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모범적이고 원칙적인 대답. MC몽이란 앓은 이를 빼버린 1박2일의 5인 체제가 어떤 모습일지, 그의 하차를 어떻게 설명할 것인지에 대한 의구심은 전혀 다른 방식의 대답으로 돌아왔습니다. 당일치기로 종로를 구석구석 누비고 다녔던 이번 주 1박2일은 자신들이 본래 어떤 프로그램이었고, 무엇을 말하고 싶었던 방송이었는지를 차근차근 말해주는 내용이었어요. 시청자들의 관심이 무엇인지를 충분히 알고 있으면서도 그 민감하고 뜨거운 문제를 짐짓 모른 척, 아닌 척하면서도 현명하게 다음 수를 두는 노련함이었죠.

물론 능숙하게 조절하기는 했지만 MC몽의 공백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던 것은 아닙니다. 가끔씩 에너지를 과하게 발산하는 강호동에게 가장 강력하고 효율적인 견제구를 던지며 균형을 잡아주던 MC몽의 부재가 아쉬운 경우가 종종 있었거든요. 위기상황에서 1인자로서 가장 큰 책임감을 느끼며 다소 오버했던 큰형님의 초반 떼쓰기와 후반의 혼자서 조금은 늘어지는 템포로 오늘 도전에 의미를 부여했던 장면은 MC몽이 있었다면 좀 더 자연스럽고 편하게 정리될 수 있었던 상황이었죠. 강심장에서 강호동의 배려와 자신의 넉살로 능수능란하게 콤비를 이루는 이승기의 분발과 역할 변화가 필요하지 않을까 싶던 순간이었습니다. 한 사람이 빠진다는 것은 단순히 그 사람 한 명이 사라졌다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각자가 맡고 있던 역할이 조금씩 조정되어야 한다는 것이니까요.

하지만 정작 1박2일이 보여준 가장 큰 변화는 한 사람의 하차에 의한 관계 변화도, 새로운 5인 체제에 의한 팀의 조합이 바뀐 것도 아니었습니다. 사람과 관계가 바뀌어야 하는, 오랜 기간 만들어진 익숙함이 바뀌는 세세한 조정은 시간과 함께 공을 들이며 만들어 가야할, 숙성을 위한 기다림이 필요한 부분이니까요. 오히려 가장 큰 변신은 그들이 다루고 있는 소재의 중심이 복불복으로 대표되는 서로간의 경쟁이나 재치를 겨루는 웃음 만들기가 아닌 그야말로 여행. 새로운 곳을 발견하고 그 안에서의 기분 좋은 낯설음을 즐기는 짧은 시간의 일탈을 생생하게 전하고 있어요.

많은 이들이 지나가고 살아가는 종로의 익숙하지 않은 풍경을 차근차근 풀어서 보여주는 친절한 여행안내서. 이렇게 시청자들과 함께 떠나는 여행 그 자체에 충실한 모습은 복불복 세상을 구축했던 1박2일의 개국공신 이명환 CP가 떠난 뒤, 해피선데이의 새로운 총책임자로 등장한 이동희 CP의 첫 등장이었던 지리산 둘레길 여행 때부터 이루어졌던 변화입니다. 승부와 의외성, 야생과 버라이어티 정신으로 쌓아올린 인기와 명성으로 잠시 잊고 있었던 장소의 중요성을 다시금 되살리고 있는 것이죠. 장수 프로그램인 1박2일이 여러 번 돌고 돌아 이젠 다시 장소로 초점이 옮겨지고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만큼 1박2일은 여행이라는 한정된 소재 안에서도 끊임없이 변주를 거듭하고 있습니다. 누구와 가느냐, 무엇을 하느냐, 어디로 가느냐, 누구와 만나느냐의 많지 않은 경우의 수를 최대한 활용하고 조합해서 새로운 것으로 만들어 보여주는 것이죠. 사람에 대한 문제가 생겼을 때 눈길을 장소로 향하고, 만나는 사람들과의 따스함으로 감동을 전해주고, 장소 소개가 자칫 밋밋하고 지겨운 다큐로 빠질 위험이 있을 때 다시 사람에게 집중하는 자연스러운 이동은 장수 프로그램의 가장 큰 적인 식상함과 지겨움을 잊게 만들어주는 힘입니다. 이런 큰 위기를 극복할 수 있게 해주는 강력한 무기이기도 하구요.

물론 이것이 지금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근본적인 처방은 아닙니다. 아무리 여행이 좋다지만 빠져버린 이빨을 그대로 둔 채 잇몸으로만 살 수는 없는 법이니까요. 5인체제의 막간극을 무사히 마친다 해도, 다시 6명으로 돌아가기 위해 새로운 동행을 구한다 해도 새 이빨이 자리 잡고 익숙해지기까지의 진통은 어쩔 수 없거든요. 하마평이 무성한, 누가 와도 엄청난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는 새로운 멤버 선정과 그의 적응을 위해서는 더욱 더 절묘한 균형 잡기가 필요한 시간입니다. 그렇기에 단 한 회의 선방으로 환호하는 것도, 혹 있을지 모르는 빈틈과 실수에 실망하는 것도 적절하지 못하다고 생각합니다. 그저 지금의 변화 자체를 즐기고 그 안에서 이들과 함께 누릴 수 있는 여행의 즐거움을 만끽하는 것. 그것이 서서히 위기를 벗어나기 시작한, 하지만 여전히 회복을 위한 기다림이 필요한 1박2일을 바라보는 올바른 태도가 아닐까요?

'사람들의 마음, 시간과 공간을 공부하는 인문학도. 그런 사람이 운영하는 민심이 제일 직접적이고 빠르게 전달되는 장소인 TV속 세상을 말하는 공간, 그리고 그 안에서 또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확인하고 소통하는 통로' - '들까마귀의 통로' raven13.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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