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담 삼아 1박2일 나영석 PD에 대해서 방송 욕심 많다는 말들을 한다. 굳이 나오지 않아도 되거나 혹은 다른 방송 PD라면 카메라를 피할 상황에서도 나 PD는 애써 어색한 웃음을 감추지 않는다. 멤버 누구도 빠지지 않았던 때에는 이런 나 PD의 방송 출연은 시간 관계상 많이 자제됐으나 당일치기 2부에서는 마치 MC몽 대타라도 하려는 듯 과감하게 분량을 꿰찼다. MC몽 대타라도 그 이상이었던 나 PD는 정작 출연자인 김종민은 따라오지 못할 정도로 훨씬 재미있었다는 평을 받기까지 했다.

1박2일이 아닌 당일치기 종로구 2부는 북촌 게스트 하우스에서 게임으로 가득 채워졌다. 하루 촬영분으로 2주를 했으니 정확히는 반일치기가 된 1박2일에서 나영석 PD가 가장 많이 등장한 부분은 게스트 하우스에서 미션 성공에 따른 아귀찜을 푸짐하게 먹고 난 후 낮잠미션에서 집중됐다. 30분 안에 숙면에 들어가야 하는 낮잠 미션을 검증하기 위해서 닭깃털로 멤버들을 간질이는 모습이 딱 악동 MC몽 같이 보였다.

그러나 정작 나 PD가 가장 웃겼던 장면은 강호동을 통곡하게 만든 버스 에피소드였다. 자고 있다면 듣지 못할 나직한 목소리로 말했으나 숙면에 들지 못한 강호동 그리고 대부분의 시청자들을 빵 터뜨린 저음 개그는 이 날 어떤 멤버도 따라가지 못할 큰 웃음을 주었다. 웃긴 이야기는 말하는 이가 웃지 않을 때 더 잔혹한 웃음에 빠뜨리듯이 나 PD의 이야기는 자는 척 하는 멤버를 색출하려는 의도까지 더해져 강호동을 못 견딜 웃음 함정에 빠뜨렸다.

나 PD의 개그를 살짝 따온다면 이렇다. “그거 알아? 버스에서 내릴 때 보통 감사합니다... 그러잖아. 그런데 버스에서 어떤 여자애가 내리면서 그랬대, 다녀오겠습니다” 자는 척 하려던 강호동의 의지는 나 PD의 개그에 무참히 깨지고 말았다. 이어진 치킨 배달 아저씨의 “접니다” 개그 역시도 짧지만 독하게 강호동의 터진 웃음보를 재차 자극해서 결국 마당 숙면도 실패로 돌아가 길거리로 장소를 옮기게 했다.

여기까지는 그나마 나영석 PD가 소극적인 모습이었다고 할 수 있다. 북촌 게스트 하우스에서의 마지막 게임이자 촬영 종료 30 여분을 남겨둔 야식 복불복에서는 게임 자체를 출연자와 나 PD가 겨뤄야 했기에 누구보다 많은 분량을 차지했다. 비록 화면은 출연자를 비치고 있더라도 게임을 이끄는 나 PD의 목소리는 계속해서 등장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렇게 해서라도 부족한 멤버로 인한 방송 볼륨을 채울 수 있었으니 다행스러운 일이긴 하다.

실제로 지난주와 달리 게임으로 일관했던 게스트 하우스에서의 저녁 시간은 충분히 재미를 주었다. 낮잠미션은 나 PD의 활약으로 짧지만 강한 웃음을 주었고, 멤버 다섯 명이 두 팀으로 나뉘어 외국인을 섭외해서 연상퀴즈를 한 것도 재미를 듬뿍 주었다. 따지자면 게스트 하우스에서의 백미는 이 외국인과 함께 한 연상퀴즈가 될 것이다. 동물에 대한 묘사 방법이 같지 않은 외국인을 중간에 끼워서 전달하는 과정이 충분히 재미있었다.

게스트 하우스라는 환경 자체가 이렇게 외국인과 즉흥적으로 팀을 만드는 것이 자연스럽기는 했지만 여전히 줄어든 멤버에 따른 어쩔 수 없는 게임 선택이라는 1박2일의 깊은 고민이 드러나는 부분이기도 했다. 다행히 이수근의 게임은 망쳤지만 오버 애브리브를 통한 웃음과 은지원의 정말 재치 넘치는 묘사와 이승기의 신기에 가까운 정답 맞추기로 볼거리는 풍성해져서 다행이었다.

그러나 MC몽의 빈자리를 언제까지나 그렇게 매울 수는 없는 노릇이고, 게임의 점철된 게스트 하우스 이야기는 재미는 있었지만 1박2일의 느낌은 아니었다. PD라고 해서 굳이 출연을 막아야 할 이유는 없고, 이번 주처럼 터뜨린다면 PD가 당분간 대타로 나서도 그 자체로 흥미로운 일이 되겠지만 아무래도 PD는 제작에 힘을 써야 제격이라는 점에서 1박2일의 진용을 하루 빨리 정비해야 할 것이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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