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스타K2 출연자 중 김지수는 가장 드라마틱한 인물이다. 지역 예선에서 김태우, 싸이 등으로부터 극찬을 받아 일찌감치 슈퍼스타K2의 다크호스로 지목되었으나 느닷없이 터져나온 욕설논란으로 인해 초반에 치솟던 인기가 줄어들더니 급기야는 팬카페 먹튀사건까지 겹쳐 결국 TOP4의 문턱에서 고배를 마시고 말았다. 게다가 세 번째 생방송 무대에서는 그가 가진 음악성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하고 기대했던 슈퍼세이브의 혜택도 받지 못했다.

그런 반면 어린 여성팬들의 집중적인 지원을 받는 존 박과 강승윤은 후반으로 치달으면서 오히려 세련된 무대를 장식하고 있어 이미 탈락한 김지수나 흔들리고 있는 허각과 대조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는 TOP6의 중간 미션인 작사를 위해 허각과 김지수가 만난 이하늘이 던진 농담조의 말 한마디에 잘 드러난다. 이하늘은 “어차피 존박이 우승하게 돼 있어”라는 말로 슈퍼스타K2의 본질을 정리했다.

아닌 게 아니라 이대로 간다면 슈퍼스타K2는 작년의 숙제를 올해도 똑같이 안고 갈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것이 현실이다. 아이돌 그룹의 독재 아래 신음하는 가요계에 대한 비판은 수도 없지만 그 현상이 고쳐지지 않는 것처럼 슈퍼스타K2 역시도 그 연장선상에 있을 수밖에 없다. 어느 정도 예견되었지만 현실로 다가온 김지수의 탈락은 슈퍼스타K2에 대해서 순수한 결말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충격을 안겨주었다. 그러나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어차피 콩쿠르가 아닌 슈퍼스타K2는 음악성과 실력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예선까지는 몰라도 최종 결승에서는 무려 60%에 달하는 문자투표의 영향력은 실력이니 음악성이니 하는 말들을 모두 폐기처분하게 할 무자비한 위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자 투표는 그 위력만큼이나 슈퍼스타K2의 한계와 함정으로 작용한다.

아무리 아이돌 그룹이 득세하는 가요계라 할지라도 솔로가수에 대한 스타성은 현재 슈퍼스타K2에서 벌어지는 현상으로 극복할 수 없다. 음악성에서 뛰어난 조문근이 아닌 서인국을 선택한 슈퍼스타K1처럼 슈퍼스타K2 역시도 음악성이 아닌 그나마 대중성을 가진 인물이 최종 우승자가 될 것이다. 그렇다면 그 대상은 존 박이 될 가능성이 가장 높다. 다음 주부터는 슈퍼 세이브 제도가 적용되지 않지만 존 박은 별로 고민할 것 없이 결승에 오를 것이다.

다음 주 최종 결선을 위한 마지막 미션에서는 지금까지와는 달리 한 명만 떨어지게 된다. 즉, 결승무대에는 3명이 오른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세 번의 무대를 보면 강승윤이 떨어질 것 같지만 실제로는 허각이 떨어질 가능성이 좀 더 높다. 이번 주 중간에 화면에 보인 모바일 투표 현황에서 하위 3명에 허각이 들어 있었다는 점이 그런 예측을 뒷받침해준다. 반면 인터넷 투표가 시작된 이후로 줄곧 독보적 1위 자리를 유지하는 장재인은 단연코 예상 후보 영순위라고 할 수 있다.

남자의 자격에 감동해마지 않는 시청자들은 TOP4중에서 장재인, 존박, 허각의 삼파전을 기대하겠지만 그대로 되기는 어렵다. 다음 주에 존박과 강승윤이 아무리 형편없는 노래를 한다고 하더라도 이미 문자투표의 대세는 결정되었다고 봐도 무방하다. 이들이 이미 여성 몰표를 받고 있는 것으로 보이며 이런 경향은 묻지마 투표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이번 김지수 탈락으로 인한 반발현상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보통 그런 반발은 큰 위력을 발휘하지 못한다. 그렇기 때문에 결국에 존박이 우승할 거라는 이하늘의 의미심장한 농담 한 마디가 무게를 갖게 된다.

원년 슈퍼스타K의 한계에 적잖이 실망을 하면서도 장재인, 김지수 등의 선전에 일말의 희망을 가졌지만 선발 시스템 변화 없이는 슈퍼스타K2는 한국의 폴포츠를 꿈꾸지 못할 것이라는 사실만 재확인시켜 주고 있다. 그 실망과 분노까지도 슈퍼스타K2의 흥행에 피와 살이 되고 있지만 동시에 슈퍼스타K2의 수명을 단축시키게 될 것이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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