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일본 미국 야구를 모두 거치면서도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을 잊지 못해 밴드를 꾸려 활동하는 야생마 이상훈이 누구도 상상할 수 없는 일을 해버렸습니다. 서울시가 주최하는 '2010 서울 바이시클 필름 페스티벌'에 밴드로 무대에 올라 노골적으로 MB 욕을 했고, 공연은 주최측에 의해 중단되었다고 합니다.

광기 혹은 대리만족

서울 시장이 한나라당에 적을 두고 있는 것은 정치에 관심 없어도 대부분 알고 있는 사실일겁니다. 그런 서울시에서 주최한 행사에서 공연을 마치며 노골적으로 현 대통령을 욕을 했다고 합니다.

"이명박 XXX, 아직도 2년이나 남았네"

현장에서 보지 못했기에 어떤 느낌이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아마도 많은 이들은 통쾌함을 느끼지 않았을까요? 물론 MB를 지지하는 이들로서는 국가원수를 공개적인 석상에서 욕을 했다며 피를 토할지도 모르겠지만 그는 황제가 아닙니다. 잘못했으면 욕을 들어야 하고 그런 비난에도 의연히 대처해 자신의 잘못이 무엇인지를 찾아가는 과정이 중요하겠지요.

이 발언이 기사화되면서 자연스럽게 두 가지 반응으로 나뉘는 분위기입니다. 일부는 잘못을 했어도 한 나라의 대통령인데 공개적으로 욕을 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하고, 다수는 속이 후련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노무현 대통령 시절 대통령을 폄하하고 비난하고 욕하는 것을 하나의 유희로 즐기면서 당당했던 이들이 표리부동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지요.

대통령에 대한 기본적인 예우를 강조하며 어떤 대통령이더라도 공개적이고 노골적으로 욕을 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을 지키고 있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다수는 그러지 못한 것이 현실입니다. 국회의원이 국회에서 노골적으로 현직 대통령을 욕하고 언론인들이 싸잡아 대통령을 비난한 것은 지난 정권에서는 흔한 일이었습니다.

'대학도 안 나온 사람이 어떻게 대통령이 될 수가 있는가? 나는 그런 대통령을 인정할 수 없다'

붕당정치가 극에 달했던 조선시대 천민출신의 임금을 모실 수는 없다는 사대부들과 다름없는 발상이 수백 년이 흐른 현재에도 지속되고 있었다는 사실은 많은 이들을 경악하게 했습니다. 좋은 학벌은 권력을 만들고, 그 권력이 막대한 부를 쌓게 해주는 악순환이 거듭되는 대한민국에서 학벌은 곧 권력입니다.

인도의 카스트 제도 도입이라도 하고 싶은 일부는 유명대학과 지방 대학, 대학을 안 나온 사람 등 학벌로 모든 것을 재단해 직업의 귀천도 법으로 만들자고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권력을 가진 자들이 영원히 자신의 권력을 영속화하기 위한 노력은 이미 많은 부분 완성형에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성문법으로 정해지지 않았어도 이미 사회의 권력 중추가 되어버린 그들은 자신들의 규약으로 인도의 카스트 제도와 유사한 한계들을 대한민국 사회에 정착시키고 고착시키고 있습니다. 보이지 않는다고 없는 것이 아니듯 직접 한계를 경험한 다수의 사람들에게 점점 심화되는 권력의 고착화는 숨이 막히게 합니다.

국민의 동의도 없이 독단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4대강 정비 사업은 축소한 시공비 수십조 원을 이미 거의 소비한 상태여서 추가 비용을 국민의 혈세로 충당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자연을 파괴하고, 가지 자들만 배를 불리는 이 사업이 지금이라도 중단되지 않는다면 대한민국은 절망 속으로 깊숙이 들어설 수밖에는 없을 겁니다.

4대강 사업을 홍보하기 위해 수십억 원을 광고비로 사용하고 있는 그들은 정말 정당할까요? MB 선거 캠프에서 일했던 이들에게 수십억을 몰아주며 4대강 홍보물을 만들도록 하는 행위들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요? 청와대 출신 MB맨들이 모인 '한경협'의 선정 방식도 상식 밖이지만 지원금액도 10억에서 다음 해 80억이 되고 내년에는 100억 원으로 늘어나는 것을 일반인들은 어떻게 이해할까요?

이런 말도 안 되는 상황들로 인해 많은 사람들은 이상훈 밴드인 왓 WHAT의 거친 발언에 환호하고 즐거워하는 것이겠지요. 이상훈의 발언은 광기인가요? 아니면 대중들에게 대리만족을 전해주었나요? 황제 혹은 절대자를 모시고 사는 것으로 착각하게 만드는 대한민국은 락커의 욕설 한 마디도 허용되지 않는 국가가 되었나 봅니다.

영화를 꿈꾸었던 어린시절의 철없는 흥겨움이 현실에서는 얼마나 힘겨움으로 다가오는지 몸소 체험하며 살아가는 dramastory2.tistory.com를 운영하는 블로거입니다.
늘어진 테이프처럼 재미없게 글을 쓰는 '자이미'라는 이름과는 달리 유쾌한 글쓰기를 통해 다양한 소통이 가능하도록 노력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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