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추값이 치솟아 김장 파동까지 우려되고 있다. 28일 오후 서울 하나로마트 양재점에서 배추 1포기가 1만1천600원에 판매되고 있다 ⓒ 연합뉴스
배추 값 파동이 식탁을 건너 청와대로 향하고 있다. 30일 오전 연합뉴스는 <李대통령, 배추값 폭등에 양배추김치로 대체>라는 기사를 내보냈다. 이명박 대통령이 비싼 배추김치 대신 값싼 양배추 김치를 먹고 있다는 미담이었다.

연합뉴스의 설명대로라면, '과거 전방의 군장병이 배추김치 대용으로 먹던 양배추 김치를 ‘국가 원수’ 밥상에 올리고 있다'는 것이다. 이 슬프도록 아름다운(!) 이야기는 그러나 철저한 허위이다. 왜냐면, 양배추 값이 결코 배추 값 보다 싸지 않기 때문이다.

<연합뉴스>의 기사가 송고 된지 채 얼마 지나지 않아서 네티즌들은 30일 현재 하나로 마트 양재점 기준으로 '배추는 한포기에 9천900원, 양배추는 한통에 9천590~1만원에 판매되고 있다'는 새삼스러울 것 없는 사실을 밝혀냈다. 가격이 엇비슷하다면, 일반적으로 배추가 양배추보다 큰 것을 감안하면 배추김치를 담가 먹는 편이 싸다.

연합뉴스의 기자가 어떤 의도를 갖고 해당 기사를 작성했는지는 알 수 없으나, 연합뉴스가 소개한 '장을 보러 마트에 갔다가 배추값에 깜짝 놀랐다'는 김윤옥 여사의 서민스런 행보는 애석하게도 아예 날조이거나 혹은 마트 견학이었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네티즌들은 지금 이명박 대통령과 김윤옥 여사를 싸잡아 '빵이 없으면 고기 먹으면 되지 않느냐'고 했던 절대 왕정의 마리 앙뜨와네트에 견주고 있다.

해법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대로 김장철이 되면, 배추 값 폭등으로 인해 대통령이 사상 초유의 대국민사과를 하는 '국격' 떨어지는 해프닝이 찾아올지도 모른다. 앞서, 양배추의 사례처럼 지금 문제는 배추 값만이 아니라는 것은 심각한 징후이다. 아예 채소 값 전체가 정권을 향해 파상 공세를 펼치고 있는 형국에서, 한가롭게 4대강 때문은 아니라는 타령만 할 때가 아니다. 누구도 식탁에서 채소를, 김치를 포기할 수 없다면, 공동의 지혜를 모아야 할 때이다.

배추는 보통 평당 10포기 내외가 재배된다. 산지 밭떼기되는 배추밭의 가격이 평당 7천 원 정도라고 한다. 산지기준으로 계산하면, 배추 값은 포기당 1천 원 정도가 적정한 가격이다. 그런데 소비자가의 현실은 포기당 1만 원을 훌쩍 넘는다. 따로 설명하지 않아도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가를 짐작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밭떼기로 구매되는 배추가 소비자에게 전달되는 유통의 과정에서 누군가들이 폭리를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해법은 무엇일까? 진보신당 정책위원회가 모범 답안을 내놓았다. 묘수는 이미 법제도에 있었다. 1973년에 제정된 '물가안정에 관한 법률(이하 이 법)'이 바로 그것이다. '물가의 안정을 기하고 공정한 거래를 촉진함으로써 국민생활의 안정을 도모한다'는 이 법의 취지를 살려 정부가 긴급 조치를 시행하면 된다.

진보신당은 국민생활의 안정을 위하여 필요한 주요물품의 가격 최고액을 정부가 지정할 수 있도록 한 이 법에 따라 정부가 배추의 최고가격을 적정하게 지정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지적했다. 예컨대, 배추 한 포기의 최고가를 5000원으로 정하고, 이를 넘게 배추를 파는 이들을 단속하면 되는 것이다.

실제로 이 법은 '정부가 유통구조의 개선에 필요한 조치를 하거나 명령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어, 정부가 산지 밭떼기 거래에서부터 소비자 유통까지의 과정에 대한 긴급 조사를 통해 유통구조 개선을 위한 긴급 조치나 명령을 무리 없이 할 수 있는 근거로 작용될 수 있다.

배추 값 폭등에 맞서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이처럼 무궁무진하다. 그런데 이 정부는 농림부 차관이 라디오에 출연해서 '김장을 한 포기씩 덜 담그라'고 떠드는 새마을 운동 수준의 훈계를 먼저 시작했다. 낙후된, 저급한 방법이었다.

그리고 나서는 더 저급하게는 대통령이 양배추 김치를 먹는 이미지를 연출하여 국민을 속이려 들었다. 견적도 안 나오는 낙후적 방법, 저급하다는 말도 창피한 해법이다. 지금이라도, 진보신당의 충고처럼 배추 값 폭등을 국가 경영 수준의 긴급한 조치를 통해 해결해나가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배추 값 해결을 위한 상식적 해법, 어려운 문제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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