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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조합원들이 곧 해고된다[한강대로32-④] 그럼에도 오케이, 계획대로 되고 있다
박장준 희망연대노동조합 정책국장 | 승인 2018.11.08 08:54

더불어사는 희망연대노동조합 LG유플러스비정규직지부 조합원들은 2014년 3월 노조 결성 이후 ‘진짜사장 직접고용’을 요구하며 투쟁해왔다. 노조가 끈질기게 싸워온 결과, LG유플러스는 지난 9월 드디어 정규직화 방안을 내놨다. ‘부분자회사’다. 전국 72개 홈서비스센터에서 일하는 노동자는 2600여명인데 이중 1300명만 자회사로 고용하고, 나머지 1300명은 하청업체 소속으로 남기겠다는 것이다. 이건 천하제일의 어용노조라도 수용할 수 없는 황당무계한 방안이다. 그래서 우리 노조는 10월 15일 서울 용산구 한강대로32 소재의 LG유플러스 본사 앞에서 노숙농성을 시작했다. 매일 같은 도시락을 꾸역꾸역 삼켜낸다. 춥고 시끄럽고, 매연도 심하다. 잠이 오질 않는다. 억울하다. 그래서 쓴다. / 글쓴이 주

*③편 <회사는 여러분을 지켜주지 않는다>를 잇습니다.

며칠 전부터 소문들이 나돈다. 여기저기 안테나를 세운다. “○○센터가 사라진다”느니 “△△센터가 □□센터까지 맡는다”더라니… 말 그대로 ‘카더라’ 통신이지만 이런 소문을 듣고 있으면 가슴이 터져버릴 것 같다. 우리 조합원들은 며칠 뒤 해고 예고 통보를 받을 것이고, 연말에 해고될 것이기 때문이다. LG유플러스 홈서비스센터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12월 31일부로 해고된다. 최소 수백이다.

당장 우리는 ‘고용보장’ 싸움을 해야 한다. 운이 좋으면 내년에도 다시 신입사원이 될 것이다. 근속과 연차와 경력은 사라지고, 몇 년을 투쟁해 만들어낸 단체협약은 휴지조각이 되고, 노동조합법과 근로기준법은 처음인 새로운 사장님과 새롭게 싸워야 한다. 우리 조합원들은 연말연시를 이렇게 보낸다. 대부분 간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이렇게 산다. 이런 노동자들이 ‘민주노조’를 만들고 지키고 ‘노조 할 권리’를 요구하는 게 이미 기적 아닐까.

사람이 살 수 없는 지옥 같은 곳을 살 만한 곳으로 바꾸려는 우리 조합원들은 그래서 대단하다. 노동조합 간부로 매년 이렇게 끔찍한 연말연시를 보내는 조합원들을 보면 너무 미안하다. 활동가인 나는 대다수 조합원보다 적은 수준의 월급을 받지만, 파업을 하지 않아 임금손실도 없다. 결정적으로 나는 해마다 해고되지 않는다.

사실 업체교체 과정에서 스스로 나가떨어지는 업체도 많다. 대단한 덩치와 끈기가 있어야만 원청의 갑질과 압박을 버틸 수 있다. LG유플러스는 전국 72개 센터를 실적과 가입자수로 상대평가하는데 그 결과는 무려 68개로 나뉜다. ‘무한경쟁’이라는 말이 가장 잘 어울리는 게 바로 이 판이다. 현장을 쥐어짜지 않으면, 노조를 포섭하거나 없애지 않으면, 자기 돈을 들이붓지 않으면 사업을 유지할 수 없다.

그래서 진즉 센터를 반납하기로 마음먹은 하청 사장들이 있다. 문제는 이들 중 사업을 엑시트하기 몇 달 전부터 작전을 짜고 노동자들의 임금 퇴직금 연차수당 국민연금 건강보험료를 들고튀는 못된 인간들이 있다는 것이다. 이런 하청업체 밑에서 아무 것도 모르고 일했을 노동자들을 생각해보라. 억울해 죽겠다.

