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도전은 예능이라 쓰고 시사로 읽게 되는 일이 매우 잦다. 보통은 제작진 스스로가 어떤 의미를 웃음 뒤에 감춰두기도 하지만 때로는 의도하지 않은 반응과 의미 찾기가 이루어진다. 그런 것은 좋은 소설이 작가가 의도하지 못한 것까지 독자가 발견할 수 있게 하는 것처럼 무한도전이 지금까지 쌓아온 덕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오랜만에 방영된 달력특집이 그런 경우가 될 것이다.

5월 테마인 동물과 친해지기는 대체적으로 지루한 감이 있었다. 다만 코끼리를 진짜 사육사처럼 능수능란하게 다루는 정형돈의 믿을 수 없는 동물친화력이 놀라웠다. 동물원에서도 통하는 정형돈의 미친 존재감이었다. 그런 정형돈을 보고 동물이 아니라 사람과의 친화력을 보이라는 유재석의 일침도 흥미로웠다.

그러나 6월의 주제인 반전 촬영은 동물원과 달리 로드 넘버원 세트장에서 폭탄 효과까지 내며 실감나는 장면을 시청자에게 선사했다. 요즘 정준하, 정형돈 둘이 무도의 대세라는 것은 6월 촬영장에서 또 증명되었다. 동물원의 히어로가 정형돈이라면 반전의 연기는 정준하가 압권이었다. 물론 동물원과는 달리 일곱 멤버 대부분이 반전 주제에는 몸을 사리지 않는 연기 투혼을 발휘했지만 눈물까지 흘릴 정도로 몰입도를 보였던 정준하의 연기는 일품이었다.

사실 반전이라는 주제를 놓고 누구라고 가벼워질 수 있겠는가. 병역 미필자도 있는 무한도전 멤버들이지만 다들 주제가 가진 의미를 진지하게 대하려는 태도를 보였다. 물론 그런 속에서도 박명수는 대리운전 애드리브를 통해서 웃음을 주기도 했지만 그런 말이 담길 리 없는 사진 결과는 전우를 살리려는 처절한 절규만 남았을 뿐이다.

촬영에 들어가기 전 미션을 통해서 멤버들은 각자 소품을 선택할 수 있었다. 박명수의 무전기, 하하의 수류탄 그리고 유재석은 김경진을 소품으로 선택했다. 그런데 장난감 탱크를 집은 노홍철에게 진짜 탱크가 촬영소품으로 등장하는 놀라운 반전이 일어났다. 원래 짜놓은 콘티는 2층에서 탱크를 향해 총을 쏘다가 1층으로 뛰어내리는 것이지만 겁쟁이 노홍철이 도무지 살려내지 못하자 사진작가가 나서서 콘셉트를 바꿨다.

탱크에 맞서 소총을 쏘며 절규하는 모습이었다. 사실 탱크하면 연상되는 것은 천안문 사태이다. 시위대를 향해 돌진하는 탱크를 맨몸으로 막아낸 사진 한 장은 천안문 사태를 상징한다. 그렇기 때문에 노홍철의 바뀐 콘셉트 사진은 천안문 사태도, 얼마 전에 막을 내린 로드 넘버원도 연상케 된다. 이 정도는 탱크를 준비한 제작진도 충분히 계산에 둘 수 있었을 것이다. 그 천안문 사태는 비슷한 어감 때문에 2차 연상으로 천안함 사건을 떠오르게 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천안함 사건은 지금까지도 정확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다. 그러나 천안함 사건으로 남북한 사이에 전쟁 불사 분위기가 조성되기도 했었다. 전쟁을 바라보는 시각이 사람마다 다를 수는 있지만 적어도 국민 입장에서는 절대 동의할 수 없는 최악의 상황이다. 전쟁을 반대하는 것에는 부자와 빈자의 차이가 없을 것이다. 올해 방영된 로드 넘버원, 전우가 한국전쟁을 다루고 있지만 반전의 주제의식은 그다지 강하지 않았다. 그래도 과거 전쟁 영화나 드라마보다는 나아졌지만 목적 자체가 반전이 아니기에 자칫하면 위험한 결과도 낳을 수 있다.

휴전국가에서 반전은 너무도 당연한 일 같겠지만 천안함 사건으로 긴장감이 고조될 때는 꼭 그렇지만도 않았다. 그것이 무한도전이 탱크까지 동원해서 반전 주제를 강조하고자 했던 이유가 아닐까 싶다. 무한도전 멤버들은 모두 하나같이 울부짖는 장면을 연기했다. 반전이 아니라 전쟁이라는 주제라면 또 다른 표현이 나왔을 수도 있을 것이다. 무한도전이 달력사진에 탱크까지 동원한 것은 흔한 블록버스터를 자랑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주제의 절실함에 있을 것이다.

무한도전이 민간인답게 6월을 반전의 주제로 결정한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탱크를 등장시키는 사고까지 친 이유는 아무래도 그 반전주제가 세계평화라는 거시적 목적성보다 우리 스스로를 향한 진지하고도 간곡한 요청이 아닐까 싶다. 그런 의도가 없었더라도 그렇게 보인다. 아직도 6개의 주제가 남았지만 6월의 반전 테마를 최고라고 결정짓는 일이 결코 성급하지는 않을 것이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