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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청을 갈아치우는 투쟁을 합시다"[한강대로32-⑤] LG가 CJ헬로 인수? 딜라이브가 LG 인수해 버려라
박장준 희망연대노동조합 정책국장 | 승인 2018.11.13 10:36

더불어사는 희망연대노동조합 LG유플러스 비정규직지부 조합원들은 2014년 3월 노조 결성 이후 ‘진짜사장 직접고용’을 요구하며 투쟁해왔다. 노조가 끈질기게 싸워온 결과, LG유플러스는 지난 9월 드디어 정규직화 방안을 내놨다. ‘부분자회사’다. 전국 72개 홈서비스센터에서 일하는 노동자는 2600여명인데 이중 1300명만 자회사로 고용하고, 나머지 1300명은 하청업체 소속으로 남기겠다는 것이다. 천하제일의 어용노조라도 수용할 수 없는 황당무계한 방안이다. 그래서 우리 노조는 10월 15일 서울 용산구 한강대로32 소재의 LG유플러스 본사 앞에서 노숙농성을 시작했다. 매일 같은 메뉴의 도시락을 꾸역꾸역 삼켜낸다. 춥고 시끄럽고, 매연도 심하다. 잠이 오질 않는다. 억울하다. 그래서 쓴다. / 글쓴이 주

*④편 <우리 조합원들이 곧 해고된다>를 잇습니다.

800여 조합원의 맏형 격인 동지가 있다. 이 동지는 목청이 엄청나고, 에너지가 흘러넘치고, 활동력이 어마무시하다. 2014~2015 장기파업을 사수하고, 5개월 넘도록 끈질기게 싸워서 결국 복직투쟁을 승리하고, 더불어사는 희망연대노동조합 임원까지 맡은 대단한 동지다. 그는 우리 싸움, 연대투쟁 가리지 않고 시간과 체력이 닿는 대로 최선을 다한다. 부끄러워 할 수 있으니 ‘인천 사는 강모 동지’라고만 소개한다.

인천 사는 강모 동지가 갑자기 떠오른 이유는 이 동지가 작년에 했던 이야기 때문이다. 그때도 우리는 직접고용을 요구하며 싸우고 있었고 용산에서 집회를 열었는데 이 동지는 무대에 올라 큰 목청으로 이렇게 외쳤다. “동지들, 원청을 갈아치우는 투쟁을 합시다.”

약간 복잡한 이야기이지만 배경 설명부터…. 지금 LG유플러스는 케이블TV 1위 사업자인 CJ헬로비전을 사들이려 한다. 케이블TV, 정확히는 종합유선방송사업자들은 1995년부터 지역독점권을 보장받아, 마음대로 덩치를 키우며(복수종합유선방송사업자로 성장하며), 땅 짚고 헤엄치며 돈을 벌었다. 그러다 2008년 통신재벌 3사가 IPTV로 유료방송시장에 뛰어들면서 경쟁이 시작됐고 ‘무선 없는 유료방송’ 케이블TV는 정체되기 시작했다. 서비스와 가입자수 모두 밀린다.

그래서 케이블TV는 스스로 매물이 됐다. 이런 틈을 타 통신재벌이 케이블TV 가입자를 사들이려는 것이다. LG와 CJ 간 거래가 성사되면 LG는 단숨에 유선부문 1위, 유무선 통합 2위로 뛰어오른다. 만년 3등을 벗어나 1위라니! 만약 정부의 허가가 떨어지면 SK와 KT도 딜라이브, 티브로드 같은 케이블TV를 사들일 것이다.

이렇게 해도 되냐고? 통신재벌이 TV까지 독과점해도 되냐고? 믿기 어렵겠지만 된다. 정부는 지금까지 특정 유료방송사업자의 시장점유율을 33%로 규제했는데, 이 규제가 올해 종료됐고 자금이 두둑한 통신재벌 3사는 너나 할 것 없이 인수합병을 노리고 있다. 이동통신사업자이자 초고속인터넷사업자인 KT는 IPTV 사업도 하고 위성방송 계열사(KT스카이라이프)도 갖고 있고, 이제 케이블TV도 인수할 수 있다. SK도 마찬가지다.

정부와 사업자들은 이런 걸 ‘규모의 경제’라고 한다. 유튜브, 넷플릭스 같은 글로벌 사업자와 맞서려면 한국의 사업자도 덩치를 키워야 한다는 게 이 양반들의 핵심주장이다. 플랫폼 덩치를 키워 콘텐츠 경쟁력을 강화하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자는 이야기다.

