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이는 참 안타까움이 많이 남는 드라마입니다. 처음에 역사에서 전혀 주목하지 않던 숙빈최씨에 대해서 스토리를 만든다는 것에 참 신선했는데요. 그리고 그동안 주로 장희빈과 인현왕후의 대결이 그려지던 것과 달리, 장희빈과 숙빈최씨의 경쟁구도로 가져가는 것 역시 참 흥미로웠습니다. 또 과거 악녀 이미지만을 가지고 있던 장희빈을 재조명하며 인간적으로 그려낸다는 것과 그 장희빈을 연기하는 배우가 악녀역할을 실감나게 보여주었던 이소연이기에 더욱 기대감을 가지게 만들었습니다.
항상 근엄하게만 그려지던 조선시대 왕을 깨방정을 떠는 모습으로 그려내는 것도 참 재밌었고, 한효주의 연기논란이 있기는 했지만 그 오버하는 듯한 밝은 모습이 숙종과 잘 어울리면서 참 보기 좋았습니다. 게다가 너무 가볍게 코믹적으로만 가는 것이 아니라 중간중간 사회를 풍자하는 듯한 스토리가 더해지면서 인상적인 연출을 보여주었습니다.
하지만 보면 볼수록 동이는 점점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여주었는데요. 단순히 스토리가 늘어지는 것 때문만은 아닌, 스토리와 캐릭터 자체가 가지는 문제점들을 드러내면서 그것은 바로 시청률 저하로 이어졌습니다. 한때 30% 이상까지 치솟으며 장기독주 체제를 구축하는 듯 했다가, 점차 시청률이 줄어들면서 20% 초반까지 떨어지고야 말았는데요. 이제 결말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서 되짚어 볼 때, 스토리와 캐릭터도 시청률도 기대에 못 미치는 것이 참 안타까운 것 같습니다.
너무 착하고 너무 정의로워서 이질감이 드는 동이
아무리 동이의 이야기를 보여주는 드라마라고 하지만, 이건 해도 너무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절대 선으로 만들 것이 아니라, 보다 인간적으로 욕심도 부릴 줄 알고 고뇌도 할 줄 아는 동이로 그려주었다면 휠씬 좋았을 텐데요. 너무 착하고 너무 정의롭기만 한 동이를 보면 이질감이 느껴집니다.
게다가 동이를 중전 자리에 올리기 위해 노력하는 숙종의 모습도 참 어이가 없었는데요. 이를 고사하는 동이 역시 답답하기만 했습니다. 장무열의 설득에도 끝까지 반대하면서 고집을 부리는 동이의 모습은 개연성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설득력이 있는 것도 아니었는데요. 현실적으로 모든 권력을 동이가 쥐고 있으면서, 동이는 권력을 탐하지 않고 정치색마저도 없는 그런 설정은 참 무리수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차라리 정치적 중립을 유지하더라도 적절히 양 당파를 이용하는 것이었다면 좋았을 것 같은데요. 그렇게 현명하고 실리적인 판단을 통해 계략을 쓰는 동이였다면 휠씬 더 공감을 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의로운 동이만을 그려내기 위해 굳이 동이가 욕심을 부리지 않아도, 모든 것들이 자연스럽게 동이에게 주어지는데요. 보다 더 착해지기 위해 동이의 선택만이 필요할 뿐입니다.
또한 연잉군을 왕위로 올리려는 것 역시 동이는 절대 의도치 않고 욕심을 부리지도 않았으며, 정말 어쩔 수 없이 연잉군을 보호하기 위해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그려졌는데요. 이런 식으로 동이가 취하는 모든 이득은 모두 어쩔 수 없이 가지게 되는 것으로 그려내는 것은, 결국 억지 변명에 지나지 않고 설득력이 떨어집니다.
뿐만 아니라 동이만을 돋보이게 하기 위해 동이를 제외한 모든 캐릭터들의 매력을 죽여버린 듯한 느낌이 드는데요. 초반 깨방정으로 인상적이었던 숙종마저도 갈수록 그 매력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인현왕후 역시 초반 상당히 주목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병풍으로 변하면서 죽는 순간까지 큰 인상을 남겨주지 못 했구요. 감찰부 나인들은 동이가 모든 것을 직접 나서서 해결하기까지 바람잡이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찌질하게 만들어버린 장희빈의 재조명
동이의 그런 이질감과 더불어 동이를 보면서 가장 실망한 것은 바로 장희빈이라는 캐릭터 때문이기도 한데요. 악녀로만 그려지던 장희빈을 인간적으로 재해석해서 보여주겠다던 이병훈 PD의 말에 정말 기대를 많이 했던 저로서는, 동이를 돋보이게 만드느라 점점 카리스마를 잃고 찌찔해져 가는 장희빈을 볼 때면 참 안타까운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또한 장희빈이 세자고명을 위해 조선의 군사기밀까지 청국에 넘기려 하는 매국녀로 그려내질 않나, 숙종에게 가서 장희재의 처분을 두고 대놓고 협상을 하는 장면은 참 황당하기까지 하였습니다. 뿐만 아니라 장희빈의 마지막은 더 처참했습니다. 이건 악한 것도 아니고 인간적인 것도 아니고 그저 불쌍하다는 생각 밖에 들지 않았는데요. 동이를 붙잡고 세자를 지켜달라고 사정하던 장희빈이 인간적으로 느껴지기 보다는, 장희빈이라는 캐릭터를 산산조각 내어버리는 씁쓸함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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