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17(17세 이하) 여자월드컵에서 우승을 차지한 태극 소녀들, 17세 이하 여자 축구대표팀이 28일 귀국했습니다. 사상 처음으로 FIFA(국제축구연맹) 주관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여자 축구대표팀 선수들은 당당하고 멋진 모습으로 여자 축구계를 깜짝 놀라게 하면서 한국 축구의 격을 높였습니다. 지금 FIFA 홈페이지 한국 페이지에 들어가면 역대 성과에 'Winner(우승)- 2010 U-17 여자월드컵'이라고 적혀있어 볼 때마다 뿌듯함이 느껴지고, '아 이제 우리도 FIFA 역사에 우승 한 번 한 팀이라는 걸 역사에 새기게 됐구나' 하고 감탄하게 됩니다.

▲ (영종도=연합뉴스) 한상균 기자 = FIFA 주관 U-17 여자월드컵에서 우승한 한국 대표팀 선수단이 28일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한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최근 한국 축구가 선보이고 있는 성과는 대단히 눈부십니다. 지난 2008년 뉴질랜드에서 열린 U-17 여자월드컵에서 8강에 오른 뒤 U-20 여자, U-17, U-20, 월드컵 등 6회 연속 FIFA 주관 대회에 참가할 때마다 토너먼트에 오르고 있습니다. 여기에 K-리그 포항 스틸러스가 지난해 아시아축구연맹(FIFA)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차지하며 아시아 대표로 클럽월드컵에 참가해 당당히 3위에 오른 것도 있고, 올해 AFC 챔피언스리그 8강에 K-리그가 동아시아 권역을 싹쓸이한 것도 성과라면 성과라 할 수 있겠습니다. 어쨌든 과거 '우물 안 개구리'로 평가받던 한국 축구가 세계를 향해 쭉쭉 뻗어나가면서 이제는 아시아를 넘어 세계 축구계에 강한 인상을 심어주고 있습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한국 축구가 최근 2년간 국제 대회에서 거둔 성과는 대단히 눈부시면서 값졌습니다. 2008년 U-17 여자월드컵 8강부터 시작한 '토너먼트 연속 진출 역사'는 2009년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20세 이하(U-20), 이광종 감독이 이끄는 U-17 대표팀으로 그대로 이어져 모두 8강에 오르는 성과를 보여줬습니다. 이어 2010년 남아공월드컵에서 허정무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이 사상 처음으로 원정 월드컵 16강 진출을 확정지으며 정점을 찍었습니다. 그리고 국제 대회에서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던 여자 축구가 선전을 거듭해 U-20 여자월드컵 3위를 차지한 데 이어 마침내 U-17 여자월드컵에서 한국 축구 사상 처음으로 우승을 차지하며 마침내 '정점을 뛰어넘는' 최고 순간을 만들어냈습니다.

과거에 비해 최근 국제 대회에 출전한 대표팀 선수들의 면면을 보면 큰 체격 못지 않게 선수들이 굉장히 자신감 넘치고 당당하게 경기에 임한다는 점입니다. 한국 축구 특유의 투혼 뿐 아니라 당돌함까지 갖춰 어느 팀에도 결코 밀리지 않는 모습을 보여준다는 얘깁니다. 이번 U-17 여자월드컵에서 경기에서 뒤지다 끈질기게 따라붙어 기어이 승리를 일궈낸 모습을 보여준 선수들의 모습도 그렇고, 전체적으로 남녀 모두 개인이나 팀이 원하는 플레이를 마음껏 보여주며 경기를 주도해 나가는 모습들 자체가 이전 대표팀에 비해 확실히 나아졌습니다. 그러면서 창의적인 플레이를 펼칠 줄 아는 선수들이 끊임없이 나왔고, 국제적인 경쟁력에도 결코 밀리지 않는 실력을 보여주며 국제 무대에서 잇달아 좋은 성적을 내고 한국 축구의 위상이 올라가는 원동력이 됐습니다.

이렇게 국제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고도 단지 '재미없다. 관심없다'는 이유만으로 반짝 관심을 가졌다 열기가 순식간에 사라지는 걸 보면 사실 한국 축구에 대해 우리 팬들의 인식이 다소 인색하게만 느껴지는 게 사실입니다. 그런 반면에 한 번이라도 졸전하거나 패하기라도 해서 원하는 성과를 내지 못하면 여론의 뭇매가 대단합니다. 그렇다보니 한국 축구 감독 자리가 '독이 든 성배'라는 말까지 나왔습니다. 결과에 대해서만 크게 좌우하고 인식하는 성격이 강하다보니 전혀 예상치 못한 패배를 당하기라도 한다면 그간 가졌던 성과는 전혀 생각하지도 않고 스스로 폄하하려 하는 게 강한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뭔가 달라지거나 크게 개선되는 것은 없는데 말이지요.

어떤 대회를 준비하는 과정도 예전에 비해서 훨씬 더 체계적이면서 선수들이 하고자 하는 의지도 대단하고, 그런 덕분에 국제 대회에서 잇달아 좋은 성적을 내는 것에 대해 우리는 결코 이를 폄하하려 하거나 겸손해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이런 부분에 대해 더욱 자부심을 갖고 우리 선수들에 더욱 관심을 가져 저변을 더욱 확대해 나가는 데 도움이 되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물론 한 번의 성과에 대해 너무 도취돼서도 안 되겠지만 이 성과를 긍정적으로 끌고 나가는데 크게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축구계 내부적으로나, 또 축구를 좋아하는 팬들 사이에서 공감대가 형성돼 더욱 많은 관심을 갖는 노력이 필요하겠습니다. 그렇게 된다면 기량 좋고 개성 넘치는 젊은 선수들이 더욱 신명나게 경기를 뛰면서 해외 무대에서 더욱 좋은 성과를 내고, 덩달아 끊임없이 우수한 선수들이 발굴돼 질적인 발전에도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이제 우리도 한국 축구를 스스로 낮추는 것보다 '축구 잘 하는 나라'로서의 자부심을 갖고 살아보면 어떨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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