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부터 대중음악계를 아이돌 그룹이 싹쓸이 하면서, 이제는 뮤지션과 아티스트의 고사를 걱정하게 되었는데요. 음악의 다양성도 사라져가고 리듬 후크의 댄스 음악이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가수의 존재 이유가 음악인지 인기인지도 헷갈릴 만큼 심각해지고 있는데요. 그래서 인기에 연연하지 않고 자신만의 노래를 하는 가수들을 보면, 제가 좋아하는 스타일이 아니더라도 왠지 반갑고 꼭 잘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기도 합니다.

대학가요제 역시 언젠가부터 그 인기가 시들해지고, 이제 순수하게 음악을 하겠다는 창조성을 띤 가수는 홍대 앞에서 공연을 하는 언더를 제외하고 찾아보기가 점점 힘들어지는데요. 가수가 꿈인 사람들 중에서 숨은 실력자를 뽑는다는 대국민 오디션 슈퍼스타K 역시 케이블이라 시청률과 인기에 좌우되다 보니 뮤지션이나 아티스트 보다는 인기 있는 참가자를 선호하는데요.

이번 슈퍼스타K2에서는 자신만의 색깔을 가진 실력 있는 사람들이 많이 참가하고, 그런 참가자들이 인기를 얻으면서 기대감을 가지게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그 심사 방식에 있어 슈퍼위크까지 심사위원이었던 박진영은, 그런 색깔 있는 참가자를 존중해주기 보다는 JYP에서 아이돌을 뽑듯이 평가를 하는 것을 보고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는데요.

일단 대중음악계에서 아티스트에 대해서 정의 해보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아티스트 : 자신만의 색깔을 가지고 자신의 음악을 하는 사람

이런 아티스트에 대해서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착각을 하는 것이, 실력이 있으면 아티스트 가수라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아티스트와 실력은 별개인데요. 왜냐하면 아티스트를 논하기 전에 가수라면 응당 실력이 있어야 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니까 말이에요. 요즘 아이돌 중에서도 실력 있는 가수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그들이 아티스트라고 평가되지 않는 것은 그들의 음악을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지요.

요즘 아이돌 그룹들은 단지 기획사의 철저한 관리 속에서 기획사가 그들의 음악 및 스타일, 컨셉트, 이미지 메이킹까지 모두 만들어주고, 단지 그것을 트레이닝을 받아 나오는 것에 지나지 않는데요. 심한 아이돌 그룹의 경우 음악 외 활동인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할 때도 이야기 할 토크의 내용까지 정해준다고 하니, 정말 그들이 무대에서 웃으며 부르는 노래가 진정 자신이 부르고 싶은 노래인 것인지 의구심을 가지게 합니다. 음악을 하겠다는 욕구보다는 인기를 얻겠다는 욕구 속에서 창작이나 스스로가 하고 싶은 음악에 대한 고뇌 없이, 그저 시키는 대로 트레이닝 받은 데로 완벽하게 보여주는 것만이 목표가 되어버린 것이죠.

사실 가수 중에서 아티스트를 구분하는 것은 웃긴 일입니다. 가수가 음악을 하는데 있어 자신만의 색깔을 가지고 자신의 음악을 하는 것이 당연한 말이니까 말이죠. 하지만 아이돌 열풍이 불면서 가수가 아닌 기획사 주도의 가수 육성이 이루어지면서, 모두가 공장에서 찍어내는 기성복처럼 획일화 되어가고 오히려 자신이 색깔을 입히기 좋은 색깔이 없는 가수 지망생을 선호하게 됩니다.

어느새 아이돌 가수는 그저 기획사가 만들어낸 상품에 지나지 않고, 기획사에서 만들어주는 이미지로 포장되어 세상에 출시 되어버립니다. 그렇게 과거 가수가 음악을 하면 그것을 유통만 담당하던 회사들이 대형 기획사로 변모하고 가수 육성이 하나의 비지니스가 되면서, 소속 가수들은 회사가 시키는 대로 하는 직원이자 상품이 되어버린 것이죠. 음악을 비지니스 적으로 접근하다보니 투자 대비 얼마나 효율적으로 이익을 창출하느냐가 중요해지게 됩니다.

이런 안타까운 분위기 속에서 이제 그 상품성을 인정받은 아이돌의 경우, 기획사의 구속에서 벗어나 아티스트를 추구하는 솔로 아이돌들이 생겨나고 있는데요. 사실 이런 시도는 아이돌 초창기에도 이루어진 적이 있습니다. 아이돌 1세대인 HOT의 경우 그룹 차원에서 아티스트를 표방하며 작사, 작곡, 편곡에 프로듀싱까지 자신들이 직접 하면서 앨범을 내어 놓기도 했었죠.

