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가장 인기 있는 예능 프로그램을 꼽는다면 바로 MBC 무한도전을 거론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풍부한 상상력과 독특한 아이디어로 무장해 시청자들을 웃고 울리는 이 묘한 예능 프로그램은 우리나라 최초의 리얼 버라이어티 쇼라는 타이틀을 달고 지난 5년간 토요일 저녁을 책임지며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아 왔다.

이 무한도전이 더욱 눈길을 끄는 것은 바로 비인기 스포츠에도 적극적인 관심을 보여 왔다는 점이다. 무한도전의 스포츠 특집들은 재미와 함께 예능 프로그램으로서는 드문 눈물과 감동을 선사해 왔다. 특히 최근 1년 넘게 프로레슬링 장기 프로젝트를 통해 1960-70년대 큰 사랑을 받다가 지금은 이종격투기 등에 밀려 크게 주목받지 못하고 있는 프로레슬링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킨 바 있다. 출연진들이 육체적으로 크게 고통 받는 가운데서도 투혼으로 이를 버텨내 마침내 감동적으로 프로레슬링 경기를 마친 장면들은 시청자들의 마음을 하나하나 웃고 울리며 크게 주목받았다. 이렇게 무한도전은 현재의 컨셉으로 진행된 2007년부터 매년마다 크게 주목받지 못한 비인기 스포츠들을 각각 다른 방식으로 조명하면서 조금이나마 저변 확대에 큰 보탬이 되게 해 여러모로 신선했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

▲ 봅슬레이 국가대표팀 ⓒ연합뉴스
무한도전을 통해 대표적으로 큰 혜택을 입은 종목을 꼽는다면 단연 봅슬레이다. '평균 이하들의 국가대표 도전'이라는 컨셉으로 봅슬레이에 도전한 무한도전 출연진들의 고군분투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봅슬레이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는 계기가 됐다. 실제로 무한도전 출연진을 위해 훈련을 주도하기도 했던 한국 썰매 종목의 선구자, 강광배 선수는 무한도전을 통해 크게 알려지지 않았던 국제 대회에서의 성과를 재조명받으면서 새로운 동계스포츠 스타로 떠오를 수 있었다.

이후 부쩍 높아진 관심은 봅슬레이 썰매 구매, 각 기업의 지원 등으로 이어졌고 그나마 탄탄해진 기반과 국민적인 관심을 바탕으로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세계 19위, 아시아 1위라는 괄목할 만한 성적으로 이어졌다. 이후 강광배는 국제 봅슬레이-스켈레턴 연맹(FIBT) 부회장에 아시아 최초로 당선돼 다시 한 번 한국 썰매의 위상을 알렸다. 무한도전이라는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어느 정도 달라진 관심과 위상을 실감하면서 비약적인 발전을 이룰 수 있었던 것이다.

베이징 올림픽 때 감동의 동메달을 따냈던 여자 핸드볼도 무한도전의 영향을 간접적으로 받은 경우다. 2008년 초 영화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을 통해 국민적인 관심을 받던 가운데서 무한도전에 출연한 여자 핸드볼은 출연진과 자연스럽게 어울리고 열심히 땀 흘리는 모습을 보여주며 많은 사람들에게 영화 이상의 감동과 기대감을 갖게 해줬다. 영화의 성공과 예능 프로그램 출연을 통한 높아진 관심을 통해 여자 핸드볼은 실제 경기에서 최고 수준의 경기력을 보여줬고, 이전보다 더 뜨거운 응원을 한 몸에 받으며 귀중한 동메달을 목에 걸 수 있었다.

