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생 프로그램이 자리를 잡는 것이 힘들고 긴 기다림과 인내, 시청자들과의 공감대 형성을 요구하는 험난한 개척길이기는 하지만 한번 터를 잡고 나면 몇 백회, 몇 주년 특집도 예사로 넘기는 장수 프로그램의 시대에 1주년을 기념하는 것이 그리 유별나고 특별해 보이지 않는 것이 사실이긴 합니다. 험난하고 예상치 못하는 가시밭길을 헤쳐 나와 이제야 겨우 장수의 길을 찾기 시작한 그들 자체적으로야 기념할 만한 감격의 순간이겠지만 우린 이미 몇 백회 특집을 성대하게 치르는 다른 이들의 축하 파티를 여러 번 경험해 보았으니까요. 강심장의 1주년 축하 파티가 그렇게 성대해 보이지도, 대단해 보이지 않았던 것도, 그들 스스로도 특별하게 준비한 무언가가 보이기보다는 SBS의 새로운 월화 드라마 닥터챔프의 출연자들과 함께 작품 홍보에 분량을 할애한 것이 훨씬 더 눈에 띄었던 것도 바로 이 때문이에요.
이것은 다소 고독했던 1인자, 강호동의 탁월한 선택이기도 했습니다. 그는 씨름선수 출신의 몸개그를 장기로 삼던 개그맨에서 쿵쿵따 시절 유능한 예능꿈나무들과 함께 버라이어티에 적응했던 성숙기, 그리고 각종 천생연분을 비롯한 연애프로그램의 강력한 진행자 역할을 감당하면서 성장해온, 경험이 풍부한 MC입니다. 하지만 이런 동적이고 강렬한 캐릭터를 앞세웠던 그가 다소 정적이고 침착한 토크쇼의 진행자로서의 역량을 평가받았던 프로그램은 역시 SBS의 야심만만이었죠. 다소 둔탁하고 억지스러웠던 그의 진행은 박수홍의 노련한 진행과 김제동의 유려한 말솜씨와 어우러지면서 부드러움과 감동, 교훈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강호동 특유의 야들야들한 매력을 장착했습니다. 그의 단점이었던 강함과 카리스마를 보완시켜줄 좋은 동료들이었었죠.
하지만 야심만만 이후에 강호동은 이들을 대체할 만한 협력자, 콤비를 도무지 찾지 못했습니다. 1박2일의 형제들이 돌발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순발력과 재치를 덧입혀주기도 했고, 스타킹의 뛰어난 2인자 붐과 이특, 무릎팍 도사의 천재 뮤지션 유세윤이 그에게 부족한 유연성과 창의력을 보완해주기는 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강호동만의 개성이자 장점이자만 집요함과 끈질긴 승부사적 기질을 순화시켜주고 이를 자연스럽게 다음 단계로 넘어가게 도와주는 진행자는 찾지 못했었어요. 야심만만 시즌2의 실패에서 확연하게 드러났던 것처럼 토크쇼의 MC 강호동은 그를 향한 호감만큼이나 반감을 함께 품고 있는 대중들의 호불호가 확연하게 드러나는 진행자였습니다.
그러니 강심장의 이승기는 이런 강호동의 불균등을 해소시켜준 최고의 파트너였던 셈이에요. 바른 청년의 이미지를 가진 절대적인 호감덩어리인 이승기는 옆에 서있는 것만으로도 플러스 요인이 되지만 그는 여기에서 만족하지 않았습니다. 지난 1년간 시간이 갈수록 자신의 모범생 캐릭터나 1박2일의 허당 이미지에서 탈피해 넉살과 능청스러움, 그리고 알맞은 분배의 능력을 터득하면서 강심장의 핵심으로 떠오른 것이죠. 강호동의 배려와 존중과 함께 무럭무럭 성장하면서 이승기는 이제 단순히 큰 형님의 말에 기계적으로 반응하는 단순 보조MC가 아니라 서로가 가진 다른 장점을 배가시키는 최적의 단짝으로 거듭났습니다. 강심장의 1주년은 단순히 폭로와 자극적인 발언으로 쌓아 올린 것이 아니라 MC로서의 이승기의 재능을 발견한, 그리고 강호동이 드디어 최적의 파트너를 발견한 시간이에요.
앞으로 얼마나 더 강심장의 생명력이 지속될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폭로와 자극적인 발언, 프로그램 홍보로 얼룩진 강심장의 내용이 결코 바람직하다고 볼 수는 없겠죠. 그렇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지금 화요일 저녁을 지배하고 있는 이 둘의 콤비를 무너뜨리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는 사실입니다. 만약 강심장의 아성을 무너뜨리길 원한다면 이 두 사람보다 훨씬 더 멋진 조합과 호흡을 들고 나와야 할 거에요. 결코 쉽지 않은, 그리고 시간이 갈수록 점점 더 매우 단단하고 높아만 가는 장벽입니다. 그만큼 매번 화요일 밤은 강심장이라고 외치는 이 두 남자 MC의 표호는 이제 그 누구도 쉽게 부인하지 못할 무게와 존재감을 가지고 있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