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언론노동조합 YTN지부로부터 메일 하나를 받았다. 6일, YTN 해직기자 6명이 해직 2주년을 맞는다고 한다. ‘벌써’라는 부사가 머릿속을 스쳤다. 그러다 이내 나에게는 ‘벌써’이지만, 누군가에게는 ‘지독한’ ‘지루한’ 등 다양한 형용사로 지난 2년을 표현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앞섰다.

지난 2년, 수많은 시간들을 또렷하고 분명하게 기억한다. 30여초 만에 끝나버린 구본홍 선임 임시 주주총회, 하얀 입김이 나오는 가운데 시작됐던 구본홍 출근 저지 투쟁, 생방송 중 손팻말 시위, ‘해고’ 통보에 맞서 열린 조합원 총회, 사장실 앞 투쟁…. 2년이 흘렀지만, 아직까진 현장에서 만났던 노조원들의 얼굴 표정까지도 생생하다. 조금의 과장을 보탠다면, 마치 어제 일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 ⓒYTN노동조합 홈페이지 화면 캡처
2008년 10월6일, 노종면 당시 언론노조 YTN지부장 등 기자 6명이 YTN인사위원회로부터 해고 통보를 받던 그 날 또한 생생하다. 노종면 당시 지부장은 조합원 총회에서 회사로부터 받은 해임통지서를 공개하며 담담하게 말을 이어나갔다. 이를 바라보는 노조원들의 표정은 무척이나 굳어 있었고, 진지했다.

그 동안 YTN은 변했다. ‘낙하산 사장’으로 수없이 “물러가라” 소리를 듣던 구본홍 당시 사장은 돌연 사표를 냈고, 그 자리에는 배석규 현 사장이 들어섰다. 노조 집행부도 바뀌었다. 해직 기자들의 삶도 변했다. 노종면 전 지부장은 전국언론노동조합 민주언론실천위원회 위원장으로, 우장균 기자는 한국기자협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러나, 모든 것이 좋은 쪽으로 바뀐 것만은 아니었다. YTN의 보도는 친정부적 성향이 짙어졌다는 비판을 YTN안팎에서 받기 시작했고, <돌발영상>은 아예 시청자들의 관심 밖에서 멀어진 지 오래다.

여전히 변하지 않은 것도 있다. 바로 해직자 문제다. 2008년 당시 정직, 감봉 등의 징계를 받은 노조원 33명 가운데 27명은 현업으로 복귀했지만, 해임 통보를 받은 6명은 아직도 ‘해직자’ 신분이다. 지난해 11월, 법원이 “노조원 6명에 대한 징계 해고가 무효임을 확인한다”고 판결했음에도, 사태는 해결되지 않았다. YTN이 항소를 제기해 현재 항소심 공판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항소심 공판마저도, YTN이 신청한 변론재개 덕분에 더디다. 항소심 재판부는 노종면 전 지부장에 대한 형사 공판 진행 추이를 살펴보면서 다음 공판 일정을 잡겠다는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시간의 흐름 앞에서 언론인들은 무기력 할 수밖에 없었다. 나름 잘 싸우고 있다고, 언젠가 해결 될 거라고 그렇게 서로를 다독였지만, ‘인사권’이라는 막강한 권력을 가지고 있는 회사 쪽의 조치에 언론인들은 속수무책이었다. 지난 2008년 YTN이 그랬고, 올 해 2명의 언론인이 해고된 MBC가 그랬다.

그런데도 참 신기한 것은 현장에서 만나는 해직 언론인들의 표정은 매번 하나 같이 밝다는 거다. “시간이 가는 게 초조하지 않냐” “복직 여부를 확신하냐”는 질문을 묻는 것이 민망할 정도였다. 복직을 바라고 있는 수많은 동료들, 그들이 주고 있는 희망펀드, YTN노조의 투쟁을 잊지 않고 멀리서 응원하는 열혈 촛불시민들 덕분인지 그들의 표정은 생각만큼 어둡지도, 우울하지도 않았다. 물론, 취재 현장에서 함께 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숱한 고민들과 어려움, 걱정들은 있으리라 본다. 하지만 잔혹한 시간의 흐름에 맞서 묵묵히 하루하루를 이겨나가는 그들 나름의 유쾌함이 신기했고, 대단해 보였다.

해직2주년을 맞은 지금 이 시점에서, 잔인하고도 치졸한 시절의 흐름에 맞서 꿋꿋하게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6명의 해직 언론인들의 건투를 빈다. 지난 2년간 그들이 목도하고 생각했던 많은 것들을, 언젠가 그들이 돌아가 펜과 마이크, 그리고 카메라를 잡는 그 현장에서도 잊지 말길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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