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자유한국당 지도부가 조직강화특별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던 전원책 변호사를 퇴출시켰다. 자유한국당이 전 변호사는 수 차례의 설득 끝에 조강특위 위원으로 영입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 변호사의 해촉이 결국 당권을 둘러싼 친박-비박 투쟁의 결과물이란 분석이 제기된다. 갈등을 빚은 전당대회 시기에 따라 친박과 비박의 유불리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왼쪽)과 전원책 변호사. (연합뉴스)

9일 오후 김용태 한국당 사무총장은 기자회견을 열고 "전원책 위원을 해촉한다"고 밝혔다. 해촉 사유는 전 변호사가 대위의 결정사항에 동의할 수 없다는 것을 공개적으로 밝혔기 때문이다.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은 기자들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당의 기강과 질서가 흔들리고 당과 당 기구의 신뢰가 더 이상 떨어져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며 "전당대회 일정과 관련해서도 더 이상의 혼란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전원책 변호사의 해촉은 문자를 통해 통보된 것으로 드러났다. 전 변호사는 크게 반발하고 있다. 전 변호사는 "이슬람에서도 율법이 바뀌어 이혼할 때 세 번 통보하면 된다고 그러더라. 한국도 드디어 문자로 모든 걸 정리하는구나. 놀라운 일"이라고 꼬집었다.

김병준 위원장과 전 변호사는 최근 전당대회 시기를 두고 이견을 보여왔다. 한국당 비대위는 2월 말에 전당대회를 하겠다고 결정했고, 전 변호사는 6월~7월 전당대회를 주장해왔다. 전 변호사는 "내년 2월 말 전당대회를 하려면 12월 15일까지 현역 의원을 잘라야 하는데 그것은 누가 봐도 불가능하다"며 "한국당이 인적쇄신을 하지 못하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비대위는 2월 전당대회를 고수하며 전 변호사에게 말을 삼가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결국 이 같은 갈등은 '차기 당권'을 두고 벌어진 일이란 분석이다. 다음달 한국당은 원내대표 경선이 예정돼 있고, 내년 전당대회를 통해 당 대표를 선출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번 전원책 변호사의 해촉이 당권을 둘러싼 친박과 비박의 투쟁의 연장선상이란 얘기다.

전원책 변호사는 조강특위 위원을 맡은 후 '보수통합'을 강조해왔다. 전 변호사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을 무효라고 주장하는 '태극기 부대'를 수용하고, 박 전 대통령 탄핵 사태를 정리해야 한다고 제안한 바 있다. 복당파 입장에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제안이다.

지난달 23일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은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태극기부대가 유승민, 하태경만 싫어하는 게 아니라 당시 탄핵에 앞장섰던 김성태 원내대표도, 그때 최순실 청문회 위원장 했지 않나. 실제로 김무성, 장제원 다 싫어한다. 복당파를 다 싫어한다"며 "소위 전원책은 신친박이 된 건데, 친박과 복당파와의 일종의 권력투쟁이 시작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최근 여의도 정가 소식을 종합하면 다음 달 원내대표 경선에는 친박에서 유기준 의원의 출마가 유력하며, 비박에서는 강석호 의원의 출마가 유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권성동, 나경원 의원이 원내대표 경선에 관심이 있다는 후문이다.

문제는 전당대회다. 친박에서는 김진태 의원의 출마가 확실시 되고 있는 가운데 범친박 정우택 의원이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반면 비박에서는 이렇다 할 선수가 없는 상황이다. 비박 좌장격인 김무성 의원은 4·13 총선 패배, 옥새파동 등으로 상처가 많은 상황이다. 따라서 대안으로 제기되는 게 김성태 원내대표의 당 대표 출마 가능성이다.

9일 KBS 1TV <사사건건>에 출연한 박상병 인하대 초빙교수는 "전당대회도 아마 주변에서는 출마하라고 얘기를 할 것 같다"며 "그렇게 큰 그림을 그리는 쪽으로 가지 않겠느냐, 이렇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박시영 윈지코리아 부대표도 "당 대표 나올 것을 저울질할 것"이라며 "비박에서 누구를 낼지 아직 결정을 못 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비박은 친박이 전열을 정비하기 전에 조기에 전당대회를 끝내야 하는 입장이다. 보수진영에서 두터운 지지를 받고 있는 황교안 전 국무총리 등이 한국당에 입당해 전당대회에 출마하면 친박에게 당권을 내줄 수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한국당에 태극기 부대가 집단 입당하는 것도 다음 전당대회에서 친박 후보를 밀기 위한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한국당은 지난 4·13 총선 당시 비박 공천 학살로 친박이 주류를 형성하고 있는 상황이다. 친박이 전열을 정리하면 비박 입장에서는 당권 창출이 어렵단 얘기다.

이런 측면에서 전당대회를 늦추자는 전원책 변호사의 주장은 복당파, 비박계가 중심이 된 한국당 비대위로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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