탈북자 프로 복서 최현미가 집중 조명된 여자 복싱 특집도 눈길을 끌었다. 선수의 치열한 노력뿐 아니라 경쟁자와 벌이는 멋진 한판 승부가 시청자들의 마음을 울리며 예능 프로그램에서 볼 수 없는 뜨거운 감동을 시청자들에게 선사해 크게 호평 받았다. 그 밖에도 프로 레슬링처럼 출연진이 직접 경기에 나선 에어로빅, 댄스 스포츠 등도 취미가 아닌 '스포츠'로서 새롭게 주목받으며 스포츠 저변 확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 영화 '국가대표' 실제 주인공 하이원스포츠단 입단식 ⓒ연합뉴스
무한도전 뿐 아니라 최근 비인기 스포츠를 집중 조명한 영화, TV 프로그램들이 줄을 이어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어 모았다. 스키점프를 소재로 한 영화 '국가대표', 역도를 소재로 한 영화 '킹콩을 들다' 등은 국제 대회와 맞물려 많은 인기를 모으며 국민적인 사랑을 한 몸에 받기도 했다. 이렇게 비인기 스포츠가 미디어에 자주 노출되고 있는 것은 사람들의 무관심 속에 성장한 선수들, 혹은 종목 관계자들의 뭉클한 뒷이야기들이 충분히 사람들의 관심을 끌어당겼기 때문이다. 실제 비인기 스포츠의 열악한 현실과 악조건을 딛고 젊음과 에너지를 쏟아 온 열정의 선수들 이야기가 대중적으로 많은 관심을 받는 미디어를 통해 재조명 받으면서 선수들에게는 새로운 희망을, 미디어는 새로운 영역을 개척할 수 있는 '윈(win)-윈' 효과를 낳았다.

비인기 스포츠가 TV 프로그램, 영화 같은 미디어와 만나 새롭게 주목받고 있는 일은 분명히 환영할 만하다. 그러나 일부 종목에 편중돼 여전히 크게 주목받지 못하는 비인기 종목들이 많은 것을 보면 비인기 스포츠의 현실을 새삼 느끼게 된다. 이미 주목받은 종목들 역시 크게 주목받을 때만 반짝 하다가 다시 척박한 현실로 돌아가 있을 때를 보면 뭔가 '2% 부족'하게만 느껴진다. 국민적인 관심에 힘입어 대기업 스폰서를 받고, 전용 구장 건립까지 들어간 핸드볼은 올림픽 이후 다시 급격하게 열기가 식어 경기장이 텅텅 비는 모습을 자주 보여줘 왔다. 봅슬레이, 스키점프 등 계절, 시즌을 타는 종목들은 더욱 심해 이미 동계올림픽 때만큼의 관심은 사라진 지 오래다.

어떻게 보면 대중들의 관심을 꾸준하게 환기시켜야 함에도 시류에 편승해 반짝하기만 하는 미디어들의 책임이 어느 정도 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미디어를 통한 관심에만 의존하려 하는 체육계의 다각적인 노력이 아직 부족한 것도 아쉽다. 꾸준한 관심이 있어야 발전이 있을 수 있는데 열기를 이어가지 못하고 다시 예전 수준으로 후퇴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스포츠에 대해 부쩍 높아진 관심이 한 순간에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꾸준하게 이어질 수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보다 많은 비인기 스포츠들이 미디어 뿐 아니라 다른 방면을 통해서 큰 관심을 얻을 수 있도록 체육계 전반적으로 연구하고 노력하는 모습이 필요하다. 또 미디어는 스포츠와의 공생 관계를 통해 우리 스포츠의 질적인 발전에 큰 역할을 해내는 책임감을 어느 정도 보여줄 필요가 있다. 그래야 세계 10대 스포츠 강국인 한국 스포츠의 위상을 더욱 높이고, 우리 스포츠의 저변도 더욱 확대될 수 있다. 대중적인 관심을 꾸준하게 많이 받기를 추구하는 비인기 스포츠의 '무한 도전'은 어떻게 보면 지금보다 앞으로가 더욱 중요해 보인다.

* 이 글은 체육인재육성재단 웹진 '스포츠 둥지' 대학생 기자단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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