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분데스리가는 매 시즌마다 새로운 팀들이 우승을 차지해 아주 흥미진진하면서도 예측 불허인 리그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사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바이에른 뮌헨의 강세가 참 대단하기는 했지만 2006/07 시즌 슈트트가르트가 우승을 차지한 이후 전반적으로 시즌 막판까지 가야 우승의 향방을 알 수 있을 만큼 의외의 팀들의 선전이 눈에 띄어 그만큼 참 재미있고 그래서 유럽 리그에서 상당히 흥미거리가 많은 리그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저도 개인적으로는 제가 다니고 있는 학과 특성도 있고(^^;) 1998/99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맨유에 '드라마틱하게 패한' 바이에른 뮌헨에 대한 연민 때문에 꽤 오래전부터 독일 분데스리가에 어느 정도 관심을 가졌는데 볼 때마다 참 재미있고 매력적인 리그라는 생각을 늘 가졌습니다.

그런 분데스리가에 최근 또다시 의외의 팀이 엄청난 선전을 일으키며 주목받고 있습니다. 스타 플레이어 한 명 뚜렷하게 없고, 별다른 매력도 느껴지지 않는 팀이지만 엄청난 응집력과 집중력을 발휘하면서 리그 개막 후 7연승이라는 저력을 보여주며 리그 선두에 나섰습니다. 한때 차두리도 뛰어 현재 수비수로 거듭나는 데 큰 계기가 되기도 했던 이 팀은 바로 FSV 마인츠 05, 줄여서 마인츠(마인츠 지역에도 다양한 팀들이 있지만 여기에서는 편의상 마인츠라고 하겠습니다)입니다.

1905년에 만들어진 이 팀은 그 지역에서는 나름대로 많은 사랑을 얻고 있는 팀일 수 있겠지만 리그 전체적으로는 그다지 큰 인상을 심어주지 못한 팀이었습니다. 그나마 연속적으로 분데스리가 1부에 잔류했던 것이 2004-05 시즌부터 3년 연속이 최고 기록이었을 만큼 우승보다는 중하위권에서 이름을 볼 수 있는 팀이었습니다. 현재 보루시아 도르트문트 감독이자 한때 이영표를 영입해 관심을 받았던 위르겐 클롭 감독 체제에서 11위를 연속 2회한 것이 최고 성적이었을 뿐 마인츠는 2007/08, 2008/09 시즌에도 2부 리그에서 1부로 올라오기 위해 처절한 승부를 벌여야 했던 팀이었습니다.

하지만 2008/09 시즌에 2위를 차지하며 다시 1부리그에 승격한 마인츠는 지난 2009/10 시즌 사상 처음으로 10위권 내 성적, 바로 9위에 오르면서 중위권 도약에 성공했습니다. 20대 초중반의 젊은 선수들을 앞세워 가능성 있는 모습을 보여준 마인츠는 올 시즌 개막부터 승리를 챙기더니 급기야 두 달 연속, 그리고 7경기 연속 승리를 챙기면서 팀 역사상 최다 연승 기록을 연달아 갈아치우며 선두를 굳게 유지했습니다.

시즌 초반이고, 혹 약팀들하고만 싸워서 그럴 수 있는 것 아닌가 하는 말을 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까지 마인츠가 꺾은 팀의 면면을 살펴보면 대단한 팀들이 많습니다. 지난 2라운드에서는 2008/09 시즌 우승팀인 볼프스부르크를 4-3으로 꺾었고, 4라운드에서는 베르더 브레멘을 2-0으로 완파했습니다. 또 6라운드에서는 지난 시즌 우승팀이자 명문 구단인 바이에른 뮌헨을 2-1로 꺾어 리그 전체를 뒤집는 '사건'을 일으켰습니다. 처음에 3연승 정도를 할 때까지만 해도 '이제는 본색이 나올 것이다'라고 예상을 한 사람들도 지난해 우승, 준우승팀인 베르더 브레멘, 바이에른 뮌헨을 잇달아 꺾자 '마인츠는 이제 강팀이다'는 말들을 조심스럽게 내놓기 시작했습니다. 불과 2년 전만 해도 2부 리그에 있던 팀이 1부 리그 전체 순위를 좌우하는 팀으로 떠오른 것입니다.

이 팀의 드러나는 강점은 사실 많지가 않습니다. 뚜렷한 스타 플레이어도 없고, 무엇을 특별히 잘 하는 것도 없습니다. 하지만 그런 약점을 마인츠는 강한 팀 조직력으로 맞섰습니다. 유스 시스템에 의해 잘 키워진 젊은 선수들을 앞세워 공-수 어느 곳에서도 흠잡을 데 없는 모습을 보여줬고, 그 덕에 7경기를 치르면서 18득점에 7실점이라는 완벽한 밸런스(경기당 2골, 1실점)를 갖는데 성공했습니다. 특히 한 선수에만 집중적으로 역량을 쏠리게 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선수들이 '무기화'가 돼 있을 만큼 고른 기량이 눈길을 끄는데요. 거의 모든 선수가 득점력을 갖췄다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다양한 득점 분포는 마인츠라는 팀을 더욱 강하게 하는 가장 큰 원동력이 됐습니다. 다시 말해 뚜렷한 스트라이커는 없어도 모든 선수들이 자원이라고 여겨질 만큼 탄탄한 전력이 돌풍의 핵심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여기에 지난해부터 팀을 맡은 토마스 투첼 감독의 지도력도 마인츠 상승세의 큰 힘이 됐습니다. 어린 선수들을 키우는데 어느 정도 경력을 갖고 있는 투첼 감독은 무명 선수 출신의 37살 젊은 감독이지만 '젊은 선수-젊은 감독'이라는 스타일을 앞세워 마인츠를 '젊고 강한 팀'으로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해냈습니다. 이로 인해 마인츠가 지난해 사상 최고 성적인 9위에 오르는 데 큰 공을 세웠고, 올 시즌 시작하자마자 7연승이라는 엄청난 쾌거도 이뤄내면서 마인츠 팀을 응원하는 팬들의 영웅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아직 초반인데다 선수들이 전반적으로 경험이 적어 중반 이후 체력적으로 고비가 찾아올 때 어떻게 넘기느냐에 따라 마인츠의 운명이 엇갈릴 수 있습니다. 돌풍을 날리는 어느 팀이든지 중간에 고비가 찾아오기 마련인데 이를 넘기지 못한 팀이 지금껏 많았기 때문에 마인츠도 어떤 성적을 최종적으로 낼 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그 어느 팀도 마인츠의 돌풍을 잠재우지 못하고 있는 만큼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는 상승세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은 높습니다. 변변한 강점 없이도 똘똘 뭉친 팀 정신과 패기를 앞세워 분데스리가에서 엄청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마인츠의 이변을 유럽 축구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한 번 흥미롭고 관심 있게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이 도깨비 같은 팀이 어떤 결과로 마지막에 팬들을 정말 깜짝 놀라게 할지 관심이 집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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