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이효성)가 지상파 방송사 중간광고 도입을 본격적으로 추진한다. 방통위는 중간광고 도입 논의 뿐 아니라 협찬, 간접·가상광고, 미디어렙, 결합판매 등 방송광고정책 전반에 걸쳐 근본적인 제도개선 논의에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방통위는 9일 경기도 과천 정부청사에서 전체회의를 열고 '방송산업 활성화와 균형발전을 위한 방송광고 정책방향에 관한 사항'을 보고 안건으로 상정했다. 보고 내용에는 ▲중간광고 차별적 규제 해소 ▲가상·간접광고 규제 개선 ▲협찬제도 개선 ▲방송광고 판매제도 개선 ▲신유형 광고 제도화 ▲시청권 보호방안 등이 포함됐다.

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연합뉴스 자료사진)

이날 전체회의에서 주목 받은 사안은 지상파 방송사 중간광고 도입 추진이다. 이효성 방통위원장은 여러차례 공식석상에서 지상파 중간광고 도입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오늘 보고를 기점으로 방통위 실무진 차원의 지상파 중간광고 도입이 추진되는 셈이다.

방통위는 지상파 중간광고 도입을 추진하며 지상파 방송사의 경영혁신을 유도하고 중간광고에서 발생한 수익을 콘텐츠 제작에 우선 투자하도록 하는 방안을 고려 중에 있다. 또한 중간광고 고지의무를 강화해 시청권 침해를 방지하고, 고지자막 크기 기준 등의 규제를 신설하겠다는 계획이다.

보고 내용에 대해 방통위 상임위원들은 지상파 방송사의 위기와 비대칭 규제 해소에 공감대를 형성했다. 다만 일부 위원들은 시청권 침해 이유로 중간광고 도입에 국민 반대 여론이 높고, 지상파 위기의 근본 원인에는 지상파 콘텐츠 경쟁력의 하락이 있는 만큼 국민의견 청취 등의 이른바 '사회적 공론화' 절차를 거쳐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석진 상임위원은 "시청자 60%가 시청흐름을 방해한다며 (중간광고 도입에) 반대하고 있다"며 "여론을 수렴해 광고제도 전반을 검토해 종합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공론화 과정을 충분히 거친 후 입법예고가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김 상임위원은 중간광고 도입 공론화 과정을 국회로 넘겨 여론수렴을 하는 방안을 언급했다.

이에 고삼석 상임위원은 "국정감사에서 지상파 중간광고를 포함한 광고제도 개선안 논의를 방통위가 일방적으로 하지 말라는 지적이 나왔는데 동의한다. 그러나 국회에 넘겨서 의견 수렴해야 한다는 것에 대해서는 의견이 다르다"면서도 "다만 공론화 과정에서 의견수렴을 충분히 거치는 것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상파 중간광고 도입의 세부내용은 입법예고 후 향후 위원 논의와 국민의견 수렴 등을 통해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 양한열 방통위 방송기반국장은 전체회의 브리핑에서 "(중간광고)허용범위에 대해서는 아직 결정된 바 없다. 단기 과제부터 정해지면 입법예고를 할 것"이라며 "입법예고는 의견수렴 청취가 목적이다. 공청회 등 다양한 의견청취를 해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프로그램 장르에 따른 중간광고 허용범위가 어떻게 결정될 지 관심이다.

또한 방통위는 현재 규제 법령 없는 협찬에 대해 개선해 나갈 방침이다. 방송법에 협찬의 정의와 허용·금지범위, 고지의무 등을 신설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표철수 상임위원은 "협찬 제도화 과정에는 자료제출 의무와 벌칙규정도 두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방송사들은 방송법 상 문제가 없고, 영업상 비밀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협찬 관련 자료 제출을 거부해왔다.

이와 함께 방통위는 방송광고 판매와 관련해 현재 방송광고로만 한정된 미디어렙의 판매영역을 방송콘텐츠가 유통되는 매체 광고로 확대하는 것을 검토하며 미디어렙 허가제도 개선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YTN·연합뉴스TV 등 광고를 대행사 없이 직접 판매하고 있는 보도전문채널에 대한 수술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 밖에 비대칭 규제 해소의 일환으로 민영미디어렙에 대한 공적책임 부여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지상파 미디어렙과 달리 종편은 결합판매 의무가 부과되어 있지 않고, 수탁수수료 지급비율도 지상파와 달랐는데 이를 바로 잡겠다는 계획이다.

이효성 방통위원장은 "어려운 미디어 경영환경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광고제도 개선과 더불어 방송사의 과감한 경영혁신과 뼈를 깎는 자구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지상파 중간광고 도입은 '미봉책'에 불과하다며 근본적인 구조조정과 양질의 콘텐츠 생산 등 OTT시대에 대응하는 지상파 방송사의 자구노력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지상파가 '지상파입네'하고 재면 안 된다. 콘텐츠 프로바이더로 빨리 전환해야 한다. 광고에만 의존하면 안 된다"며 "광고는 레드오션이고 제로섬게임 시장이다. 넷플릭스가 구독을 통해 재원을 조달하듯 좋은 콘텐츠를 만들어 OTT로 보내는 등의 근본적인 성찰이 있어야 한다. 중간광고를 둘러싸고 밥그릇 싸움을 해서는 안 된다"고 당부했다.

방통위는 오늘 발표한 정책방향과 관련해 향후 내부 논의 등을 거쳐 단기과제와 중장기과제를 설정하고 제도개선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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