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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비밀보호법 적용 요건, 엄격하게 구체화해야"[토론회] ‘총체적 헌법 불합치 통신비밀보호법, 어떻게 개선할 것인가’
윤수현 기자 | 승인 2018.11.19 16:47

[미디어스=윤수현 기자] 정보·수사기관이 실시하는 기지국 수사, 인터넷 회선 감청 등의 부작용이 심각하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호중 서강대 교수는 “(정보·수사기관의) 통신정보 수집으로 인한 개인 정보 유출 문제는 심각한 수준”이라면서 “현행 통신비밀보호법의 규정을 엄격하게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19일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주최로 열린 ‘총체적 헌법 불합치 통신비밀보호법, 어떻게 개선할 것인가?’ 토론회에서 이호중 교수는 통신비밀보호법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통신비밀보호법이 기지국 수사·인터넷 회선 감청 등의 요건을 엄격하게 정하지 않아서 수사 남용의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19일 열린 ‘총제적 헌법불합치 통신비밀보호법, 어떻게 개선할 것인가?’ 토론회 (사진=미디어스)

통신비밀보호법은 정보·수사 기관이 통신 감청, 기지국 수사, 위치추적 자료 등을 수집하는 요건과 절차를 규정한 법률이다. 그간 국가정보원이나 기무사, 경찰 등의 기관들이 통신비밀보호법을 근거로 개인의 통화를 감청하거나 정보를 가져가는 일이 발생하면서 ‘정보인권을 침해하는 법률’이라는 지적이 많았다.

실제 수사기관이 사건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일반인의 개인 정보를 수집하다가 적발된 사례도 있었다. 2011년 검찰은 민주통합당 예비경선 금품 살포 의혹을 수사하면서 예비경선장에 있던 659명의 통화기록을 입수했다. 검찰은 예비경선을 취재하고 있던 김 모 기자의 통화기록도 조회했다. 김 기자는 “범죄와 전혀 관계가 없는 사람들의 기본권이 침해당하고 있다”면서 헌법소원을 냈다.

지난 6월과 8월, 헌법재판소는 통신비밀보호법이 기지국 수사·위치 정보 자료 제공·인터넷 회선 감청에 대해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하고 있다며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헌법재판소는 “통신비밀보호법을 적용하기 위해선 더 요건을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헌법재판소가 통신비밀보호법의 개선 입법 시한을 2020년 3월로 정했다.

이호중 교수는 기지국 수사로 인한 개인 정보 유출은 심각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기지국 수사는 정보·수사 기관이 특정 지역의 기지국에 저장된 통신정보를 모두 수집하는 수사 기법을 뜻한다. 

이호중 교수는 ”기지국 수사는 연쇄 살인·성폭력 등의 사건 조사에서는 효과가 있다”면서 “하지만 이는 좋은 사례 중 하나일 뿐이며 실제 기지국 수사는 특별한 제한이 없다”고 비판했다. 이호중 교수는 “2014·2015년의 기지국 수사는 심각한 수준이었다”면서 “2015년 허가된 기지국 수사는 1394건이고, 정보·수사 기관에 제공된 전화번호는 497만 개에 달한다”고 지적했다.

▲인터넷 회선 감청 (사진=참여연대)

인터넷 회선 감청에 대한 문제점도 지적했다. 인터넷 회선 감청은 특정 인터넷 회선을 통해 흐르는 패킷(정보)을 중간에서 수집하는 것을 뜻한다. 정보·수사 기관이 인터넷과 관련된 모든 내역을 수집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본권 침해와도 연관이 있다. 

이호중 교수는 인터넷 회선 감청이 개인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은 물론 수사에 실효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호중 교수는 “법원은 인터넷 회선 감청을 허가할 때 피의자나 피내사자의 것으로만 한정해 수사를 허가하겠지만 인터넷 회선을 한 사람만 이용하는 경우는 없다”고 비판했다. 이호중 교수는 “인터넷 회선 감청이 허용되면 해당 회선을 이용하는 모든 사람이 감청의 대상이 된다”면서 “수사기관이 피의자와 타인을 판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이호중 교수는 통신 사업자가 정보·수사 기관에 무차별적으로 정보를 제공하게 하는 법률이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이호중 교수는 “현재 전기통신사업법에 따르면 ‘통신 사업자는 수사기관의 정보 제공 요청이 있으면 응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면서 “사업자가 정보 제공 여부를 심사하도록 규정하진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호중 교수는 “사업자는 수사기관의 통신자료 제공 요청이 있으면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해당 정보를 제공하는 수밖에 없다”면서 “제공 요청을 거부하기란 쉽지 않다”고 밝혔다. 

이호중 교수는 “기지국 수사의 요건을 엄격하게 구체화해야 한다”면서 “헌법이 요구하는 명확성 원칙과 과잉금지 원칙에 어긋나지 않게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인터넷 회선 감청에 대해선 “엄격하게 범죄혐의를 전제로 하여 수사 목적에서만 가능하도록 제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가람 변호사는 “(정보·수사 기관이) 무차별적으로 기지국 수사를 하고 있다”면서 “연간 기지국 수사로 수집된 전화번호는 최소 500만 건에서 최대 3900만 건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한가람 변호사는 “휴대전화를 사용한 사람들은 적어도 1년에 한 번은 개인 정보가 털린 것”이라면서 “기지국 수사가 가지고 있는 의미는 크다”고 밝혔다.

한가람 변호사는 “토론회에 참여한 박주민 의원의 경우 청와대 앞에서 세월호 참사와 관련된 집회를 참여했었는데 기지국 수사로 인해 통신정보가 털렸을 것이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한가람 변호사는 “수사기관이 불특정 다수의 전화번호를 수집하고 있는 것”이라면서 “또 영장이 없어도 이동통신사에게 관련 정보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이 문제”라고 밝혔다.

양홍석 변호사는 “통신비밀보호법이 만들어진 지 오래됐기 때문에 한계가 있다”면서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고 생활방식이 변하면서 휴대전화가 가지는 의미는 예전과 달라졌다”고 말했다. 양홍석 변호사는 “휴대전화 압수수색은 신체 압수수색만큼 큰 의미가 있다”면서 “수사의 필요성 등을 고려해 감청 등이(제한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번 ‘총제적 헌법불합치 통신비밀보호법, 어떻게 개선할 것인가?’ 토론회는 박주민 의원,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디지털정보위원회, 정보인권연구소, 진보네트워크센터, 참여연대, 천주교인권위원회 주최로 1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렸다. 사회는 조지훈 민변 디지털정보위원회 위원장이, 발제는 이호중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맡았다. 토론자로는 양홍석 변호사·오지헌 변호사·한가람 변호사·오병일 진보네트워크센터 정책활동가가 참여했다.

윤수현 기자  melancholy@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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