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을 많이 접하는 관객이라면 이번 워너원의 새 앨범 디자인을 접하자마자 기시감을 느꼈을 것이 분명하다. 뮤지컬 <헤드윅>에서 본 듯한 디자인이었기 때문이다.

뮤지컬 <헤드윅>에는 플라톤의 ‘향연’ 중 특정 개념이 언급된다. 원래는 ‘자웅동체’이던 인간이 제우스로 인해 남자와 여자로 성이 갈라졌다는 내용을 전달함에 있어, 뮤지컬은 대사로만 이야기하는 청각적인 전달에만 의존하지 않고 그림을 사용하여 시청각적인 전달에 적극적이다.

워너원의 새 앨범 디자인이 공개되자마자 <헤드윅>이 향연을 언급할 때 사용된 디자인과 매우 흡사하다는 점에서 표절의혹 논란이 불거졌다. 영화 <헤드윅>의 연출과 주연배우인 존 캐머런 미첼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서 "워너원은 <헤드윅>의 상징 이미지와 노래 'the origin of love'를 사용했다"며 "아주 오래된 신화는 만만한 대상이기도 하지만, 쉽게 단순해질 수 있다는 점이 슬프다"고 워너원 앨범 디자인이 헤드윅과 유사한 점에 대해 유감을 표현했다.

'헤드윅' 원작자 존 캐머런 미첼 인스타그램 갈무리

문제는 워너원의 앨범 제작사 CJ ENM이 스윙엔터테인먼트를 통해 내놓은 입장이다. 스윙엔터테인먼트는 표절 의혹 논란에 대해 한 매체를 통해 “사랑의 기원이라는 철학적 개념을 바탕으로 인류가 공유해야 하는 가치에서 영감을 얻은 아이디어 영역이므로 저작권적 관점으로는 이슈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스윙엔터테인먼트를 통한 CJ ENM의 이런 반박에 대해 존 캐머런 미첼은 그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불쾌감을 표했다. 그는 인스타그램을 통해 "영감을 인정하는 데 있어 매너가 부족하다고 저작권 침해로 고소하진 않겠다. 하지만 워너원 매니저들은 덜 사무적이고 더 친절했으면 좋겠다"고 표현했다.

이어 존 캐머런 미첼은 "신화를 해석하는 것이 문제가 있다는 게 아니다. 신화 해석에는 표절이 없지만 무례함이 있었다“면서 ”그들(워너원 앨범을 디자인한 측)은 신화에 없는 '오리진 오브 러브'(Origin of love·사랑의 기원)란 표현을 썼다. 이 표현은 (<헤드윅>의 작곡가) 스티븐 트래스크가 썼다. 이는 최근 서울에서 열린 존 캐머런 미첼 쇼의 이름"이라고 설명했다.

CJ ENM의 주장대로라면, 플라톤의 ‘향연’에 언급된 남녀의 기원을 언급함에 있어 <헤드윅>과는 다른 다양한 시각적 디자인을 시도했어야 한다. 하지만 워너원의 앨범 디자인이 <헤드윅>의 디자인과 기시감을 느낄 만큼 유사하게 디자인되었음에도 CJ ENM은 “인류가 공유해야 하는 가치(플라톤의 향연)에서 영감을 얻은 아이디어 영역이므로 저작권적 관점으로는 이슈가 없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필자는 존 캐머런 미첼의 불쾌함에 손을 드는 입장이다. 스윙엔터테인먼트를 통한 CJ ENM의 입장이 왜 이치에 맞지 않는지를 <헤드윅>이 아닌 포켓몬을 예로 설명하겠다. 포켓몬에 등장하는 다양한 캐릭터는 독창적인 캐릭터라기보다는 일본 요괴학 또는 중국의 ‘산해경’에 빚진 바가 크다.

워너원 티저 이미지 (사진제공= CJ ENM)

워너원의 앨범 커버를 디자인함에 있어 플라톤의 향연이 아닌 산해경 혹은 일본의 요괴학으로 디자인했다고 가정한다면, 그 결과물은 포켓몬의 디자인과는 엄연히 달라야 맞다. 하지만 지금 워너원의 디자인을 포켓몬 디자인으로 비유한다면 그 디자인은 산해경을 독창적으로 해석한 게 아니라 포켓몬에 등장하는 피카츄나 꼬부기, 파이리와 기시감이 든다는 점에 있어 문제가 된다.

일차적인 소스를 해석한 디자인이 기존 디자인과 차별점이 있거나 엄연히 다르다면 그 결과물은 <헤드윅>과 비교당할 일이 없어야 맞다.

하지만 지금 워너원 앨범 디자인 표절 의혹 논란은, 플라톤의 향연을 시각적으로 디자인한 결과물이 <헤드윅>의 디자인과 유사하단 점에서 초래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류가 공유해야 하는 가치에서 영감을 받은 아이디어 영역”이라는 논리로 논란을 피하고, 플라톤의 ‘향연’이라는 원래 소스에서 얻은 영감 덕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편의적인 태도다.

오마주를 하고 싶었다면, 차라리 <헤드윅> 원작자에게 동의를 구하고 디자인을 했다면 존 캐머런 미첼이 이런 불쾌감을 표했을까? 워너원의 앨범 디자인이 독창적인 디자인이었다면 존 캐머런 미첼이 “고소하진 않겠다”, “영감을 인정하는 데 있어 매너가 부족하다”, “무례함이 있었다”며 강경한 어조로 불쾌함을 드러내진 않았을 것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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