞게 되었다.

이 지사는 이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도 또 동문서답으로 답했다. “결국 정치는 정치인들이 하는 것 같지만 국민들이 합니다. 그리고 국민들의 삶이 어려울 때는 국민들의 삶을 어떻게 개선할지에 좀 더 많은 관심 가져줬으면 좋겠고...”라며 엉뚱한 대답을 내놓았다. 언론의 질문에 동문서답하는 모습은 자신을 향한 의혹을 증폭시킨다는 사실을 이 지사도 모르지는 않을 것이다. 알면서도 그럴 수밖에 없을 정도로 난처하겠지만 그래도 동문서답은 너무했다.

이 지사의 동문서답은 또 다른 문제를 낳았다. 정치인의 동문서답은 시민들에게 희화되기 십상이다. 이재명 지사의 대응에 대해서 비웃음과 냉소하는 온라인 반응이 많았다. 정치인은 희화되기 시작하면 끝장이다. 기껏 쌓은 권위를 무너뜨리는 자폭행위나 다름없다. 행위에 대한 결과는 본인들이 감당하면 그만이겠지만 기자들을 대하는 태도는 비판받아 마땅하다. 이 지사의 동문서답이나 이해찬 대표가 기자들의 질문에 보인 짜증스러운 반응 등은 모두 정치인으로서는 절대 보여선 안 될 태도들이었다. 국민을 대신한 질문이기 때문이다. 태도는 본질이라지 않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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