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미문의 합창대회를 통해 예능에서는 쉽게 얻을 수 없는 찬사와 흥행 모두를 챙긴 <남자의 자격>이 이번 주에는 초심을 선택했습니다. 분에 넘치는 사랑을 받은 그들이 다른 것을 선택하지 않고 초심을 선택한 것은 용기이자 현명함입니다.

초심을 선택한 그들은 영특했다

낯선 사람들이 노래를 함께 부르기 위해 모여서 서로 노력해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모습은 무척이나 감동적이었습니다. 이런 감동은 여전히 현재를 지배하고 있고, 시청자들에게 화제가 되었던 출연자들은 여전히 입에 오르내리며 인기를 실감하고 있습니다.

그들에게 주어진 이번 주 주제는 '남자, 그리고 초심'이었습니다. 말도 안 되는 도전으로 시작했던 합창대회가 대중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으며 한없이 고무되었던 그들에게 주어진 주제는 무척이나 따끔했지요. 김성민이 이야기를 하듯 '회초리'의 뜻이 초심으로 돌아가도록 하기 위함이라 하듯, 제작진들은 그들에게 회초리를 꺼내들었습니다.

개그맨들과 배우, 음악가로 구성된 남격 멤버들에게 초심은 가장 힘겨운 시절을 떠올리게 합니다. 누구에게나 무명의 시절은 있었고 그 무명이 주는 힘겨움은 상상도 하기 힘든 굴욕적인 시간들일 수 있습니다.

지금은 왕고참이 되었지만 젊은 시절 이경규도 10년 이라는 시간 동안 매일 개그 소재를 발굴하고 개그를 만들어 검사를 받는 일을 해왔다고 합니다. 이윤석 역시 개그맨 생활을 하면서 가장 싫고 힘들었던 일이 개그 만들고 검사 받는 일이었다고 회상할 정도로 그들에게 개그는 힘겨움 그 자체였습니다.

배우 이정진이 <도망자> 촬영으로 빠진 상황에서 유일한 배우인 김성민은 무명시절 속옷 모델이었던 자신을 부끄러워하지 않는다며 당당한 과거를 이야기해주었습니다. 자신에게 그 시절이 없었다면 현재의 자신이 없었을 것이기에 그 시절은 부끄러움이 아니라 값진 기회의 시간이었다고 말하는 김성민은 멋졌습니다.

김성민이 초심으로 돌아가는 과정은 독립영화를 찍는 이들과 함께 최악의 상황에서 영화의 본질을 느낄 수 있는 경험을 던져주었습니다. 열정만 남아 있는 그들과 만나 진정한 연기와 영화라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자기 질문을 할 수 있는 상황은 이런 프로그램이 아니면 김성민 스스로 찾아낼 수 없는 답이기에 그에게는 무척이나 소중한 기회가 되었을 듯합니다.

부활의 리더이자 작사 작곡을 도맡고 있는 김태원 역시 무명 시절은 있었고 현재의 부활 멤버가 아닌 낯선 초창기 멤버들과 과거의 무대를 구현해 보겠다는 다짐은 그에게 특별한 감흥으로 다가올 듯합니다. 현재의 모습에 만족하고 익숙해졌을지 모르는 그에게 출발점에 다시 서는 것은 곧 새로운 시작을 의미하는 것이니 말이지요.

개그맨 4인방인 이경규, 김국진, 이윤석, 윤형빈은 개그 콘서트에서 공연을 하기로 결정하고 개그를 짜기 위해 동분서주합니다. 개그맨으로서 현장을 지키고 있는 사람은 윤형빈이 유일한 조건에서 그들에게 주어진 상황은 무척이나 힘겨운 시간들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경규로서는 자식뻘 되는 후배들 앞에서 짜온 개그를 선보여야 하고 합격과 불합격에 따른 고통도 그대로 감내해야만 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고민들은 윤형빈을 제외하고는 모두 동일했고 그렇게 그들은 나름 용기를 내고 고민을 해서 개그를 짜지만 과거 자신이 속해있던 시절 그대로의 감각만으로 현재를 이야기할 뿐이었습니다.

창의력도 사라지고 감각적인 개그감도 없는 그들에게 남은 것은 과거의 타성에 젖은 모습 뿐이었습니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서 코너로 만드는 경우 개콘에서는 출연진 모두가 함께 보고 평가하는 전통이 있어, 모두의 앞에서 개그를 선보이는 그들의 모습은 굴욕 그 자체였습니다.

누구하나라도 그들의 개그에 민망해 하는 상황은 그들의 현재이자 모든 것입니다. 비록 과거의 개그맨이 아닌, 예능 MC로 활동하는 그들에게 개콘 무대는 결코 쉬운 것은 아니었지만 개그맨 출신으로서의 자기 자신을 잊은 듯한 상황은 좌절을 주기에 부족함이 없었습니다.  

이런 최악의 상황 속에서도 그들은 좌절보다는 새로운 도전과 선택에 자신을 맡기기 시작했습니다. 개그 감각을 쉽게 찾을 수 없는 현재 상황에서 그들은 어쩔 수 없이 분장의 도움을 받아 철저히 망가진 모습으로 그들의 초심을 찾기로 결정합니다.

현재의 그들로서는 결코 경험하기 힘든 극한 상황은 그들이 겪어왔던 과거의 그늘일 뿐이었습니다. 지금의 화려한 성공 뒤에 감춰져 있었던 아픈 과거는 그저 아픈 게 아니라 현재의 자신을 만들기 위한 성장판과 다름없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제작진이 준비한 '남자, 그리고 초심'은 최고일 수밖에 없습니다.

대중들의 환호와 탄성이 여전한 상황에서 모든 것을 털어버리고 초심으로 돌아갈 수 있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없는 대단한 일입니다. 어쩌면 이런 용기는 합창보다도 더욱 의미 있는 행위일지도 모릅니다. 제작진이 준비한 상황에서 던져진 것이기는 하지만 이를 통해 자신을 되돌아보게 된 그들은 현재보다 앞으로 더욱 열정적인 모습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됩니다.

초심은 열정의 또 다른 이름입니다. 다음 주에는 그들이 본격적으로 초심으로 돌아가 자신을 돌아보는 모습들이 담길 예정입니다. 이를 통해 그들의 초심찾기 뿐 아니라 나태해진 자신을 돌아보는 기회를 가져보는 것도 <남자의 자격>을 제대로 즐기는 방법이 되겠지요.

자이미  mfmc8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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