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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제동과 스타골든벨, 김미화의 억울함을 푸는 열쇠[블로그와] 들까마귀의 통로
들까마귀 | 승인 2010.10.05 14:26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KBS에 블랙리스트가 존재한다는 발언을 했다며 개그우먼 김미화씨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한 KBS가 김미화씨에게 고소취하 용의를 밝히며 16차례나 사과를 요구했다는군요. 이미 코드가 맞지 않거나 현 정권에 부정적이라는 이유로 방송에서 퇴출당했다는 같은 의심을 받아온 윤도현, 김제동 같은 이들이 다른 KBS 프로그램에 출연한 것만 보더라도 김미화씨의 문제제기가 터무니없는 것에 불과하다는, 그렇기에 사과를 받아야 한다는 논리랍니다. 우습군요. 이런저런 것들을 다 따질 것도 없이 김제동이 오랫동안 진행했던 스타골든벨이 엉망진창으로 망가져버린 과정만 보더라도 그런 뻔뻔한 요구는 하지 못했을 텐데요.

   
   
예상 외의 장수 프로그램인 스타골든벨은 몇 주 전 300회 특집을 맞이했습니다. 그동안 이 프로그램을 빛내준 수많은 이들이 다시 얼굴을 내밀었고, 화제의 프로그램들을 재현하며 축하 파티를 벌였죠. 하지만 그들 중에서 오랜 시간 동안 이 프로그램 진행을 맡았었던 김제동의 얼굴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동안 스타골든벨의 자취를 살펴보기 위해서 반드시 집고 넘어가야만 했던, 지나가는 말로라도 한 번은 언급되어야 했던 그의 존재 자체가 말끔하게 제거되었죠. 다들 화기애애하게 축하하며 장수를 기원했지만 왠지 공허하고 속빈강정 같은 어색함만 가득한 파티였어요.

그것은 껄끄러운 MC교체 과정 때문만은 아닙니다. 사실 매번 개편 때마다, 혹은 프로그램이 부진에 빠질 때마다 분위기 전환과 포맷 변경을 위해 진행자나 출연진을 물갈이 하는 것이 유별난 것은 아니죠. 아무리 공헌도가 높은 사람이라 해도, 프로그램의 상징과도 같은 장수 MC나 패널이라고 해도 시대의 흐름에 맞추어 교체되고 새로운 사람이 들어서는 것은 늘상 있는 일입니다. 스타골든벨 역시도 그런 요구 때문에 MC를 교체했다면 그 대상이 김제동이었건 누구였건 별다른 상관이 없었을 거예요.

   
   
하지만 그렇게 급작스럽게, 별다른 사유 없이 MC부터 퇴출하면서 KBS가 내세웠던 이유는 새로운 포맷으로의 변화였습니다. 실제로 스타골든벨은 탤런트 이승연이 예능 복귀를 선언하면서 새로운 구원투수로 등장했고, 중심을 잡아줄 MC로 황급하게 이전의 진행자인 지석진을 수혈하면서 부랴부랴 1학년 1반이라는 별칭을 만들면서 새 출발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이렇게 저렇게 게스트들의 수도 줄이고 진행 방법도 고치려는 시늉을 보였습니다. 하지만 이런 겉포장들은 단지 김제동이 맘에 들지 않아서 쫒아낸 것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급하게 땜빵한 것에 불과했던 것이었어요.

실제로 김제동이 퇴출당한 지 3달여가 지난 지금, 스타골든벨은 그가 진행했던 당시와 별다른 차이가 없이 원 위치 했습니다. 메인 MC가 지석진으로 변했고, 보조 MC였던 신정환이 도박파동으로 물러난 뒤를 다시 전현무 아나운서가 이어받고, 매번 바뀌는 여자 MC 자리에 새로운 여자 아나운서가 등장한 것 외에 변한 것은 거의 없어요. KBS가 그토록 변명하며 내세웠던 새로운 변화나 물갈이는 아무것도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그냥 김제동만 쫓겨난 것뿐이었죠.

   
   
그런 어수선하고 억지스러운 퇴출 바람 속에 그나마 토요일 저녁의 안정적인 시청률을 자랑하던 스타골든벨의 위상은 바닥까지 떨어졌고, 오히려 김제동이 진행하던 시절보다 훨씬 더 못한 상황에 처해 있습니다. 무어라 변명하기도 낯부끄러운, 미운 MC 한 명을 쫒아내려다가 프로그램까지 망쳐버린 최악의 경우라고 할 수 있겠죠. 그러니 김미화씨에게 사과하라 마라 하는 KBS의 말은 어처구니가 없는 뻔뻔한 트집 잡기일 뿐이에요. 상황이 바뀌니까 슬그머니 한두 프로그램에 게스트로 출연시킨 뒤에 면죄부를 받을 생각이었는지는 모르지만 이미 편중되고 기울어진 인사 행태에 대한 명명백백한 증거가 스타골든벨의 몰락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보여진 상태니까요. 사과할 사람은 김미화가 아닌 KBS입니다. 불행하게도 그런 간단하고 당연한 사실조차 인정하지 못하는, 모든 게 오해와 억측이라고 잡아떼기만 하면 되는 세상에서 살고 있긴 하지만 말이죠. 요즘은 어이가 없는 일이 너무 많아요.

'사람들의 마음, 시간과 공간을 공부하는 인문학도. 그런 사람이 운영하는 민심이 제일 직접적이고 빠르게 전달되는 장소인 TV속 세상을 말하는 공간, 그리고 그 안에서 또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확인하고 소통하는 통로' - '들까마귀의 통로'  raven13.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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