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힙합그룹 에픽하이의 멤버 타블로의 학력 논란을 둘러싼 내용을 2주 분량으로 편성 예고한 MBC 스페셜이 방송을 앞두고 있습니다. 한 개인의 신변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과연 방송에서 다루어야 할 정도의 비중과 가치를 가진 문제인지, 방송으로 모든 의혹이 해소될 수 있는 것인지, 양자의 주장이 여전히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상황에서 비록 그를 공격하는 측에서 이상한 이유로 협조를 꺼려하기는 했다 해도 타블로의 해명이 중심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 내용이 과연 편들기로 끝나지 않을지 여러 생각들이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자칫 잘못하면 문제가 문제를 더 부풀게 만들 수 있는, 그만큼 여러 복잡한 자기주장과 갈등이 쌓여있는 난제에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방송이 끝난 뒤에도 예측가능한 분명한 사실이 하나 있습니다. 어떤 내용으로, 어떤 방식으로 이 내용을 다루고, 방송이 마무리된다고 해도 지금 타블로를 향한 의혹과 공격은 강도의 차이가 있을 뿐이지 결코 멈추지 않을 거예요. 몇몇은 그 내용을 납득하고 그간의 의혹제기를 멈출 수 있을지 모르지만, 반면 또 다른 몇몇은 분명 새로운 문제를 들고 나오거나 그 내용 자체에 대한 불신을 표명할 겁니다. 지금 이 문제는 2시간여의 방송 내용으로 해결되거나 깔끔하게 마무리되기엔 너무 멀리 와버렸어요.

애초에 간단하게 막을 수도 있었던 문제는 이젠 누가 무엇을 어떻게 해도 해소되지 않을 만큼 꼬여 버렸어요. 문제는 그가 그놈의 미국 명문대학교 스텐포드 대학교에서 학력을 이수하였는지, 그 과정을 어떻게 증명할 것인지의 가장 기본적인 출발점에서 한참을 멀리 떨어져 버렸다는 것입니다. 이런 저런 의혹이 제기되고 그것을 뒷받침하는 자료들이 하나둘씩 나타나고, 이에 대해 타블로 측이 만족할만한 해명을 내놓지 못하는 상황이 반복되면서 이제 그 상처는 타블로라는 인간 개인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는 것에까지 이르렀으니까요.

그가 무엇을 이야기하고 어떤 증거를 제시하든 간에 타블로라는 사람 자체를 믿을 수 없다는 상황이 되어 버렸다는 겁니다. 문제를 제기한 쪽에서 요구했던 해결 방법들은 타블로 측의 조금씩 핀트가 벗어난 방식으로 답변이 이루어졌고, 각자 반박을 위한 과정에서 또 다른 위조나 회피에 대한 의혹이 또 다시 제기되는 악순환이 반복되면서 문제는 눈덩이처럼 커져버렸습니다. 의혹을 해소하기 위한 과정에서 연예인으로 살아남기 위해 그가 했었을 다소 과장되고 억지스러웠던 과거의 언행과 행적에서 상반되는 것들이 밝혀지고 문제들이 엇물리며 상처만 깊어졌어요. 각자가 원하는 해결방식이 있었을 터이고, 서로의 원하는 대답을 하지 못하는 사정이 있었을 터이지만,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서로 다른 이야기만 하면서 불신과 불만, 경멸과 무시, 억측과 쾌변만이 남아 버린 것이죠.

그러니 이제 그 공방 속에서 타블로는 믿을 수 없는 사람, 확실하지 않은 명문대 졸업생 간판을 내세워 부당한 이익을 취한 사기꾼, 한국인으로서의 의무는 다하지 않으면서 이익은 확실히 챙기는 외국 국적의 반쪽 한국인이 되어 버렸습니다. 털어서 먼지 하나 나오지 않는 사람은 없다지만 그는 논란의 오랜 기간동안 그가 가진 먼지들을 모두 탈탈 털리며 공개되는 괴로움을 겪어야 했고, 그 중에서는 병역문제나 국적문제처럼 결코 부인하지 못하는 치명적인 문제도 새롭게 남아버렸습니다.

서로 다른, 듣고 싶은 말만을 원하는 소통의 문제, 어떠한 권위도 믿지 못하고 개인의 판단에 따라 문제를 납득하는 의심하는 사회, 좋게 말하면 집단지성 혹은 가혹한 집단 따돌림이 만연하는 인터넷 문화, 자리와 금권을 이용해 의무를 회피하거나 도피하는 악질 특권계층을 향한 대중의 분노와 절망, 전혀 상관없는 분야에서도 학력과 간판에 의지하며 본래의 가치가 오히려 무시되는 편협한 학벌문화. 상처투성이의 타블로 학력의혹은 이 모든 것이 엉켜져버린, 그래서 결국 한 유망했던 한국계 캐나다인 가수를 망가뜨려버린 괴롭고 아프고 한숨만 나오는 문제입니다. 개인의 문제에서 벗어나 우리 사회의 여러 곪아버린 상처가 한꺼번에 터져버린, 아무도 승자가 될 수 없이 모두 자기의 상처만 확인하는 불행한 사건이에요.

'사람들의 마음, 시간과 공간을 공부하는 인문학도. 그런 사람이 운영하는 민심이 제일 직접적이고 빠르게 전달되는 장소인 TV속 세상을 말하는 공간, 그리고 그 안에서 또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확인하고 소통하는 통로' - '들까마귀의 통로' raven13.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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