물론 헛소리다. 규제완화와 인수합병의 미래는 빤하다. 전국의 TV리모컨 2500만개의 3분의 1씩을 LG KT SK 3사가 가져가게 된다. 시청자들은 3사가 편성하는 채널과 3사가 수급하는 다시보기 콘텐츠와 3사가 만든 인터페이스에 노출된다. 경쟁은 독과점을 유지하는 수준에서만 이뤄지고, 가입자들은 딱 그만큼만 스마트해진다. 배경 설명 끝.

채널편성과 콘텐츠의 다양성, 케이블TV의 지역채널이 사라진다면 시청자의 만족과 권리는 그만큼 줄어들게 된다. 노동자의 권리도 마찬가지다. 서비스부터 노무관리 정책까지 쏙 빼닮은, 어떤 사업을 포기하고 어떤 업무를 외주화할지 항상 같은 고민을 하는 통신재벌 3사 밑에서 노동자들이 숨이나 제대로 쉴 수 있을까.

우리 조합원, 통신재벌의 노동자들은 불행해질 것이다. 인수합병으로 구조조정에 직면할 것이고, 노조탄압과 실적압박의 강도가 높아져 현장은 더 참혹해질 것이고, 건당 수수료의 임금체계는 더욱 공고해질 것이고…

그래서 상시지속업무를 하는 노동자를 간접고용하는 재벌, 부분자회사라는 밑도 끝도 없이 황당한 안을 내미는 기업, 하청노조가 파업하면 ‘하청 돌려막기’로 대체인력을 투입하는 원청, 노동자들이 한달 째 노숙하며 면담을 요구해도 그저 무시해버리는 LG유플러스는 CJ헬로비전을 인수할 자격이 없다. LG가 CJ 노동자들을 어떻게 대할까? 안 봐도 비디오다.

그래서 “원청을 갈아치우는 투쟁을 하자”는 이야기가 요즘 더 꽂힌다. 나는 우리 조합원들의 원청이 상시지속업무를 하는 노동자를 직접 고용하려 노력하고, 노사 간 합의와 신뢰를 바탕으로 직접고용을 단계적으로 추진하고, 불법대체인력 투입은 꿈도 꾸지 않으며, 노조의 면담 요구에 언제든 대표이사 문을 여는 그런 기업, (결정적으로) 우리 사회에서 가장 건강한 노동조합이 있는 딜라이브가 LG유플러스를 인수하면 좋겠다. 원청을 갈아치우고 싶다.

오늘로 노숙농성은 30일이다. 길바닥에서 한 달을 채웠다. 이곳 용산의 온도는 6도다. 새벽 4시에는 3도까지 내려간다. 며칠 뒤면 영하다. 한기가 올라오고 찬바람이 불고… 마디마디가 시리다. 우리가 세상에서 가장 먼저 겨울에 만날 것 같다.

이런 추위를 기록하는 목적은 우리 노조가 힘들게 싸우는 걸 더 극적으로 알리기 위해서가 아니다. 깔개와 핫팩을 연대물품으로 요청하기 위해서가 결코 아니다. 진짜 억울해서 그렇다. 우리 조합원들은 LG유플러스 노동자가 맞는데, 모든 고객들과 아이들이 그렇게 생각하는데, 왜 LG유플러스만 아니라고 하는 걸까.

11월 13일 오늘은 전태일 열사의 기일이다. 마음을 다잡는다. 원청을 갈아치우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지금 우리가 딛고 선 이곳은 바로 LG유플러스다. 시민들이 ‘착한 재벌’이라 믿는, 그래서 더욱 바꾸기 힘든 LG를 바꿔내야 세상은 그만큼 바뀔 것이다. 우리 조합원들의 싸움은 2600 홈서비스센터 노동자 전체의 삶을 바꾸는 싸움이고, CJ헬로비전 노동자들과 함께 살아가는 연대이고, 간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자의 노조 할 권리를 확장하는 운동이다.

줄 수 있는 게 이 노래밖에 없다. 가진 거라곤 이 목소리밖에 없다. 인천 사는 강모 동지의 게임 닉네임이 ‘니 귀에 피’다. 그렇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투쟁밖에 없다. 구광모 회장님, 권영수 부회장님, 하현회 부회장님 귀에 피 날 때까지 외치고 불러야겠다.

“잘 봐 내가 무슨 일을 하는지 어디서 일하는지 / 하루 종일 하는 일은 하나 내 일터도 하나인데 / 일하는 회사 따로 월급받는 회사 따로 원청사장 하청사장 하청 또 하청 / 도대체 사장이 몇 명이야 어떤 놈은 책임 없다 어떤 놈은 권한 없다 / 야 우리의 노동으로 배불린 놈이 누구야 하! / 진짜 사장이 나와라 우리의 노동은 가짜 노동이 아냐 / 진짜 사장이 나와라 용역 하청 바지사장 다 걷어치우고 나와라”

⑥편에 이어집니다.

박장준 희망연대노동조합 정책국장  webmaster@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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