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이언주 바른미래당 의원이 보수 정치인으로 거듭나고 있다. 이 의원은 최근 문재인 정부 비판 과정에서 "박정희는 천재적"이라는 등의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이 의원은 자유한국당으로 향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내놓기도 했다. 민주통합당(현 더불어민주당)에서 정치에 입문한 이 의원의 변신에 관심이 모아지는 가운데 이 의원이 "원래 보수 성향이었다"는 증언이 나왔다.

이언주 의원은 2012년 민주당 중도성향 정치신인 모임인 '희망코리아정치연대'를 통해 정치에 입문했다. 희망코리아는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민주당 시절 외부 정치신인 수혈을 위해 조직한 그룹이었다. 이 의원은 2012년 4·11총선에서 민주통합당 소속으로 경기 광명 을에 전략공천돼 당선됐다. 지난 2016년 4·13 총선에서 이언주 의원이 재선에 도전할 당시에도 야인이었던 손학규 대표가 선거운동을 지원하기도 했다.

당시 이언주 의원의 영입과 선거운동에 관여했던 관계자는 "이언주 의원은 원래 보수 성향"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당시 이 의원이 왜 민주통합당을 갔는지 의아해 하는 사람이 많았다"며 "손학규 대표를 따라왔는데 아마도 성향이 맞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언주 바른미래당 의원. (연합뉴스)

최근 이언주 의원은 '보수의 아이콘'으로 떠오르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정책을 비판하는 과정에서 보수적 발언으로 보수진영에서 '보수 여전사'라는 별명도 얻었다. 이 의원의 유튜브 방송 '이언주TV'는 구독자가 3만여 명에 달한다.

이언주 의원은 지난달 23일 일요서울TV <주간 박종진>에서 대통령제에 대한 토론 도중 박정희 전 대통령을 "천재적"이라고 극찬했다. 이 의원은 "대통령제라는 것은 현대판 황제다. 현대판 황제가 되려면 외교, 국방, 경제까지 완벽하고 전지전능하게 알아야 한다"며 "독재를 했다는 측면에서는 비판을 좀 받지만, 박정희 같은 분이 역대 대통령 중에는 천재적인 분이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언주 의원은 '목구멍 챌린지'에 참여하기도 했다. 목구멍 챌린지는 지난주 리선권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장이 재벌 총수들에게 "냉면이 목구멍이 넘어가느냐"고 발언해 논란이 되자, 이를 풍자하기 위해 마련된 이벤트다. 이 의원은 "냉면이 목구멍에 잘 넘어가는지 보겠다"며 냉면을 먹고는 "저는 잘 넘어간다"고 말하는 영상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게재했다.

이언주 의원은 지난 5일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민주당에서 정치를 시작했다"는 질문에 "결과적으로 잘못된 판단이었다"며 "내가 인재 영입될 당시만 해도 민주당은 지금처럼 운동권 중심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이언주 의원은 "민주당 시절 발언과 180도 다르다"는 지적에 "사실 비겁했던 것"이라며 "동의할 수 없는데 (논평을) 내라고 하니 괴로웠다"고 고백했다. 이 의원은 "그때의 경험이 '욕먹을 땐 먹더라도 이언주의 생각을 얘기 해야지, 자리에 연연해서 내 생각하고 다른 길을 가지 말자'고 결심하는 데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9일 이언주 의원은 사실상 자유한국당으로 향하겠다는 의사도 드러냈다. 이날 이 의원은 정현호 자유한국당 청년비상대책위원이 이끄는 청년바람포럼에 특강 강사로 나설 예정이다. 이 의원은 '나는 왜 싸우는가, 대한민국 우파의 혁명이 필요하다'는 주제로 강연한다.

헤럴드경제 보도에 따르면 이언주 의원은 "한국당이 어떻게 변화해야 내가 갔을 때 '윈윈'할 수 있다는 이야기, 진정한 우파로 거듭나자는 이야기 등을 하게 될 것"이라며 "국민은 젊고 결기있는 우파, 경제에 밝은 우파를 원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사실상 한국당행을 암시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언주 의원의 이러한 행보에 과거 이 의원과 함께 했던 동료의원들의 비판도 거세다. 지난 1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한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은 "제가 당시 이 의원을 경기 광명으로 데리고 가서 양기대 당시 광명시장을 만나게 했다. 이후 호남 향후회 등을 동원해 당선시켰다"고 말했다.

박지원 의원은 "뭐 어떻게 하겠나. 뛰어다니는데, 그런데 싸울 사람하고 싸워야지, 그러면 안 된다"고 지적하며 "이언주 의원, 지금 이 방송 듣고 제가 얼마나 당신을 좋게 얘기하는지를 알아야 해요"라고 꼬집었다. 진행자가 "이 의원 얘기가 곤란하냐"고 질문하자 박 의원은 "군번이 다른데 싸우면 제가 손해"라며 "제가 웃고 피해야죠. 뭐가 무서워서 피하느냐, 더러워서 피하지"라고 말했다.

이 같은 비판에 대해 이언주 의원은 "동지애를 기억하라"고 반박했다. 5일 BBS불교방송 <전영신의 아침저널>에 출연한 이 의원은 "주목을 받다 보면 어차피 이렇게 비판하는 사람도 있고 칭찬하는 사람도 있는 것"이라며 "눈앞의 이익을 보고 하다 보면 정치가 국민의 신뢰를 잃게 되기 때문에 동지애를 기억해 나가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같은당 소속인 김수민 의원은 7일 KBS <사사건건>에서 "이언주 의원의 발언에 동의하는 분은 극히 소수일 거라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냉면 챌린지에 대해 "저 목구멍 챌린지라는 것은 어떤뚜렷한 메시지가 부재하다"며 "알맹이는 없고 껍데기만 아주 화려하게 포장하는 그런 감성팔이의 전형"이라고 비판했다.

김수민 의원은 "이언주 의원님의 정치적 행보야 본인이 결정하실 문제지만 지속적으로 바른미래당에 대해서 자유한국당이 들어와라, 흡수통일 하겠다, 뭐 이렇게 얘기하는 것은 하루이틀 이어진 공작이 아니기 때문에 바른미래당은 크게 개의치 않는다"고 말했다.

같은 자리에서 전재수 민주당 의원은 "(이언주 의원이 자유한국당에) 가시지 않겠나 싶다"며 "세상만사 다 변하는 게 세상의 이치 아니겠느냐. 그런데 사람이라고 어찌 안 변하겠느냐"고 말했다. 전 의원은 "다만 변하더라도 좋은 쪽으로 변해야 되겠죠. 특히 정치하는 사람들이 이렇게 1, 2년 사이에 도저히 정신을 차릴 수 없을 정도로 변해버리니까 국민이 어떻게 볼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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