아무튼 처음부터 가수가 자신의 색깔로 자신의 음악을 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는 것이 더 좋겠지만, 그래도 이렇게나마 이미 인지도를 쌓은 가수가 자신만의 색깔을 만들어가면서 아티스트로 변해간다는 것이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아티스트로 변해가는 솔로 아이돌은 누가 있을까?

그렇다면 위에서 언급한 상품성을 인정받고, 자신만의 노래를 하는 솔로 아이돌은 누가 있을까요? 저는 태양과 박재범, 세븐이 가장 먼저 생각이 나는데요. 빅뱅에서의 태양과 2PM에서의 박재범으로 활동할 때와 음악적 색깔이 전혀 다르고, 세븐은 처음부터 솔로로 활동하면서 인기에 연연하지 않고 자신만의 색깔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먼저 태양은 빅뱅 때 무대에서 뛰어노는 힙합의 느낌이 강했다면, 솔로로 나와서는 R&B 스타일의 그루브한 블랙 뮤직으로 세련된 느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특히 태양은 꾸준히 신곡을 발표하면서 자신만의 색깔을 만들어 가고 있는데요. 처음에는 '나만 바라봐'를 통해서 자신의 스타일을 대중적인 음악에 녹여 보여주었지만, 점점 자신이 원하는 음악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지난해 발표한 ‘Where u at’과 ‘Wedding dress’를 통해 작곡에 참여하기도 했고, 이번 앨범인 Solar를 통해서도 인트로 곡인 ‘Solar’을 비롯하여 ‘Just a feeling’, ‘Take it slow’ 등의 작곡에 참여하기도 할 뿐만 아니라, 앨범 작업에 공동 프로듀서로 직접 참여를 하며 자신만의 음악을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박재범의 경우 아직 솔로로 데뷔한지 얼마 되지 않았고, 사실 지금 솔로곡이라고 공개된 음악 역시 박재범의 노래라고 할 수 있는 것은 'bestie' 밖에 없습니다. '믿어줄래'는 B.o.B의 'Nothin` On You'의 번안곡일 뿐이죠.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재범은 아티스트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랩도 잘하고 노래도 잘하는 크리스브라운이나 드레이크 같은 아티스트가 되는 게 꿈이었다"


박재범은 이 말처럼 자신이 하고 싶어하는 음악 스타일이 힙합/R&B로 확실하고, 그에 맞춰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벌써부터 ‘bestie’와 용감한 형제들의 '울고싶단 말야'를 직접 작사에 참여하기도 하면서, 음악에 대한 적극적인 참여도 눈에 띄는데요. 그렇게 음악을 하고 싶어하는 욕심도 보이면서, 박재범이 앞으로 어떤 노래들로 자신만의 색깔을 만들어 갈 지 기대가 됩니다.

세븐의 경우 처음부터 솔로로 활동을 했고, 자신만의 색깔로 꾸준히 음악을 하고 있기 때문에 별다른 설명이 필요없을 듯한데요. 예전 3집 때 한 인터뷰의 내용이 참 인상적입니다.

“한층 더 세련되고 고급스러워지고 강해진 음악을 선보이고 싶었습니다. 유행이나 트렌드는 생각하지 않고 내가 부르고 싶은 만들고 싶은 음악을 만들었어요.”

세븐은 아티스트적인 마인드와 립싱크는 재미없다는 무대 마인드까지 참 많은 후배 가수들이 본받았으면 하는 가수인데요. 비록 이번 앨범을 두고 명성에 비해 실패한 것이 아니냐는 말들이 많지만, 그런 것에 연연하지 않고 꾸준히 자신의 색깔을 가지고 자신의 음악을 하는 그 모습이 참 보기 좋아 보입니다.

2010/07/30 -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들] - 세븐, 가요계의 백신될까?

P.S> 참. 서울 소울 페스티벌의 히든 멤버는 태양으로 밝혀졌는데요. 이로서 태양, 박재범, 세븐 모두 출연을 하게 되었네요. 특히 박재범은 이번에 서울 소울 페스티벌에서 신곡 'Speechless’을 처음으로 공개를 한다고 합니다.

"문화평론가, 블로그 http://skagns.tistory.com 을 운영하고 있다. 3차원적인 시선으로 문화연예 전반에 담긴 그 의미를 분석하고 숨겨진 진의를 파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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