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유정복 시장 시절 인천광역시가 올해 2월 '설 맞이 지역 특산품 제공'이라는 명목 하에 중앙·지역 언론사 간부들에게 쌀을 돌린 것으로 드러났다. '부정청탁 및 금품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에 저촉되지는 않지만 지자체 세금으로 주요 언론사 간부들에게 쌀을 돌리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비영리시민단체 '주민참여'가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인천시청으로부터 '2018년도 설 맞이 지역 특산품 제공 대상자 현황' 자료를 제출받은 결과, 인천시는 올해 2월 행정부시장 명의로 지역특산품 홍보 명목 하에 중앙·지역 언론사 간부 및 기자 53명에게 쌀을 돌려 총 159만 원의 예산을 집행했다. 주로 간부들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인천시청 전경 (연합뉴스 자료사진)

인천시로부터 쌀을 받은 언론사 간부들의 소속 매체를 살펴보면 중앙일보, 동아일보, 서울신문, 조선일보, 한국경제신문, MBC, KBS, SBS, TV조선, 문화일보, 한겨레신문, 기호일보, 파이낸셜뉴스, 경향신문, 연합뉴스, CBS, YTN, 머니투데이, 내일신문, 매일경제, 인천일보, 중부일보, 연합기독뉴스, 월간자치 등 24개 매체다. 간부들의 직급은 국·부장, 편집장, 부본부장, 논설위원, 주필, 선임기자 등 다양하다.

'김영란법'에 따르면 직무관련성이 있더라도 선물 5만원, 농수산물 10만원 이하에서는 선물이 가능하다. 또한 '지방자치단체 업무추진비 집행에 관한 규칙'에서 규정하고 있는 지방자치단체장 등의 업무추진비 집행대상 직무활동 범위를 보면, 해당 지역특산품 홍보를 위해 언론관계자에게 의례적인 수준의 특산품을 제공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인천시 관계자 역시 이 같은 법령에 근거해 2016년부터 관련 예산을 집행해왔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법에 저촉되지 않다고 하더라도 지자체 예산으로 언론인에게 특산품을 보내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주민참여'의 최동길 대표는 "선물을 주고 받는 데서 빚진 마음이 생긴다. 전국적으로 정보공개청구를 하고 있는데, 9월 추석 명절 때도 할 수 있음에도 줄여가는 추세였다"며 "오히려 요즘은 출입처 기자들이 아무것도 없다고 한탄할 정도다. 그런 상황에서 시대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 대표는 "언론은 시정·행정에 대해 워치독으로서의 역할을 하는데 이런 선물은 워치독의 눈매와 이빨을 부드럽게 만드는 화장법"이라며 "게다가 올해 6월은 지방선거가 있었다. 시장이 재선의지를 강하게 밝힌 상태에서 우연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김동찬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처장은 "김영란법의 취지를 고려하면 김영란법이 막고자 했던 불필요한 행위들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을 것 같다"며 "특산물 홍보로는 이해하기 어렵다. 기자 입장에서 그것을 받아야 할 이유가 전혀 없다. 오히려 출입기자단 또는 언론사와의 관계를 고려해서 설 선물 명목으로 보낸 것 같다. 불필요한 관행"이라고 지적했다.

김 사무처장은 "이런 사례는 목적이 불분명하다. 아주 낮은 수준의 관리 차원인 것 같다"며 "지자체에서 불필요하게 세금을 낭비한 것으로 볼 수 있고, 행정부시장 개인의 정치적 관리를 위해 세금을 쓴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받은 언론사 간부들의 입장에서도 오히려 처지곤란이었을 수도 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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