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안현우 기자] 세상에는 세 개의 거짓말이 있다고 한다. 마크 트웨인의 말이다. “첫째는 새빨간 거짓말, 둘째는 선의의 거짓말, 셋째는 엉터리 수치로 진실을 왜곡하는 '통계치'라는 거짓말".

여기에 윈스턴 처칠은 이런 말을 보탰다. "이 셋 중 나를 위해 하는 '여론조사'라는 거짓말을 나는 아주 좋아한다"고 했다. 여론을 등에 업고 싶은 심정은 예나 지금이나 누구나 마찬가지다.

한국방송협회가 14일 지상파 중간광고 허용 여부와 관련해 국민의식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해당 조사의 주체가 중간광고의 당사자 한국방송협회인 만큼 조사 결과가 찬반 어느 쪽을 향할지는 확인하지 않아도 될 문제다. 방송협회는 자신이 의뢰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한국방송협회 홈페이지 캡쳐

찬반의 결과보다 눈에 띠는 것은 설문 조사 문항이었다. 두 개의 문항으로 첫 번째는 ‘국제경쟁력을 갖춰 한류 재창출을 목적으로 지상파방송 중간광고를 실시할 경우 지상파방송 중간광고 도입’으로 찬반은 각각 41% 대 28.1%로 나왔다.

두 번째 문항 또한 ‘양질의 프로그램 제작을 목적으로 지상파방송 중간광고를 실시할 경우 지상파방송 중간광고 도입’으로 찬성 35.4%, 반대 33.6%였다.

길가는 사람을 잡고 ‘한류 재창출, 양질의 프로그램 제작’에 대해 묻는다면 십중팔구 반대하는 사람을 찾기란 어려울 것이다. 질문 문항에 이미 답이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같은 조사 문항에도 찬성, 반대의 격차가 크지 않다는 점은 따져볼 문제다. 이번 여론조사에서 뒤로 밀려 있던 다른 문제만 드러난 셈이다. 지상파 중간광고에 대한 시청자의 거부감이 없다고 말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닌 것은 분명해 보인다. 그러나 이를 이 같은 여론조사의 힘을 빌려 누르는 것은 방향을 짚어도 한참 잘못 짚었다는 생각이다.

지상파 중간광고 허용 여부를 두고 여러 소리들이 많은 게 사실이다. 조중동매경이야 으레 그려느니 하면 될 문제이고 정작 귀담아 들을 소리가 없는 게 아니다. 시청자의 시간을 빼앗겠다는 것인데 조용한 게 오히려 이상한 일이다. 귀담아 듣더라도 긁어 부스럼은 만들지 말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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