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윤수현 기자] 5.18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이 주부와 여학생, 여성 직장인들에게 성폭력 범죄를 저지른 사실이 확인됐다. ‘5.18 계엄군 등 성폭력 공동조사단’은 31일 “피해자 대다수가 총으로 생명을 위협당하는 상황에서 군복을 착용한 다수의 군인으로부터 성폭행 피해를 보았다고 진술했다”고 밝혔다.

5.18 계엄군 등 성폭력 공동조사단은 31일 계엄군에 의한 여성 인권 침해행위가 있었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5.18 민주화운동 당시 성폭력이 있었다는 것을 국가가 인정한 첫 발표다.

▲지난 6월 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5.18 계엄군 등 성폭력 공동조사단 출범 합동브리핑에서 이숙진 여성가족부 차관이 향후 계획 등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조사단은 “17건의 성폭행 피해사례뿐만 아니라 다수의 성추행, 성고문 등 여성 인권 침해행위를 발견했다”면서 “시민군이 조직화되기 전인 민주화운동 초기에 광주 시내에서 (성폭력이) 대다수 발생했다”고 발표했다.

조사단은 “피해자 나이는 10~30대였으며 직업은 학생·주부·생업종사 등 다양했다”라고 밝혔다. 조사단은 “연행·구금된 여성 피해자의 경우 수사과정에서 성고문을 비롯한 각종 폭력행위에 노출됐다”면서 “시위에 가담하지 않은 학생, 임산부 등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한 성추행 등 여성 인권 침해행위도 다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조사단은 “피해자 진술과 당시 작전상황을 비교·분석했다”면서 “일부 피해사례의 경우 가해자나 가해자 소속부대를 추정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조사단은 “시간적 제약 등으로 당시 일어난 성폭력 전체를 확인할 수는 없었다”면서 “앞으로 지속적 홍보와 신고가 필요하며 진상규명조사위원회 출범 전까지 광주광역시 통합신고센터에서 신고접수를 받아 국가인권위원회와 여성가족부가 피해자 면담조사 및 상담 지원을 지속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조사단은 ▲국가의 공식적 사과 표명 및 재발 방지 약속 ▲보상 심의과정에서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별도의 구제절차 마련 ▲국가폭력 피해자 치유를 위한 국가 수준의 '국가폭력 트라우마센터' 건립 ▲5.18 당시 참여 군인의 양심고백 여건 마련 ▲5·18민주화운동 진상규명조사위원회 내 성폭력 사건을 전담하는 별도의 소위원회 설치 등을 향후 검토사항으로 지정했다.

이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이재정 대변인은 “피해자들께 진심으로 사과와 위로의 말씀을 올린다”면서 “책임 있는 정부 여당으로서 하루빨리 진상을 밝혀내고 치유를 도와드렸어야 할 일이다”라고 말했다. 이재정 대변인은 “피해자들의 명예회복 및 책임자 처벌을 위한 진상규명과 피해자 트라우마 치유 및 지원을 위한 관련법 개정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평화당 김정현 대변인은 “구전으로 떠돌던 5.18 당시 성폭행 사건이 사실로 드러났다”면서 “하루빨리 5.18 진상규명 진상조사위원회의 출범이 요구된다”고 제안했다. 김정현 대변인은 “진상조사위원회의 출범을 마냥 늦추고 있는 자유한국당은 깊이 반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자유한국당은 5.18 진상규명조사위원회 위원 추천을 미루고 있다. 자유한국당은 “정치적 부담으로 인해 자격을 갖춘 많은 분이 기피 내지는 회피하고 있다”면서 “가급적 빠른 시일 내에 추천을 마치도록 노력하겠다”고 해명했다. 진상조사위는 국회의장 1명, 여야 각 4명 등 총 9명을 추천받아 대통령이 임명한다.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여야는 위원 추천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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