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회 서울국제음식영화제 상영작 <조작된 밥상>(2017)은 10년 넘게 유전자조작식품(GMO)의 유해성을 추적해온 오브 지로 감독이 농식품 업계와 정부의 유착관계를 폭로하며, 지속가능하고 투명한 식량 시스템 구축의 필요성을 촉구하는 영화다.

다큐멘터리 감독이자 GMO 반대 활동가로 활동 중인 감독이 무려 10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GMO가 가진 이면성 취재에 매달릴 수 있었던 배경에는, 오랫동안 먹거리 운동가로 활동한 어머니가 있었다.

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유기농 텃밭을 가꾸며, 자연에서 그대로 나온 음식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던 감독의 어머니는 현재 암과의 사투를 벌이고 있다. 어머니로부터 바통을 이어 받아 먹거리, 환경운동에 앞장서는 감독은 캐나다 전역, 미국, 프랑스 등을 오가며 GMO 반대 운동에 참여한 농부들과 단체들을 일일이 찾아다니기 시작한다.

제4회 서울국제음식영화제 상영작 <조작된 밥상> 포스터

감독의 어린 시절 어머니와의 추억에서 시작하는 영화는 과거 감독의 어머니가 그랬던 것처럼, 먹거리 운동에 앞장서는 사람들과의 인터뷰와 밀착 취재를 통해 GMO가 가진 유해성과 허구성을 낱낱이 파헤친다.

GMO를 찬성하는 이들은 유전자 변형 기술을 통해 식량 문제를 해결할 수 있고 대체연료로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을 내세우고 있지만, GMO 식품에 우려의 소리가 끊이지 않는 것은 이에 대한 안정성이 충분히 검증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농식품업계와 캐나다를 비롯한 여러 나라에서는 농업 활성화와 식자재 대량 생산의 명분을 앞세워 GMO를 암묵적으로 용인하였고, 지금도 이에 대한 갈등이 끊이지 않는 현실이다.

우리나라에서도 현재 GMO 농산물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져가고 있으며, 최근에는 GMO 식품 반대운동을 펼쳐왔던 몇몇 시민단체들을 중심으로 ‘GMO 완전표시제’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하지만 GMO 농산물에 대해 우려를 표하는 시민들이 점점 늘어나는 것과 달리, GMO를 대하는 정부의 태도는 여전히 미온적이다. 이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조작된 밥상> 감독이 살고 있는 캐나다, 미국, 유럽의 소비자들 또한 당면한 문제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GMO의 위험성에 문제의식을 가진 농부와 소비자들이 더욱 목소리를 높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오랫동안 정부와 대규모 농식품업계를 상대로 GMO의 유해성을 알리며 GMO 라벨표시 의무화 투쟁을 이어온 먹거리, 환경운동가들의 외침은 쉽게 관철되지 않는다.

GMO 식품을 반대하는 운동가이자, GMO 식품이 가진 양면성을 세상에 알리기 위해 카메라를 든 오브 지로 감독. 그가 언제 끝날지 모르는 어려운 싸움 속에서도 좋은 먹거리에 대한 자신의 신념을 잃지 않았던 데에는 어린 시절부터 텃밭을 일구고 가꾸면서, 순리대로 살아가는 법을 일깨워준 어머니가 있었음을 고백한다. 대를 이어 건강한 먹거리 운동에 뛰어든 감독의 사적 기억과, 보다 안전한 먹거리를 촉구하는 메시지가 설득력 있게 다가오는 다큐멘터리 영화다.

연예계와 대중 미디어를 통해 세상을 보고자합니다. 너돌양의 세상전망대 http://neodol.tistory.com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