해결해주는 사람은 없다. 언론과 노동부와 국회에 도움을 청해도, 우리가 직접 사장님을 찾아내고 고소고발하고 투쟁하지만 결과는 만족스럽지 않다. 이럴 때 해결사마냥 등장하는 게 원청 LG유플러스다. 노조는 주구장창 원청에 “진짜사장 LG가 직접 해결하라”고 요구하는데, 이중 몇몇 사안에 대해 원청이 직접 움직이고 순식간에 문제를 해결해버린다. ‘재벌이란 무엇인가?’ ‘갑질이란 무엇인가?’ 몸으로 느낀다.

유혹에 빠진다. 원청에 기대고 싶다. 정중하게 민원을 넣으면 원청이 문제를 해결해줄 거니까. 시끄럽지 않고 좋게 좋게 해결하고 싶은 마음이 든다. 어찌됐든 노조가 원청을 압박하고 원청은 “원청사용자로서 사용자 책임”과 “재벌 대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지고 문제를 해결한 것 아닌가. 조합원들의 해고를 앞두고 이런 유혹이 강해진다.

그런데 조합원들을 보면 이런 생각이 달아난다. 결국 우리 문제는 우리가 싸워야만 온전히 해결해야 할 수 있다는 평범한 사실, 이걸 우리 조합원들은 몸으로 증명한다. 우리 조합원들은 오늘도 끈질기게 “고객님, 저는 LG유플러스 하청업체 소속 ○○○입니다”라는 진짜 자기소개를 하고, 작업조끼에 등자보를 붙이고 고객을 만나고 있다. 여기 용산 길바닥 노숙농성도 25일차다.

전주지회 조합원들은 조합원을 사찰하고 조합원에게 소리를 지르고 욕설을 한 관리자에 대해 공개사과와 징계를 요구하며 보름 전부터 매일 아침 출근선전전을 한다. 울산지회 조합원들은 파업대체인력을 저지하기 위해 손수 피켓을 만들고 집회를 한다. 의정부와 마포 조합원들은 반에 반으로 쪼그라든 노조를 몇 년 동안이나 지켜냈고 지금 조직을 확대하고 있다. 서용산에는 조합원이 단 한 명뿐이지만 꿋꿋하게 노조를 지키고 있다.

우리 조합원들이 독하게 싸우는 것처럼 나도 독해져야겠다. 냉정하게 생각하자. LG유플러스는 외주화에 빌어먹기 위해, 딱 그만큼만 노조의 민원을 접수하고 해결한다. 단지 그것뿐이다.

지금 우리의 상대는 LG다. 우리 조합원을 해고한 것은 하청업체가 아니다. 우리 조합원을 매년 해고하고, 십년을 일해도 매년 신입사원 신세로 만들고, 우리 조합원을 쥐어짜며 매년 1조원에 가까운 영업이익을 올리고, 기상천외한 노무관리와 중간착취를 하는 하청업체를 적당히 남겨두고 적당히 현안을 만드는 것이 바로 원청이다.

우리 조합원들은 이런 LG와 매일 싸운다. 자신의 삶을 바꾸기 위해서 싸운다. 우리 조합원들은 곧 해고되겠지만 그럼에도 우리 투쟁은 흔들림 없이 계획대로 되고 있다. 하루하루 힘내자!

지역출장을 마치고 서울에 올라와, 농성장에서 문서작업을 하고, 글을 다 쓰니 새벽 4시다. 3시간밖에, 그것도 제대로 못 자겠지만 잠시라도 눈을 붙여야겠다. 일어나서 출근선전전을 해야 한다. 종일 비를 맞으며 서울 이곳저곳을 돌아다니겠지만 그래도 괜찮다. 함께 맞을 사람들이 있으니까.

⑤편에 이어집니다

박장준 희망연대노동조합 정책국장  webmaster@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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