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립유치원 비리 문제로 전국이 시끄럽다. 교육부는 전례 없이 강경한 태도로 사립유치원 비리를 바로잡겠다고 나섰고, 사립유치원들은 여론에 떠밀려 숨을 죽이면서도 한편으로는 폐원 및 휴원으로 정부와 학부모들을 협박하는 이중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그런 가운데 경기도 따복어린이집 폐원 소식이 들려 학부모들의 원성을 샀다.

그런데 보도 내용이 사실과 달리 전달되고 있어 또 다른 논란을 낳고 있다. 일부 신문과 지상파 방송 뉴스까지 전한 따복어린이집 폐원을 정부 책임으로 돌렸다. 특히 지난 5일 MBC <뉴스데스크>의 ‘수지 안 맞는다. 국공립 어린이집 일방적 폐원’이라는 제목의 보도가 논란의 중심에 섰다. 우선 "수지가 안 맞는다"라는 기사 타이틀부터가 좀 과하다. 앵커 또한 "정부의 앞뒤 다른 정책"이라고 운을 뗐다.

"수지 안 맞는다" '국공립 어린이집' 일방적 폐원 (MBC <뉴스데스크> 보도화면 갈무리)

기사 타이틀과 앵커 멘트로만 보면, 경기도 따복어린이집 폐원 결정이 마치 정부가 국공립 어린이집을 늘린다면서 수지타산을 따져 기존 시설을 폐원하는 모순된 정책을 시행하는 것으로 오해할 소지가 충분하다. 그러나 따복어린이집 폐원은 정부와 무관하게 ‘경기도’가 결정한 사안이다. 더군다나 따복어린이집은 공공형 어린이집이기는 하지만 국공립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언론 보도 후 해명에 나선 경기도 역시 "따복어린이집은 기존 어린이집을 매입 전화하는 정부의 추진방식과 달리 경기도에서 시설을 임차하여 운영하는 민간어린이집"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따복어린이집을 국공립이라고 규정한 것도 잘못이지만, 지자체의 폐원 결정에 정부의 책임을 묻는 것도 온당치 못하다.

국공립 확대 바람에도 문 닫을 위기의 ‘따복어린이집’ (KBS 뉴스 보도화면 갈무리)

또 다른 문제도 있다. 따복어린이집 폐원의 경우 보도 내용처럼 "수지가 맞지 않아서"가 아닌 남경필 전 경기도지사 흔적 지우기라는 의심을 받고 있다. 따복어린이집은 남경필 전 경기도지사가 핵심 사업으로 삼아 시행한 공공형 어린이집 지원사업이다. 경기도 3곳에서의 시범사업 이후 따복어린이집을 1,000개로 늘리겠다는 계획이었다.

따복어린이집 폐원에 대한 언론 보도에 앞서, 지난달 22일 청와대 국민청원에 먼저 올라왔다. 청원글에는 “이런 만족도 높은 사업이 기존 도지사 공약 사업이라는 이유로 더 이상 진행을 하지 않는다고 합니다”라고 언론 보도와는 전혀 다른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요즘 어지간한 사회 이슈에는 청와대 청원부터 찾는 것이 언론의 경향인 것을 감안한다면 직접 당사자들이 제기하는 문제를 짚어보지 않는 것도 의문이다.

경기도 따복어린이집 폐원은 “2년여 동안 시범사업을 하면서 적지 않은 예산을 투입했지만 투입 비용에 비해 효과성이 낮은 것”이라는 경기도의 판단 때문이다. 반면 학부모들은 공공교육에 가성비를 따지는 것이 온당하냐며 반발하고 있다.

국공립 확대 바람에도 문 닫을 위기의 ‘따복어린이집’ (KBS 뉴스 보도화면 갈무리)

따복어린이집 1000개를 늘린다면 1조 3천억 원이라는 거대한 예산이 필요하다고 한다. 그러나 기존 따복어린이집 운영예산은 그리 크지 않다. 지난 2년간 3곳의 따복어린이집에 투입된 예산은 20억 원이다. 190여 명의 어린이 한 명당 월 14만원을 조금 넘는 수준이다. 애초의 계획대로 따복어린이집을 대대적으로 늘리는 것에는 무리가 따를 수 있겠지만 기존 시설을 닫을 정도로는 보이지 않는다. 예산문제가 아닌 다른 의도를 의심케 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따복어린이집에 다니던 어린이들이 다른 국공립 시설로 전원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그렇다고 민간어린이집도 들어가기가 쉬운 것도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내년 2월로 예정된 따복어린이집 폐원을 되돌릴 방법을 찾는 것이 시급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문제의 본질을 정확히 전달해야 한다. 따복어린이집 문을 닫지 않게 하려면 정부가 아니라 경기도를 설득해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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