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저는 오늘 야구장에 가지 못합니다. 아니 가지 않습니다. 뭐 어찌됐던.

아마도 오는 목요일부터는 야구장에서 아주 많은 시간을 보내야겠죠. 그리고 그 이후로도.

가을마다 드는 생각이지만. 그래도 "야구"를 담당하는 기자나 PD라는 자리, 참 행복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프로야구의 취재 혹은 제작이라는 거, 결코 쉬운 것만은 아닙니다.

기본적으로 참 많이 늦게 끝나는데다, 경기 상황의 변수가 많고 사전 정보도 많아야 합니다. 거기에 날씨가 궂은 날도 많고, 그런 날씨에 경기 자체가 영향을 받기도 하다보니.. 일단 업무상의 난이도는 높죠.

▲ 빗속에서도 취재 열기는 뜨겁습니다. 이 어둑한 곳은 지난 양신의 은퇴식 @대구구장

하지만, 이 같은 모든 것들을 감안하더라도.

야구장에서 오늘 취재를 하거나, 제작을 하는 모든 이들은 행복해야 할 거 같습니다. 뜨거운 프로야구의 열기. 하는 일에 대한 가치나 자부심의 부분도 분명 있겠습니다만.. 그것보다 더 큰 가치는 그 현장의 희소성과 그 것을 누리고 느낄 수 있다는 부분에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비록 마냥 즐거울 수 없는 일의 부분이지만. 그 일을 즐기며, 혹은 소중하게 여기며 할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해보자는 겁니다.

뭐, 저 역시도 이런 말을 하다가 막상 현장에 가고, 일이 바빠지면 많이 투덜거리게 됩니다. 무엇보다 모두가 즐기는 순간에 난 일을 해야한다는 사실에 더욱 짜증이 나기고 하고, 때론 결국 구경꾼에 불과하단 서글픔도 듭니다.

그럼에도 그 일이 소중하게 남겨지는 건, 모두에게 좋은(?) 소식을 전해줄 수 있다는 가치에 있습니다. 대부분 뉴스라는 건 안 좋은 일, 이 세상의 어두움과 지옥의 단면들을 전하는데 맞춰져 있기 마련입니다만..

오직, "스포츠"만은 대부분의 뉴스가 좋은, 혹은 재미있는 일에 집중하고 있다는 거, 그래서 일을 하면서 마음이 어두워지진 않는다는 거.

▲ 가장 최근에 일로 마주했던 한국시리즈. 저 사진속에 저도 있습니다. 하하 @잠실구장

더구나 최종전인 5차전.

이건 기쁘면서도 슬프고, 짠한 느낌이 같이 하기에.. 비록 뉴스를 취재하면서도 마치 영화나 연극, 드라마같은 느낌이 든다는 거. 언제나 마주하지만, 각 시리즈의 최종전은 참 눈물과 감탄이 교차합니다. 그러면서도 일은 그것만큼이나 비례한다는 거죠.

하지만. 그런 순간은 정말 순식간이고, 나중까지 그 기억은 오래갑니다. 아무래도 두 팀이 가진 모든 것이 그라운드에 보여지고, 응원의 열기와 팬들의 관심은 정점에 있기 때문일 텐데요.

그 생각에 많이 기뻐지고, 조금의 위로를 얻게 됩니다. 그래서 또 한 번씩 웃게 되죠.

물론, 바쁘고 정신없는 시간을 보내시겠지만. 잠실구장에서 오늘 바쁜 시간을 보내실 많은 야구기자 선배님들과 동료여러분들께, 그래도 행복하시라는 응원을 보냅니다.

그리고, 살짝 부러워합니다.

스포츠PD, 블로그 http://blog.naver.com/acchaa 운영하고 있다.
스포츠PD라고는 하지만, 늘 현장에서 가장 현장감 없는 공간에서 스포츠를 본다는 아쉬움을 말한다. 현장에서 느끼는 다른 생각들, 그리고 방송을 제작하며 느끼는 독특한 스포츠 이야기를 전달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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