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9시 뉴스가 [탐사K]에서 교도소 독방거래 사실을 폭로했다. 이런 이야기는 소설이나 영화 등에서는 오래 전부터 나왔었다. 사실로 드러난 경우가 극히 드물었지만, 상상이 아닌 현실 속 세상에서도 돈으로 법을 사는 행위가 일상이 되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법률 서비스 호황의 시대, 돈 앞에서는 법도 무용지물

법률 서비스는 점점 호황이다. 로펌이 미드에서나 접하는 생경한 단어 정도로 생각하던 시절도 있었다. 하지만 국내에도 거대 로펌들이 생겨나면서 법은 이제 서비스 대상으로 인식되고 있다.

죄를 지어도 남들보다 낮은 형벌을 받거나 처벌을 면하려면 돈이 필요하다. 돈만 있다면 있던 죄도 사라지게 만든다. 지강헌이 경찰과 대치하며 외쳤던 "유전무죄 무전유죄"는 1988년 유행어가 아니었다. 당시 이 말은 의구심을 가지게 했지만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겐 진리가 되었다.

[탐사K/단독] ① “브로커 통해 ‘독방 거래’…옮기는 데 1100만 원” (KBS 뉴스9 보도영상 갈무리)

판사 출신 바른미래당 소속의 김상채 변호사(안철수 인재영입 인사)가 '독방 거래' 브로커로 지목됐다. 수수료 포함 1100만원이면 편안한 독방 생활을 할 수 있다는 제안. 그리고 실제 이 금액으로 독방 생활을 했다는 사실이 폭로자에 의해 드러났다.

교정 당국의 개입 없이 '독방 거래'는 불가능하다. 이 사건과 관련해 고검장까지 보고가 들어갔지만 제대로 된 수사도 하지 않은 채 종료되었다. 같은 식구인 교정 당국을 비호하기 위함인지 아니면 검찰 조직이 개입되어 있는지 조사를 해보지 않는 한 현재로서는 알 수가 없다.

취재진이 수감자 가족이라 속이고 접근한 결과는 처참하다. 너무나 자연스럽게 수수료를 요구하는 김 변호사의 대응은 한두 번 해본 솜씨가 아니다. 자신의 특화된 법률 서비스라도 되는 듯 자연스럽다. 입금과 동시에 진행된다는 김 변호사의 설명을 들으면 우리 사회 법률 서비스가 어느 수준까지 와 있는지 알 수 있다.

[탐사K/단독] ① “브로커 통해 ‘독방 거래’…옮기는 데 1100만 원” (KBS 뉴스9 보도영상 갈무리)

국내 최대 로펌인 '김앤장'.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강제징용 사건과 관련해 '김앤장'은 일본의 편에 서서 피해자들인 강제징용 노동자들의 적이 되었다. 국민감정으로는 이해할 수 없지만 법률 서비스를 하는 그들에게 그건 이상할 일이 아니다. 로펌은 오직 법을 무기로 큰돈을 버는 집단이다.

'김앤장'은 1조 매출을 올린 로펌이다. 세계 100대 로펌 중 유일하게 한국 로펌이 선정될 정도로 '김앤장'의 위세는 상상을 초월할 수준이다. 수천 명의 변호사들이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한다. 단순히 변호사만이 아니라 회계사 등 다양한 직종의 전문가들이 법률 서비스를 하기 위해 모인다. 로펌의 손이 안 닿는 곳이 없다.

태광의 이호진 전 회장이 비호 받을 수 있었던 것 역시 돈의 힘이다. 그동안 그가 고용한 변호사만 100명이 넘는다. 대법 판결을 앞두고는 끝판왕이라고 불리는, 대법관 출신인 안대희 변호사를 선임했다. 돈으로 법을 사고 이를 통해 법을 무용지물로 만드는 것은 이제 남의 나라 이야기가 아니다.

태광 이호진 전 회장 (연합뉴스 자료사진)

7년째 '황제 보석'으로 구속도 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 전 회장이 매일 술을 마시고 담배 피우며 즐기고 있단 사실이 보도되었다. 구속되어 형을 받아야 하는 자가 병보석을 앞세워 법을 우롱하는 일이 지금 이 시간에도 이어지고 있는 중이다.

일반인들도 알아차릴 정도로 일탈을 해왔던 이 회장에 대해 검찰과 법원은 과연 몰랐을까? 100명이 넘는 변호사를 고용한 그 돈의 힘은 '병보석'의 규칙마저 깨버리게 만들었다. 주치의까지 하나가 되어 이 전 회장의 방탕을 도모하는 현실에 국민들이 분노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웹하드 카르텔의 핵심 양진호 회장에게도 강력한 변호사들이 존재한다고 알려져 있다. 범죄를 저지르며 법의 비호를 받을 수 있었던 이유, 단순히 변호사들의 힘만이 아니라 그 돈이 만들어낸 보호막은 법이 무용지물이 되도록 만들었다는 점에서 처참하다.

폭행과 강요,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체포된 양진호 한국미래기술 회장이 7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경기남부지방경찰청으로 압송되고 있다. Ⓒ연합뉴스

법은 누구에게나 공정해야 한다. 하지만 현대 사회에서 법이 공정하다고 생각하는 이는 거의 없다. 법을 알거나 돈이 많거나 뭔가 특별한 것이 없는 한 법은 약자에게만 강력한 무기일 뿐이다.

극단적 빈부 격차 속에서 돈의 유무에 따라 판결이 달라지는 세상. 그건 결코 정상적인 국가의 모습이 아니다. 돈 없는 이들은 아파서도 안 되고 작은 죄라도 지으면 안 되는 세상이다. 세상은 돈을 가진 자들을 위한 시스템으로 재편되고 그들을 보호하는 방향으로 이어지고 있다. 공정을 외치지만 공정해질 수 없는 사회, 대법원장이 법마저 권력에 상납하는 사회에 과연 '정의'는 존재하고는 있는 것인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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