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로 국정감사가 막을 내렸다. 총평하자면 이번 국감은 사립유치원 비리만 보였다고 할 수 있다. 매우 중요한 이슈이고, 저출산 문제가 국가적 고민이라는 점에서 매우 다행한 일이었다. 그 다음으로 눈에 띄는 이슈는 서울 메트로 등 공공기관들의 채용비리 의혹 정도를 순위에 둘 수 있겠지만 아직은 의혹 단계에 머물러 있어 명확하게 국감의 성과라고 하기는 어려운 상태다.

어쨌든 언론들은 이번 국감 기간 동안 이 두 가지 이슈에 집중했다. 다른 국감장에서 일어난 일들에 대해서는 알리지 않았다. 국회 상임위가 20일간의 국정감사를 벌였음에도 성과가 사립유치원 비리 폭로밖에 없지는 않았을 것이다. 거대 이슈가 발생하면 블랙홀처럼 다른 이슈들을 빨아들이는 현상은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21일 오후 경기도 화성시 동탄신도시 센트럴파크에서 열린 사립유치원 비리 규탄 집회에서 유치원 학부모들이 피켓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그런 거대 이슈들의 중력을 이기고 언론의 관심을 빼앗은 일도 없지는 않았다. 국감장에 증인으로 출석한 선동렬 국가대표 야구감독과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 등이다. 아쉽게도 이 둘의 국감장 등장은 화제는 되었지만 국감의 성과가 되기보다는 국감의 실패작으로 남게 되었다. 그 외에도 뱅갈고양이, 한복을 입고 국감장에 나온 의원 등이 소소하게 화제가 되기도 했다. 아니 그런 정도의 보도만 있었다.

아시안게임 기간 전후로 뜨거운 이슈가 되었던 병역기피 논란에 고무된 국회의원들은 선동렬 감독에 대해서 너무 쉽게 생각했다. 야구에 대한 깊은 이해 없이 퍼부은 비난은 국회의원 본인에게 부메랑이 되어 돌아갔다. 백종원 대표에 대해서는 기업 대표이자 유명한 방송인인 백종원 씨를 통해 상임위가 언론의 주목을 받기 위한 것이었다는 비판이 남았다. 일종의 어뷰징 행위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KBS 1TV <저널리즘 토크쇼 J>

이렇게 간단하게 20일간의 국정감사를 정리하는 것은 적절치 못할 수 있다. 그러나 언론이 주목한 수준에서는 이런 정도의 요약밖에는 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국감이 끝나자 언론들은 국감 평가점수를 보도했다. 정해진 수순이자, 도돌이표 같은 기사였다. 일하기 싫어하는 국회의 본질과 짧은 기간에 753개의 많은 피감기관을 감사해야 하는 구조상 피할 수 없는 결과이다. 이럴 바에는 하지 말자는 말도 있고, 제대로 하기 위해서 상시 국감으로 가자는 말도 있다. 그러나 진짜 문제는 국감장이 정책이 아닌 정쟁의 현장으로 변질된다는 것에 있다.

그리고 이번 국감에서 빠진 것이 있다. 대기업 총수들이 보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고공행진을 하던 문재인 대통령의 발목을 잡은 것은 최저임금, 고용불안 등 경제이슈들이었다. 경제 문제에 있어서 책임이 없다고 할 수 없고, 하다못해 불만이라도 전해주었어야 할 대기업 총수들이 국감에서 종적을 감춘 것은 아무래도 이상한 일이다. 심지어 올해 갑질과 탈세 등으로 시끄러웠던 재벌까지도 보이지 않았다.

KBS 1TV <저널리즘 토크쇼 J>

일부 언론은 이런 현상을 ‘망신주기 구태’가 사라졌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과연 그럴지는 사실 의문이다. 국회는 ‘국감 증인신청 실명제’를 통해 “무분별한 기업 증인 소환을 막자”는 취지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런 제도 덕분인지 올해 국감은 예년에 비해 기업 증인의 국감 출석이 대폭 줄어들었다. 그러나 <저널리즘 토크쇼 J>가 보도한 국정감사 대비 기업들의 대관(국회 등 공공기관 대응팀)들의 활약은 대기업 총수들이 국감에서 사라진 또 다른 이유를 알렸다.

결과적으로 이번 국감은 사립유치원 비리가 떠올랐고, 재벌들이 사라졌다. 국감에 대해서 언론들의 평가는 후하지도, 박하지도 않다. 국감에 대한 평가만큼이나 중요한 언론들의 국감 보도 평가 또한 필요하다. 지난 일요일 <저널리즘 토크쇼 J>에서 국감보도의 선정성을 지적한 것 외에는 언론의 자기반성은 찾아보기 어렵다. 국회나 언론이나 국정감사라는 중요한 상황에서 제 역할을 다하지 못했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